막판까지 기대감 갖는 삼성
반도체·로봇 신사업 투자 급한데
李부회장 위축된 행보 지속 우려
새정부 가면 광복절특사 때까지…
글로벌 속도전 속 3개월 긴 시간
문재인 대통령이 임기 내 마지막 사면을 단행하지 않는 쪽으로 분위기가 기울면서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 사면 여부 또한 불투명해졌다. 아직 여지는 남아 있지만 최종 무산 시, 지난해 8월 가석방 후 취업 제한이 지속된 이 부회장의 경영 행보 또한 계속 위축될 수밖에 없다. 국가 주요 기반 산업인 반도체를 비롯해 로봇 등 삼성의 신사업 투자에 제동이 걸리면 미래 성장 동력이 크게 약화될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된다.
▶끝내 사면 안 되면 삼성 M&A·투자 미궁 속=3일 업계와 정치권에 따르면 문 대통령은 마지막까지 사면 가능성을 두고 고심을 거듭했으나 최근 사면을 하지 않는 쪽으로 가닥을 잡았으며 내부에서도 이 같은 기류가 공유된 것으로 전해졌다. 전날 오후까지 법무부 장관 중심의 사면심사위원회 소집 일정조차 정해지지 않았다.
재계에서는 당혹감을 감추지 못하는 모양새다. 김현수 대한상공회의소 경제정책실장은 “사회통합이 절실한 경제위기 상황에서 형기를 어느 정도 마친 기업인의 사면복권을 청원했으나 반영되지 않은 점에 대해 안타깝게 생각한다”며 “전략 산업인 반도체의 경쟁이 치열한 가운데 삼성의 경우 파운드리나 시스템 반도체의 투자는 우려되는 부분”이라고 지적했다.
삼성은 이 부회장의 취업 제한 등으로 경영에 발이 묶이면서 투자가 위축됐다는 분석이 나온다. D램 등 메모리 반도체 부문에서는 글로벌 1위지만, 이 시장보다 1.5배 큰 시스템반도체 시장에선 힘을 못 쓰고 있단 분석이다.
삼성전자는 2030년 파운드리(반도체 칩 위탁생산) 세계 1위를 목표로 대규모 투자를 통한 점유율 확대에 나섰지만 시장 1위인 TSMC와의 점유율 격차는 33%포인트선에서 수년간 줄지 않고 있다. 반면 TSMC는 올해 파운드리 사업에만 최대 440억달러(약 55조원)을 투자할 정도로 거침없는 기세다. 파운드리뿐 아니라 메모리와 시스템LSI 등 전체 반도체에 삼성전자가 투자할 것으로 추정되는 금액은 이보다 약 10조원 가량 적은 45조원 수준으로 업계는 보고 있다. 투자 금액에 차이에 따른 시장 지배력 격차는 올해 5%포인트 가량 더 확대될 것으로 글로벌 시장조사업체들은 관측한다.
당장 삼성의 신사업으로 지목된 사업 또한 투자가 올스톱 될 수 있단 우려가 나온다. 삼성은 현재 바이오 분야를 ‘제 2의 반도체’로 육성한다는 계획 하에, 바이오시밀러(바이오의약품 복제약)와 바이오의약품 위탁개발생산(CDMO) 투자 확대가 지속적으로 요구되는 상황이다. 인공지능(AI)·로봇·수퍼컴퓨터 등 신성장 정보기술(IT) 분야 연구개발(R&D)을 비롯해 6세대(G) 통신 등 차세대 통신 기술력 강화 역시 삼성의 향후 과제로 꼽히고 있다.
지난해 8월 이 부회장이 가석방되면서 향후 3년간 240조원을 신규 투자를 약속했지만, 이 같은 계획을 실천하기 위해선 이 부회장 중심의 리더십이 필수라는 진단이다. 박재근 한양대 융합전자공학부 교수(한국반도체디스플레이기술학회장)는 “삼성에서 수입 비중이 높은 소재, 부품, 장비사들과 파트너 관계를 맺기 위해서도 전문경영인보다 영향력이 큰 오너의 활동이 필요한데 이 역시 제대로 뒷받침 되지 않을 수 있다는 점에서 향후 사업 방향에도 우려가 있을 수 있다”고 말했다.
▶8·15 사면까지 고난의 행군=이 부회장 사면 최종 변수는 임시 국무회의다. 일각에서는 문 대통령이 4일이나 6일 임시 국무회의를 소집해 사면을 논의할 수도 있다고 관측하고 있다. 정기 국무회의가 아닌 임시 국무회의를 열어서도 의결이 가능하다는 것이다. 하지만 사면 심사 등에 소요되는 절차를 고려했을 때 여전히 물리적 시간이 부족해 퇴임 전 사면 가능성이 높지 않다는 쪽으로 무게가 쏠리고 있다.
현 정권에서 사면이 진행되지 않을 경우 새 정부에서는 8월 광복절 특사가 가장 빠른 시점이다.
이 부회장 가석방이 지속된다면 해외에 나갈 때마다 법무부의 심사를 거쳐야 한다. 출국 목적이 명확할 때만 승인이 떨어진다. 취업제한으로 인해 이 부회장이 직함을 유지하며 대외활동을 하기 힘들단 설명이다.
이 부회장 사면 관련 여론은 매우 우호적이다. 한국사회여론연구소(KSOI)가 TBS 의뢰로 전국 만 18세 이상 성인 1012명을 대상으로 지난달 29~30일 실시한 여론조사(응답률 7.4%, 신뢰수준 95% 표본오차 ±3.1%p)에 따르면 이 부회장의 사면에 찬성한다는 응답은 68.8%, 반대한다는 응답은 23.5%였다.
김일환 성균관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사면은 정치적 고려를 해야 하는 부분이기에 신중할 수밖에 없을 것”이라며 “국민 전체를 위한 사면을 현재 정부가 부담을 느낀다면, 새 정부가 국민통합적 관점에서 재계와 정계 인사를 대상으로 사면을 하는 것도 시도할 만하다”고 언급했다. 김지헌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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