싱가포르 새우 배양육 스타트업 시옥미트 인터뷰
[헤럴드경제=최준선 기자] 소고기 소비가 기후 변화에 악영향을 미친다는 것은 이미 널리 알려진 사실이다. 소들이 방귀로 내뿜는 메탄은 이산화탄소보다 심각한 온실 효과를 가져온다. 전 세계 온실가스 배출량 중 축산업이 차지하는 비중이 15%에 달할 정도다.
하지만 소고기보다도 지구에 악독한 식재료가 있으니, 바로 새우다. 새우 어획을 위한 저인망 어업은 일반 어업과 비교해 훨씬 많은 연료를 태운다. 양식도 해롭기는 마찬가지다. 동남아시아나 남미 지역에서 무분별하게 확장되는 새우양식장은 해안 생태계를 보존하는 핵심인 맹그로브숲을 파괴하는 주범으로 꼽힌다.
이처럼 많은 문제를 일으키는 새우 산업에 대안을 제시한 스타트업이 있다. 싱가포르의 배양 갑각류 제조 업체 시옥미트(Shiok Meats)가 그 주인공이다. 시옥미트는 줄기세포 기술로 새우 배양육을 개발하고 있다. 시제품을 선보인 3년 전에는 만두 한 개에 30만원을 훌쩍 넘을 정도로 생산 비용이 높았으나, 이르면 내년 중에는 일반 새우와 비슷한 가격으로 제품을 선보일 계획이다.
시옥미트를 설립한 줄기세포 과학자 산디아 스리람(Sandhya Sriram)과의 서면 인터뷰를 통해 지속가능한 새우의 가능성을 엿봤다.
-어떻게 사업을 시작하게 되셨나요?
“전 세계 인구 수는 계속 늘어나고 있고, 식량 부족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지속가능한 대안을 반드시 만들어야 한다고 믿었어요. 특히 파괴되고 있는 해양 생태계에 추가적인 부담을 주지 말아야 한다고 생각했고요.
아시아가 세계에서 가장 큰 해산물 소비국이자 수입국이며, 또 수출국이라는 사실을 아시나요? 그럼에도 우리가 사업을 시작했던 2018년 당시, 아시아에서 어느 누구도 배양육이나 대안 해산물을 고민하는 이들이 없었습니다. 당시 갑각류 배양육을 제조하는 기업이 전 세계적으로 없었는데도 말이죠.”
산디아 대표는 최고기술책임자(CTO)인 카 이(Ka Yi Ling) 박사와 함께 시옥미트를 설립했다. 두 사람 모두 20년 이상 관련 연구 경력을 가진 줄기세포 과학자다. 설립 후 3년여 만에 시옥미트의 임직원은 30명 이상으로 늘어났으며, 과학자, 식품 기술자 등이 함께 혁신적인 기술을 개발하고 있다.
-기존의 갑각류 산업은 환경에 어떤 악영향을 미쳐왔나요?
“현재 갑각류 어획 산업의 탄소 배출량을 따져보면, 1㎏ 생산할 때마다 187.9㎏을 배출하고 있습니다. 갑각류 양식만 따로 떼 봐도 돼지고기나 가금류 산업보다 더 많은 탄소를 배출하고 있고요. 심지어 어떤 연구는, 가재와 새우의 탄소 배출량이 소고기보다 심각하다고 지적하기도 합니다.
탄소 배출 뿐인가요. 새우 양식의 경우 전 세계적으로 맹그로브 숲이 유실되는 데 큰 영향을 미치고 있어요. 새우 양식장을 조성하는 과정에서 파괴된 맹그로브 숲의 면적이 1980년 이후로만 약 150만헥타르(약 45억평)에 달한다고 해요.
또 기존의 전통적인 생산 공정은 남획, 폐수 방출에 따른 해양 오염, 중금속 및 미세플라스틱, 성분 표기 불량 등 수많은 문제를 일으켜 왔습니다. 이런 형태의 생산은 지속가능하지 않아요. 앞으로 인구가 늘어나면서 더 심각해질 거고요.”
-갑각류 산업이 환경에 미치는 악영향은 많이 알려지지 않은 것 같아요. 수요가 적어서 그런가, 하는 생각도 드는데요. 전 세계적으로 갑각류에 대한 수요는 얼마나 되나요?
“전 세계 갑각류 시장의 규모는 약 1470억달러(약 186조원)로 추산됩니다. 생산량은 최근 수년 연간 약 4.5%씩 성장하고 있는데, 모든 양식업 중 가장 높은 성장률이에요. 특히 새우와 바닷가재 어획은 연료가 많이 투입되는 저인망 방식으로 이뤄지는데, 그렇다 보니 어업과 관련된 탄소 배출량이 늘어나는 데 많은 영향을 미치고 있습니다. 실제 갑각류는 전 세계 어획량 중 6% 밖에 안 되지만 총 배출량의 22%나 차지하죠.”
-일반적으로 배양육은 식물성 고기에 비해 비용이 크게 높고, 그래서 상용화가 어렵다고 여겨지는데요. 앞으로 비용은 얼마나 낮출 수 있다고 보시나요?
“모든 소비자들이 쉽게 배양 해산물에 접근할 수 있도록 하는 게 우리의 목표예요. 그래서 전통 해산물과의 가격 격차를 줄이는 게 굉장히 중요합니다. 제품이 출시될 때에는 1㎏당 50달러까지 낮출 수 있도록 노력하고 있어요.
저희는 다양한 비(非) 동물성 성장인자, 식품 등급의 배지(세포 배양에 필요한 영양소가 들어 있는 액체나 고체), 그리고 낮은 비용으로 규모 있게 양산할 수 있는 식물성 대안들로 생산 시스템을 만들어 가고 있습니다. 대규모 양산을 위해 싱가포르에서 시범 생산 시설을 짓고 있고, 이후엔 생산 비용을 더 낮출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고요.
전통육의 가격은 앞으로 계속 더 오를 거잖아요. 가격 격차를 해소하는 것이 불가능하지만은 않습니다.”
지난 2019년 시옥미트가 공개한 실험실 배양 새우만두 시제품(프로토타입)의 생산 비용은 1㎏당 5000달러에 달했다. 만두 한 개 가격으로 계산하면, 원화로 38만원 수준이다. 만약 시옥미트가 내년 중 양산 제품을 출시하고 생산 비용을 1㎏당 50달러까지 낮추는 데 성공한다면, 약 4년 만에 생산 비용을 100분의1로 줄이게 된다.
-시옥미트의 배양육이 기존 해산물에 비해 가지는 제품 자체로서의 장점은 뭔가요?
“우선 양식 해산물과 비교해 우리의 공정이 최소 6배 이상 빨라질 거예요. 그리고 우리는 갑각류가 바다에서 자라나는 과정에 필요한 영양 성분과 유사한 영양 배지를 세포에 공급합니다. 이 배지는 아미노산, 탄수화물, 단백질, 지질, 비타민, 미량 원소를 포함하고 있고요. 동물과 환경 뿐만 아니라 건강에도 친화적일 수 있도록 여러 기술 특허를 출원하고 있습니다.”
시옥미트는 창업 이후 약 3년 동안 글로벌 투자자들로부터 3000만달러(약 380억원)의 투자금을 유치했다. 이는 동남아시아의 모든 배양육 및 전통육 스타트업 중 최대 규모라고 산디아는 설명했다. 특히 투자자 중에는 우아한형제들의 해외 법인인 우아브라더스아시아홀딩스, CJ제일제당 등 한국 기업도 있다. 기후변화 대응 기술에 주목하고 있는 임팩트 투자사 인비저닝파트너스도 눈에 띈다.
배양육이 기존 전통육처럼 대중적으로 소비되려면 시옥미트를 비롯해 더 많은 배양육 기업들이 제품을 선보여 시장의 규모를 키워야 한다. 그래서 일까. 산디아는 아시아태평양 지역의 유망 배양육 기업들과 협력을 도모하기 위한 협의체 ‘세포농업을 위한 소사이어티’(APAC-SCA)를 설립하기도 했다. 함께 식품의 진보를 연구하고 대체 단백질 분야의 혁신을 당겨보자는 취지에서다.
“아직 제품을 내놓은 배양육 회사가 많지 않기 때문에, 배양육에 대한 양적 수요를 정확히 추정하긴 힘듭니다. 하지만 질적 수요를 살펴보면, 잔인함 없이 생산된 고기와 해산물에 대해 알아보려는 소비자들이 매년 늘어나고 있음을 볼 수 있어요. 우리가 시장에 진입한다면, 2050년에 100억명까지 늘어날 인류의 식량 안보 문제를 해결하는 데 도움을 줄 수 있을 겁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