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G컨소시엄, 9000억원대 입찰로 조건부 인수후보에
쌍방울 측 “FI 확보해 공개입찰”…매각 중지 가처분도
최종 인수자 결정 과정에서 인수 대금 더 커질 가능성
빠른 현금 확보…쌍용차 정상화 속도에 긍정효과 기대
[헤럴드경제=원호연 기자] 에디슨모터스와의 계약 해지 이후 새 주인 찾기에 나선 쌍용자동차의 재매각이 예상외의 흥행을 거두면서 KG컨소시엄이 조건부 인수 후보로 선정됐다. 공개입찰에서 쌍용차의 몸값이 1조원을 넘어설 경우 쌍용차 정상화에 속도가 붙을 것으로 보인다.
16일 자동차·투자은행(IB) 업계에 따르면 지난 13일 KG컨소시엄은 9000억원대의 인수 금액을 써내며 ‘스토킹호스(Stalking Horse)’ 방식으로 진행되는 쌍용차 재매각 조건부 인수 후보로 결정됐다. 한편 쌍방울 그룹을 주축으로 한 광림컨소시엄은 8000억원대의 금액을 입찰한 것으로 전해졌다.
KG케미칼의 현금성 자산(3600억원)과 KG ETS 매각 대금(5000억원)까지 8600억원의 총알을 확보했던 KG그룹은 캑터스PE에 이어 입찰 경쟁대상이었던 파빌리온PE까지 우군으로 끌어들이며 자금력을 확충했다.
지난 1차 매각 당시 우선협상대상자로 선정된 에디슨모터스가 써낸 인수대금이 3048억원 정도였던 것을 고려하면 쌍용차의 몸값은 3배 가까이 뛴 셈이다.
당초 쌍용차의 인수 예상 가격은 4000억~6000억원대로 관측됐다. 기존 에디슨모터스의 인수 대금에 협력업체 미지급금 5470억원에 대해 상거래 채권단이 요구한 변제율 40~50%를 적용한 금액을 더한 수준이다.
그러나 일찌감치 인수 의사를 밝힌 쌍방울그룹과 이엘비앤티(EL B&T)에 이어KG그룹과 파빌리온프라이빗에쿼티(PE)까지 인수전에 참여하면서 분위기가 뜨거워졌다.
쌍용차의 몸값이 빠르게 상승한 것은 매각 주간사인 EY 한영회계법인이 인수 후보들의 재무적 여력을 꼼꼼히 확인 했기 때문이다. EY한영은 인수 대금의 크기는 물론 ▷유상증자 비율 및 요구 지분율 ▷인수 이후 운영자금 확보계획 등 구체적인 세부 사항을 확인했다. 쌍용차 정상화에 투입하기 위해 확보했거나 확보 예정인 자금을 포함해 쌍용차가 대여를 요구한 회생기업 지원금융(DIP) 500억원도 포함했다.
이달 말 공고될 본 경쟁입찰을 거치면 쌍용차의 최종 인수 금액이 1조원을 넘어설 것이란 목소리도 나온다.
KG그룹에 고배를 마신 쌍방울그룹 측이 1차 입찰 직전 KG그룹과 파빌리온PE가 손잡고 입찰한 것에 대해 담합 의혹을 제시하며 강한 인수 의지를 드러냈기 때문이다. 쌍방울그룹은 “대법원 판례 등에는 사업자들 사이의 합의로 낮찰 예정자를 사전에 결정하면 부당한 담합으로 보고 있다”며 서울중앙지법에 ‘기업매각절차속행중지’ 가처분을 신청했다.
그러면서 새로운 재무적투자자(FI)를 구해 경쟁입찰에서 KG그룹보다 높은 금액을 써내 최종 인수자로 낙점받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컨소시엄 참여를 원한 FI들이 많았던 만큼 컨소시엄 규모를 키우는 데 문제가 없다는 입장이다.
이에 따라 조건부 인수 후보인 KG컨소시엄은 쌍방울그룹의 입찰조건을 확인한 뒤 더 높은 조건의 금액을 다시 제시할 가능성이 높다. 최종 인수후보가 누가 되든지 인수 금액이 현재보다 높을 것이란 의견이 나오는 이유다.
이항구 한국자동차연구원 연구위원은 “쌍용차가 반드시 갚아야 할 공익채권이 7700억원이나 되는 만큼 당장 손에 들어올 인수대금이 많을수록 좋다”면서 “인수대금 규모가 늘어나면 협력업체도 마음 놓고 부품을 납품하고, 대금 변제를 요구하는 기간이 길어지면서 유동성 문제가 한결 개선될 것”이라고 내다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