슬리퍼·안경·화장지…사생활에 집중된 金
취임식·법정출석 ‘공적자리’ 주목받은 韓
“시대흐름 탄 새로운 정계 캐릭터 등장”
vs “상찬형 보도는 지양해야” 지적도
[헤럴드경제=김유진 기자] 가히 신드롬급이다. 윤석열 대통령의 배우자인 김건희 여사와 한동훈 법무부 장관을 둘러싼 모든 것이 화제를 모으고 있다. 이들이 입고 쓰는 모든 것에 터지는 스포트라이트, 그에 대한 해석은 엇갈린다. 여론의 과도한 관심이 정작 본질을 가린다는 지적과 함께 전에 없던 새로운 캐릭터에 쏠리는 자연스러운 관심이라는 분석도 있다.
김 여사와 한 법무장관은 윤석열 정부의 아이콘이라는 점에서 비슷해 보이지만, 두 사람을 향한 대중의 관심엔 차이가 있다. 대중의 뜨거운 관심에 비해 언론 노출이 적어 신비감을 유지해 온 인물이라는 공통점도 있지만 김 여사는 사생활, 한 장관은 공적 영역에 대중의 관심이 집중돼 있다.
'그림자 내조' 金, 사생활에 더 쏠린 관심
김 여사와 대중의 거리는 가깝고도 멀다. 사적인 ‘7시간 통화 녹음’이 전 국민에 공개돼 입방아에 올랐고, 대국민 사과까지 하며 대중 앞에 섰다. 그 관심의 정점에서 그는 '그림자 내조'를 하겠다며 한 발 물러섰다.
김 여사가 말을 아끼자, 역설적이게도 그의 사생활에 대한 관심은 증폭됐다. 사진 한두 컷으로 파악할 수 밖에 없는 그의 일상에 대중의 시선이 꽂혔다. 그가 산책을 하며 착용한 5만원대 치마와 4만원대 슬리퍼 등이 온라인 쇼핑몰에서 불티나게 팔렸다. 지지자에게 선물 받아 착용한 안경, 김 여사가 사용한다는 고급 화장지까지 좋은 의미로든 나쁜 의미로든 신드롬급 이목이 쏠렸다. 몇 년 전 입은 옷을 또 입었다며 패션 히스토리까지 화제가 됐다.
반면 김 여사가 ‘영부인’ 자격으로 대놓고 입고 두른 패션들은 중저가 아이템인 경우에도 큰 관심을 받지 못했다.
‘대선 투표 당일’ 착용한 2만원대 추정 스카프, 소상공인 자영업자에게 저렴한 가격에 구매한 것으로 알려진 ‘대통령 취임식’ 원피스 등은 구체적인 브랜드 등도 알려지지 않았다. 윤 대통령이 취임 첫 주말 쇼핑한 바이네르 컴포트화가 대통령 특수를 누린 것과는 대조적이다.
김 여사는 지난 21일 한미 정상회담 기념만찬 직전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을 만난 자리에서는 흰색 투피스 정장 차림에 올림머리를 하고 등장했다. 공식 석상에서 올림머리를 한 것은 처음이어서 새로운 헤어스타일에 관심이 집중됐다. 또 대통령 취임식에 이어 끼고 나온 흰 장갑도 그의 트레이드 마크가 돼 화제가 됐다. 김 여사는 이날 바이든 대통령과 간단한 인사를 나눈 뒤, 함께 박물관 내부를 관람했다.
‘독직폭행 당한 그 사람’ 저런 캐릭터였네
사생활 하나하나가 이목을 끌고 있는 김 여사와는 반대로 한동훈 법무장관을 둘러싼 패션 신드롬은 공적인 자리에서 보인 옷차림이 주도했다. 법정 출석, 취임식 등 공식 일정을 소화하는 ‘공인’으로서의 모습에 좀 더 방점이 찍혀있다.
스카프와 브리프케이스로 이목을 처음 끈 날도 지난 1월 서울 마포구 서부지법에 증인으로 출석하던 때였다. 한 장관이 본격적으로 언론의 포토라인에 선 것은 이때가 처음이다. 한 장관은 그간 ‘검언유착 의혹’ 수사팀장인 정진웅 당시 부장검사와의 몸싸움으로 뉴스에 오르내리면서도 증명사진 정도만 주로 공개돼 왔다. 그런 그가 실물로 등장한 자리인 만큼, 그의 캐릭터성에 관심이 쏠린 것은 필연이다.
당시 한 장관의 옷차림이 객관적으로 눈에 띤 것도 사실이다. 붉은색을 스카프와 서류가방에 동시에 활용한 캐주얼한 옷매무새는 윤 대통령은 물론 조국·추미애 전 법무부장관 등이 보여준 전형적인 법조계 출신 인사들과는 차별화된 유례 없는 인상을 각인시켰다. 아이템당 가격이 30만원을 넘지 않았던 점도 대중이 생각하는 상식적인 가격대에 부합해 시너지를 냈다.
저가의 ‘훈민정음 넥타이’가 화제가 된 날은 평범한 출근길이 아닌, 취임식이 있던 지난 17일이었다. 스카프 패션이 화제가 된 이후 다소 무난한 스타일을 보여왔던 한 장관이 상징적인 자리에서 눈에 띄는 넥타이를 착용하며 속뜻에 주목하게 만들었다.
넥타이에는 '뿌리 깊은 나무는 바람에 아니 흔들려 꽃이 좋아지고 열매나 많아지나니'란 2장 첫 구절이 쓰여 있다. 왕이 갖춰야 할 덕목 등이 담긴 용비어천가엔 '경천애민(敬天愛民, 하늘을 공경하고 국민을 사랑함)'의 정신이 들어있기도 하다.
이를 두고 일각에서는 해당 구절이 윤석열 정부의 초대 법무부장관에 오르는 한 장관의 각오와 심정을 드러낸 것 아니냐는 분석이 나왔다. 여기에 넥타이 가격이 9000원선이어서 주목도가 컸다.
한 장관은 이어진 출근길에서는 특별할 것 없는 무난하고 정형화 된 복장으로 포착되고 있다.
한동훈·김건희 패션 신드롬…“새로운 캐릭터의 등장” vs “신변잡기 보도 지양해야”
두 사람의 신드롬을 둘러싼 해석은 다양하다. 이미지컨설턴트로 활동하는 전규리 감성이미지연구소 대표는 김건희·한동훈 신드롬에서 대중에게 소구하기 위한 정치인들의 이미지 메이킹 전략이 달라진 점을 높이 샀다.
전 대표는 해당 신드롬에 대해 “과거에는 기함할 정도의 검소함, ‘일반인도 저렇게는 안 입을 것 같다’ 정도의 느낌을 보여주려고 했다면, 이제는 과하지 않지만 멋스러운 느낌을 보여주는 자연스러운 모습이 대중에게 어필하는 시대가 된 것”이라고 평했다.
그는 ‘비싸면 사치, 저렴하면 쇼’라는 소리를 들을 수밖에 없는 정치인의 숙명상 일명 ‘꾸안꾸’(꾸민 듯 안 꾸민 듯) 스타일이 가장 무난하다는 조언도 했다. 전 대표는 “정치인에겐 외적으로 튀지 않는 것도 가장 좋은 전략”이라며 “문재인 전 대통령이 그런 편이었다. 옷으로 이슈가 된다는 게 득보다 실일 수 있기 때문”이라고 분석했다.
다만 아무리 무난한 차림으로 등장해도 스타 정치인의 패션은 화제를 모았다. 문 전 대통령은 2017년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통화할 당시 착용한 체크 남방과 청와대 출입기자와 북악산을 오르며 입었던 주황색 바람막이 재킷 등이 ‘문템’ ‘이니템’ 등으로 불리며 완판됐다.
일각에선 정치인의 말과 행동이 아닌 외적 측면에 초점을 맞춘 보도 행태를 비판적으로 봤다. 정덕현 문화평론가는 정치인의 옷차림 등과 관련된 신변잡기 사안에 대해선 데스킹 단계에서 필터링 해야 한다는 지론을 폈다.
정 평론가는 “본질에 집중하지 않는 보도는 원칙적으로 지양해야 한다”며 “외교 행사나 맥락이 있는 의전 일정에서 선보인 옷차림에 대해서는 보도 가치가 있을 수 있지만, 김건희 씨의 개인 생활이나 일상에 대한 보도는 구분해야 한다. 개인에 대한 상찬이나 ‘정치인 띄우기’를 위해 기획된 기사는 안 된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