계양전기 횡령사건 땐 은닉 가상자산 검찰이 발견
사건에서 경찰 수사·범죄수익 추적 역량 입증해야
[헤럴드경제=강승연 기자] 수사와 기소를 분리하는 내용의 ‘검수완박(검찰 수사권 완전 박탈)’ 법안을 둘러싼 논란이 확산하면서 경찰이 수사 중인 우리은행 횡령 사건에 대한 관심도 덩달아 커지고 있다. 검찰이 경찰 수사를 의도적으로 비하하고 있다는 불만 기류가 형성되는 상황에서 경찰의 수사 역량을 입증할 시험대라는 관측도 나온다.
3일 헤럴드경제 취재에 따르면 최근 검수완박 논란과 맞물리면서 서울 남대문경찰서가 서울경찰청의 집중지휘를 받으며 수사 중인 우리은행 횡령 사건에 대한 경찰 안팎의 관심이 커지고 있다.
검수완박 법안인 검찰청법·형사소송법 개정안은 검찰의 직접 수사 대상을 기존 6대 범죄에서 경제·부패범죄 등 2개로 축소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이에 반발하고 있는 검찰은 검수완박 법안이 시행되면 경찰 수사력의 한계로 인해 국민들만 피해를 입을 것이라는 주장을 펴고 있다.
때문에 경찰로서는 이번 사건 수사를 통해 경제범죄 사건에 대한 경찰의 수사역량을 보여줘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김창룡 경찰청장은 지난 2일 기자간담회에서 “6대 범죄를 포함해 전체 범죄의 99%를 경찰이 수사한다”며 “검찰이 경찰의 수사 성과를 의도적으로 비하해 일선 수사경찰관들의 사기가 저하되고 자긍심이 훼손된 것은 상당히 유감스럽다”는 뜻을 밝힌 바 있다.
앞서 경찰은 연초 2200억원대 횡령 사건이 발생한 오스템임플란트의 자금관리팀장 이모(45) 씨를 수사해 ‘윗선 개입’ 없는 단독 범행임을 밝혀내고 검찰에 송치하기도 했다. 당시 수사팀은 횡령액 중 1400억원 가량에 대해서는 몰수·추징보전 등을 통해 회수를 추진했다.
반면 200억원대 계양전기 횡령 사건의 경우, 직원 김모씨가 빼돌린 회삿 돈으로 산 5억원 상당의 가상자산을 전처에게 맡긴 사실을 검찰이 밝혀내 범죄수익은닉규제법 위반 혐의를 추가했다. 경찰은 김씨를 체포할 때 전자지갑을 발견했으나, 보관 중이던 가상자산을 파악하지 못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번 우리은행 횡령 사건에선 횡령액 614억원 중 약 500억원은 구속된 직원 A씨가, 100억원 가량은 A씨 동생이 사용한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A씨는 500억원을 고위험 파생상품에 투자해 대부분 손실을 봤다고 주장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이에 경찰은 은닉 자금이 있는지 여부를 밝혀내는 데 수사력을 집중하고 있다. 서울청도 범죄수익추적팀을 투입해 횡령한 돈의 흐름을 살펴보고 있다. 경찰 관계자는 “아직까지 회수 가능한 금액이 어느 정도 되는지 파악되지 않았다”며 “확인되는 대로 몰수·추징보전 신청 등을 통해 회수할 예정”이라고 설명했다.
경찰은 A씨가 동생 외에 다른 가족들에게 돈을 빼돌려 숨겼을 가능성도 의심하며 다각도로 수사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A씨가 80억원을 넣었다고 주장하는 뉴질랜드 골프장 리조트 개발사업의 진위 여부도 수사 대상이다.
한편 경찰은 지난 2일 우리은행 본사와 A씨, A씨 동생의 자택 등을 압수수색하며 A씨가 은행 내부문서를 위조한 정황을 포착하고 명의인 조사 등을 진행할 것으로 전해졌다.
A씨는 2012년과 2015년 각각 173억원과 148억원을 수표로 빼냈고, 2018년에는 293억원을 이체 방식으로 빼돌린 뒤 해당 계좌를 아예 해지한 것으로 조사됐다. 이 과정에서 2012년과 2015년에는 부동산신탁회사에, 2018년에는 한국자산관리공사(캠코)에 돈을 맡겨 관리하기로 했다는 허위 문서를 작성해 승인을 받은 것으로 알려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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