형법책을 다시 펼쳐본 것은 ‘검수완박’이라고 부르는 일련의 입법 시도 때문이었다. ‘검찰 수사권을 완전히 박탈하겠다’는 더불어민주당의 의지와 목표가 구호처럼 줄임말로 불리면서 추진되고 있었지만 누구에게 어떤 점이 좋아지는지 대번에 알 수가 없었다. 형사사법 제도가 ‘형벌의 본질과 목적’에 더 가까워지는 건지 확인이라도 해보려고 책을 찾았다. 형법책은 형벌이론을 크게 둘로 나눠 국가가 피해자를 대신해 범죄자의 죗값을 묻는 것이라는 이론, 장래 범죄를 막기 위한 것이라는 이론을 각각 소개하면서 현대에는 두 이론을 결합해 이해하는 시도가 많다고 설명했다. 그럼 죄지은 사람을 처벌하고 앞으로의 범죄를 예방하는 데에 도움이 되는 입법이 추진됐는가.

이번 입법 추진 과정에서 눈에 띈 것은 현장의 변호사와 법학자들이 적극적으로 반대 목소리를 낸다는 점이었다. 검찰이야 할 수 있는 것이 줄어드는 만큼 반발하는 게 당연하다고도 할 것이지만 검찰의 수사권이 축소된 후 그 일을 어디서 하든 변호사와 학자들의 업무 권한이 침해되는 것은 아닐 텐데도 활발하게 나섰다. 졸속 입법으로 형사사법 시스템이 망가지고, 그로 인해 가뜩이나 취약한 형사사건 피해자들의 고통이 더 커진다는 이유였다.

형사사건에는 필연적으로 피해자가 있다. 글자 그대로의 피해자가 있고, 억울한 누명을 쓰게 되는 피해자도 있다. 피해자는 분명 ‘그 일의 당사자’이지만 ‘형사소송의 당사자’가 아니어서인지 형사사법 제도 개혁을 논의할 때 늘 소외됐다. 지난 4월부터 불이 붙은 입법 국면에서도 그랬다. 검수완박을 목표로 했던 법안은 단계적 절차를 거치면서 ‘검수박’이 됐는데, 이 과정에서 검찰의 직접 수사 영역만 여야의 흥정 대상이 됐을 뿐 피해자에 대한 고려는 없었다.

본회의에 상정됐던 법안들이 그대로 시행되면 장애인 학대, 성 착취 관련 사건에서 결정적 역할을 하는 고발인들은 경찰의 불송치 결정에 이의신청을 할 수 없게 된다. 직접적으로 자신의 피해를 알리기 어려운 이들로선 경찰 단계에서 사건이 부적절하고 불완전하게 종결돼도 손쓸 방법이 사라진다. 또 고소인의 이의신청에 따라 송치된 사건 등의 경우 오히려 확인이 더 필요한 사안인데도 ‘동일성’이라는 제한을 받아 해당 범죄자가 저지른 다른 범죄나 공범 확인이 어려워진다. 누명을 쓴 피의자의 억울함을 밝히고 진범을 찾는 일도 할 수 없다. 이 모든 게 검수완박이라는 이름으로 추진되었다.

검찰은 완전무결한 조직도 아니고, 반성해야 할 과거사와 관행도 적지 않다. 하지만 입법 추진부터 검찰을 적대시하는 데에만 초점이 맞춰지다 보니 형사사법 시스템의 구멍만 더 키운 상황이 됐다. 정작 지난해 검경 수사권 조정 시행 이후 늘어난 사건 처리 지체를 비롯한 부작용 문제는 논의조차 되지 못했다. 그러면 검수박이 된 검수완박으로 나아지는 것은 있나. 안타까운 건 입법자들도 쉽게 설명하지 못할 것이란 점이다. 개정 법안 시행 후 범죄자만 좋아질 것이라는 전망만은 부디 기우에 그쳐야 한다.


dandy@heraldcorp.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