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당은 이재명만 때렸고, 야당은 이재명만 지켰다.’
6·1 지방선거를 한 줄로 요약하면 그렇다. 여당의 ‘이재명’과 야당의 ‘이재명’ 속에서 묻힌 것은 비전과 쇄신이었다. 국정을 책임져야 할 집권여당에선 비전이 안 보였다.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상임고문에 대한 ‘네거티브’가 국민의힘 선거운동의 거의 전부였다. 대선에 이미 진 야당 후보를 공격하는 데에 전략과 전력의 대부분을 할애했다. 이 고문의 인천계양을 보궐선거 출마를 “방탄용”이라고 한 것을 시작으로 선거운동 중 이 고문의 일거수일투족을 비난했고 ‘김포공항 이전’ 논란 때는 포화를 퍼부었다. 심지어 이준석 국민의힘 대표는 아예 인천계양을 선거운동원으로 등록했고, 당지도부는 원내대책회의를 인천계양을에서 열기도 했다. 국민의힘에서 입만 떼면 ‘이재명 타령’이니 “이재명이 대통령이냐” “이재명 안 나왔으면 어쩔 뻔했냐”는 비아냥이 나올 법도 했다.
이재명이 안 나왔으면 어쩔 뻔했냐는 질문엔 야당도 할 말은 없을 것이다. 5년 동안 문재인 정부의 국정운영을 책임졌던 ‘친문(친문재인)’은 선거 과정 내내 ‘유구무언’했고, 민주당은 대선 패배 후보인 이 고문을 곧바로 불러내 구원투수 역할을 맡겼다. 민주당 주류인 친문의 무책임, 당내 영향력을 확장하려는 이재명계의 이해, 자신을 둘러싼 각종 의혹에 대한 법적 공방을 막고 정치적 재기를 도모한 이 고문의 입장이 어우러져 민주당은 참패에 가까운 성적을 자초했다. 이 고문이 지방선거 전면에 나서고 재보선에 출마하면서 이미 여야의 전선과 프레임은 ‘이재명’으로 결정됐다. ‘이재명’을 당장 쓰기 좋은 바람막이로 삼은 민주당이 잃어버린 것은 쇄신의 기회였다. 집권여당의 비전 상실, 대선 패배 야당의 쇄신 실종 결과는 역대급으로 저조했던 투표율로 나타났다. 이번 선거 투표율 50.9%는 2002년 지방선거 48.8% 다음으로 역대 최저였다. 집권여당에는 기대할 게 없고, 야당에는 실망만 남은 차가운 민심이 낮은 투표율로 나타난 것이다.
선거가 끝난 뒤에도 여야가 부르는 ‘이재명 타령’은 계속되고 있다. 이준석 대표는 지난 3일 라디오방송에 출연해 이 고문의 당권 도전 전망 질문에 “(당권 도전) 좀 해주세요. 재밌을 것 같다”고 조롱 섞인 대답을 했다. 민주당에선 지방선거 패배 직후부터 이 고문에게 책임을 묻는 친문·친이낙연·친정세균계 의원들의 비판이 기다렸다는 듯 터져 나왔다.
민주당 당권 경쟁구도도 친문·비이재명계 대 이재명계가 될 것이라는 전망이 지배적이다. 이 고문의 존재 자체가 ‘전선’이 되는 것은 민주당으로선 최악의 퇴행이다. 연이은 선거 실패를 가져온 지난 문재인 정부 5년에 대한 냉정한 평가와 지지층조차 등 돌리게 만든 민주당의 행태에 대한 뼈저린 반성은 단순히 ‘이재명이냐, 아니냐’로 대체될 수 없기 때문이다. 등 돌린 민심, 여전한 지지층인 40대, 새로운 동력이 된 20·30대 여성층은 어떤 쇄신과 정치적 가치의 복원 및 재구성을 요구하고 있는지 직시하는 것이 먼저다.
두 번의 큰 선거가 끝났다. 이제 여야가 민생을 위한 본격적인 실력 경쟁을 해야 할 때다. 특정 정치인에 대한 네거티브 말고, 건강한 비전의 제시와 쇄신의 결행으로 국민의 삶을 챙겨야 할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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