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LG 등 대기업 역대급 대폭 인상

아직 협상 중인 노사 줄다리기 거세져

현대차·기아 노조, 공동 전선으로 대응

코로나 직격탄 항공업계도 인상 요구 커져

협상만 하면 10% ‘훌쩍’…산업계는 임단협 속앓이 중? [비즈360]
현대자동차 노사 대표가 지난 10일 울산공장 본관 동행룸에서 2022년 임금협상 상견례를 하고 있다. [연합]

[헤럴드경제=김지윤·문영규 기자] 전자·IT 업계 등 국내 주요 대기업들이 올해 10% 안팎의 ‘역대급’ 임금인상을 결정하면서, 산업계 전반에서 임금 인상에 대한 요구가 거세지고 있다.

노동계는 코로나19로 지난 2년여간 소폭 인상 또는 동결에 그쳤고, 물가 역시 고공행진 중인 만큼 임금인상은 필수불가결하다는 입장이다. 반면 사측은 코로나19가 여전히 진행 중이고, 글로벌 경영환경의 불확실성이 큰 만큼 노조의 요구를 모두 수용할 수 없다며 대립각을 세우고 있다.

11일 업계에 따르면 삼성전자는 최근 노사협의회를 통해 올해 전 사원의 평균 임금을 9% 인상하기로 했다. 최근 10년 내 가장 높았던 지난해(7.5%)보다 높은 인상률이지만, 삼성전자사무직노조 등 4개 노조로 구성된 공동교섭단은 이보다 더 높은 인상을 요구하며 반대하고 있다.

LG전자는 평균 임금 9.2% 인상에 합의했다. LG그룹 계열사 노사도 각각 8~10%대 임금 인상에 합의했다. IT업계는 이보다 더 파격적이다. 카카오는 올해 평균 15%의 임금인상(전체 연봉 재원 기준)을 확정했고, 네이버는 평균 10% 임금인상에 잠정 합의했다.

현대중공업은 지난 10일 임금협상 2차 잠정합의안을 도출하고 14일 만에 파업을 중단키로 했다. 앞서 노사는 지난 3월, 기본급 7만3000원(호봉승급분 2만3000원 포함) 인상과 성과금 148%, 격려금 250만원, 복지 포인트 30만원 지급 등을 담은 1차 잠정합의안을 만들었으나, 조합원 찬반 투표에서 부결됐다. 이후 노조는 지난달 27일부터 파업에 나선 끝에 연차별 임금 격차와 직무 환경 수당을 조정하는 내용을 추가한 2차 합의안을 도출했다. 오는 12일 2차 합의안에 대한 조합원 총회 투표를 연다.

굵직한 대기업들이 파격적인 합의안을 도출하면서 아직 협상을 마무리 짓지 못한 노사 간에는 팽팽한 줄다리기가 이어지는 분위기다. 대표적인 곳이 완성차 업계다. 현대차 노조는 지난 10일 노사 간 첫 상견례를 갖고 임금협상을 시작했다. 노조는 기본급 16만5200원 인상(호봉승급분 제외)과 정년 연장, 순이익 30% 성과급 지급 등을 요구 중이다. 특히 촉탁제(단기 계약직) 폐지, 정규직 충원 등을 두고 노사 간 대립이 예상된다.

현대차 노조는 최근 3년간 코로나19 위기 등을 고려해 파업을 하지 않았지만, 강성 성향의 집행부가 올해 새롭게 집권하면서 분위기가 바뀌었다. 여기에 기아 노조가 현대차와 연대해 공동 전선을 펼칠 계획이라 협상 과정이 더욱 복잡해졌다.

지난해 대규모 희망퇴직을 단행한 르노코리아 역시 올해 임단협 과정이 쉽지 않을 전망이다. 노조는 르노코리아뿐 아니라 본사 르노그룹의 지난해 실적이 크게 개선된 만큼, 올해 기본급 9만7472원 인상을 요구하고 있다. 지난 4년(2018~2021년)간 기본급이 동결됐는데, 물가 상승률을 고려하면 삭감과 마찬가지라는 주장을 펼치고 있다.

코로나19 직격탄을 맞았던 항공업계도 상황이 답답하기는 마찬가지다. 대한항공 노동조합은 올해 평균 총액 기준 11.5%의 임금인상을 요구하고 나섰다. 생활물가 인상에 따른 소득감소 보전, 국민소득 증가에 따른 상대적 소득 감소 보전 등을 임금 인상 요구 배경으로 주장했다. 대한항공 노조는 코로나19로 2020년, 2021년 임금 동결을 해 온 만큼 이번에는 파격적 인상이 필요하다고 요구하고 있다. 아직 2020년 임단협도 마무리 짓지 못한 대한항공 조종사 노조는 협상력을 강화하고자 최근 협상 교섭위원을 공개 모집하고 나섰다.

한 재계 관계자는 “코로나19에도 호실적을 기록했던 일부 기업들이 파격적인 임금인상안을 내놓으면서 산업계 전반에 영향을 미치고 있다”며 “원자재 가격 상승, 코로나19 위기 지속 등으로 글로벌 경영환경이 불안정한 상황에서 과도한 임금 상승은 기업 경영을 위축시키고, 일자리 확대에도 악영향을 미칠 것”이라고 말했다.

협상만 하면 10% ‘훌쩍’…산업계는 임단협 속앓이 중? [비즈36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