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용필 ‘친구여’부터 뮤지컬·오페라…
다양한 형식 접목 대중 곁에 한발 더
“올드하고 지루해요.” 배우 남보라는 한 TV 프로그램(JTBC ‘차이나는 클라스’)에서 한국 가곡에 대한 생각을 묻는 질문에 이렇게 말했다. 가곡계에서도 모르는 현실은 아니다.
“한국 가곡, 솔직히 지루하지 않습니까. 세계적인 명곡도 아니고요. 세계 수준의 가곡들처럼 레벨이 올라갈 만한 작품이 꽤 있지만, 우리 국격에 맞춰 세계 명곡 안에 속하는 것이 아직은 요원한 이야기 같아요.” (김흥완 한우리오페라단 단장)
잊혀진 옛 노래였던 한국 가곡이 큰 꿈을 꾸고 있다. 마포문화재단과 5개 민간오페라단은 ‘K-가곡 붐’을 위한 ‘한국 가곡 세기의 콘서트’를 기획, 오는 10월까지 6회의 릴레이 콘서트를 이어간다. 5개 단체의 공연은 “한국 가곡 100년사와 새롭게 재해석된 현대적인 가곡 무대”로 마련됐다.
지난 4월 시작해 이미 두 차례 진행한 무대는 반응이 좋았다. 마포문화재단에 따르면 두 번의 공연 동안 유료 점유율은 70%에 달했다. 연령대는 5060 세대가 80%로 압도적이나 2040세대의 비율로 회차를 거듭할수록 늘고 있는 추세다. 지난 달 ‘향수’를 주제로 두 번째 공연을 진행한 김은혜 코리아모던필하모닉오케스트라 단장은 “가곡을 들으러 오는 연령층이 다양하게 포진돼 놀랐다”고 말했다.
1970~80년대 대중가요를 압도하는 인기로 최전성기를 맞았지만, 서서히 대중의 곁에서 멀어진 한국가곡은 ‘남성사중창단’을 뽑는 경연 프로그램인 JTBC ‘팬텀싱어’ 시리즈를 통해 다시 주목받았다. ‘가곡 어벤저스’들의 이번 릴레이 콘서트는 대중 곁에 가까이 다가서기 위한 노력을 기울였다. 가곡은 물론 대중가요, 애니메이션까지 가곡화(7월 20일·한우리오페라단 ‘친구’)했다.
“대중이 잘 모르는 곡은 지양하고, 알려진 곡들 위주로 프로그램을 짰어요. 친구를 주제로 한 가곡이 많지 않아 비슷한 주제의 곡인 조용필의 ‘친구여’도 넣었어요. 순수음악과 대중음악의 경계가 허물어지고 있는 시대잖아요. 성악가들이 고전 발성으로 부르면 그것 역시 클래식이라고 볼 수 있지 않겠습니까.” (김흥완 단장)
뮤지컬을 접목(10월 4일·코리아아르츠 ‘아버지처럼’)하거나, 오페라 형식(8월 17일·서울오페라앙상블 ‘나그네의 노래’)으로 풀어내는 것도 대중 곁에 다가서려는 시도다. 코리아아르츠의 ‘아버지처럼’ 공연에선 양희은의 ‘엄마가 딸에게’를 가곡으로 편곡해 ‘아버지가 딸에게’로 바꿔 부른다. “대중가요의 가곡화”이자 “가곡의 범위 확장”(하만택 코리아아르츠 대표)이다.
한국 가곡의 100년사를 훑는 공연(6월 9일·김자경오페라단 ‘굿모닝 가곡’)도 기다리고 있다. 정지철 김자경오페라단 단장은 “가곡은 우리나라의 근현대사와 흐름을 같이 한다”며 “가곡은 한 장르의 역사라기 보다 우리 민족이 살아 숨 쉬는 역사라 생각해 다큐멘터리처럼 풀어봤다”고 말했다.
공연 준비에 한창인 5개 단체 단장들은 “가곡을 하나의 노래로만 머물게 하는 것이 아니라 우리의 삶과 이야기 안으로 가져와 감동을 주고 싶다”고 입을 모았다. 가곡 군단의 ‘세기의 콘서트’는 공연을 넘어 “한국 가곡 100년사를 정리하는 아카이빙 작업”(하만택 대표)이자 장르의 한계와 벽을 넘어 “보통 사람들이 소통할 수 있는 노래를 찾는 과정”(장수동 서울오페라앙상블 단장)이며, “문화적 다양성을 확보하는 시도”(김흥완 단장)다.
공연계에서도 한국 가곡이 새로운 K-콘텐츠로 자리할 수 있다고 본다. 마포문화재단 관계자는 “소비적인 문화가 주류인 요즘 아름다운 시어와 서정적인 멜로디로 지은 한국 가곡의 역할은 더욱 중요해졌고 가치가 높아졌다”며 “한국 가곡은 대중성을 가미할 수 있는 순수예술 장르로 시대의 트렌드를 입혀주면 우리나라만의 독창성을 가진 K-콘텐츠로 확장·발전할 수 있는 가능성이 무궁무진하다”고 말했다. 고승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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