독일 남부에 있는 요하네스브룬(Jahannesbrunn)은 인구 300명 남짓의 시골마을이다.
이곳 주민은 읍내인 필스비부르크에서 식료품을 사는데 휴일에는 자녀들과 함께 장을 보러 나온 20~30대 부부도 많다. 필스비부르크 주변 마을의 청년들이 성장한 후에도 고향에 터를 잡고 사는 것은 BMW 생산공장 딩골핑(Dingolfing)이 근처에 있기 때문이다. BMW의 독일 최대 생산공장 딩골핑에는 1만7000여명 직원이 근무 중인데 딩골핑 전체 인구 수 1만8000명과 맞먹는 숫자다.
딩골핑 생산공장은 과감한 물류 시스템 혁신으로도 유명하다. ‘스마트 운송로봇’이 정확한 위치와 경로를 계산하며 각 구성 요소에 필요한 부품과 장비를 운송한다. 이 자율 운송 시스템은 프라운호퍼연구협회(FhG)와 함께 개발한 것이다. 딩골핑은 FhG와 부품의 위치, 치수 등을 정밀하게 검수하는 AR 애플리케이션을 공동 개발하여 불량률을 대폭 줄이는 성과를 내기도 했다.
행정안전부가 지난해 발표한 인구감소지수 조사에 의하면, 전국 89곳의 시군구가 인구 감소를 겪고 있다. 전체 시군구 229곳 중 40%에 달하는 수치다. 원인으로는 고령화, 저출생, 취업난이 거론되는데 모두 청년층의 지역 이탈과 관련되어 있다. 지방 소멸을 막기 위해서는 양질의 일자리를 창출해 수도권으로 쏠리는 젊은 인재의 유출을 막는 일이 시급한 이유다.
지역 혁신에 성공한 선진국들을 보면, 지역 기업과 대학, 연구소 등과의 산·학·연 협력을 통하여 매력적인 일자리를 만들어낸 사례가 적지 않다.
독일 드레스덴의 경우 자체적으로 혁신 계획을 만들어 막스플랑크, FhG 등 19개 연구소를 설치하여 첨단 기업 유치 기반을 조성했다. 이들과의 공동 프로젝트를 경험한 드레스덴대학교 공과대학생들은 졸업 후 지역 기업이나 연구소에 진출하여 고급 인력 선순환 생태계가 구축되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캐나다에서는 토론토대학 내 옛 병원 부지를 활용해 바이오 창업인규베이터센터(MaRS)를 조성함으로써 1400개 스타트업과 2만여명의 고용 창출 성과를 냈다. MaRS 설립 이후 구글, 아마존, IBM, 오라클 등 글로벌 기업들의 토론토에 대한 투자도 확대되어 지역 혁신의 대표적 성공 사례로 꼽히고 있다.
새 정부는 ‘민간이 끌고 정부가 미는 역동적 경제’를 국정 목표로 제시하며 ‘중소기업 정책을 민간 주도 혁신성장 관점에서 재설계’하겠다고 밝혔다. ‘지방 과학기술주권 확보를 통한 지역 주도 혁신 성장’ 실현 의지도 강조했다. 그동안 정부 R&D 투자 규모는 연평균 7% 증가한 데 반해 지역 R&D 투자는 2.5% 증가에 그치고 있다. 규모 못지 않게 혁신 주체 간 협력도 중요하다. 특히 기업 수의 99%를 차지하는 중소기업은 대기업보다 인력, 기술력이 상대적으로 부족하여 공공부문과의 협력에 목말라 하고 있다. 정부 주도의 톱다운(Top-down) 방식보다는 기업들이 자발적으로 대학이나 출연연구기관의 자원을 활용하여 투자를 확대하도록 유도하는 협력 방식이 필요하며, 이를 겨냥한 특단의 지역 연구·개발(R&D) 투자 전략이 절실한 시점이다.
한국생산기술연구원은 중소·중견기업의 기술 실용화 지원을 위해 지역의 산업 특성과 연계된 3연구소, 7지역본부를 운영하고 있다. 이미 구축된 전국적 기업 지원 인프라를 활용해 산·학·연 협력을 촉진하고, 이를 기반으로 민간 주도의 지역 혁신 체제를 뿌리내리는 데에 구심점 역할을 강화해나갈 계획이다.
이낙규 한국생산기술연구원장
nbgkoo@heraldcorp.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