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 대통령 임기 말 사면카드 사용하지 않을 듯
이재용 부회장 취업제한 지속…대규모 투자 막힐 듯
[헤럴드경제=김지헌 기자] 문재인 대통령이 임기 말 마지막 사면 카드를 사용하지 않을 것으로 알려졌다. 지난해 8월 가석방 후 취업 제한이 지속된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 사면도 끝내 무산될 수순이 되면서 삼성 측도 당혹감을 감추지 못하고 있다. 반도체·로봇 등 삼성의 미래 대규모 투자 또한 성장 동력이 크게 위축될 수밖에 없다는 우려가 제기되고 있다.
2일 정치권과 업계에 따르면 문 대통령은 마지막까지 사면 가능성을 두고 고심을 거듭했으나 최근 사면을 하지 않는 쪽으로 가닥을 잡았으며 내부에서도 이 같은 기류가 공유된 것으로 전해졌다.
문 대통령이 주재하는 마지막 국무회의가 3일 예정됐기 때문에 적어도 하루 전인 이날에는 법무부 사면심사위원회에 소집 통보가 전달됐어야 한다. 그래야만 심사위가 회의를 소집해 사면 대상자들의 적절성 여부를 판단하고 이를 청와대에 보고, 국무회의까지 올릴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현재까지 법무부에는 사면심사위원회와 관련한 어떤 지침도 하달되지 않았다.
최근까지 이재용 부회장 사면 여론이 커졌지만 결국 무위로 돌아갈 가능성이 커지게 됐다.
한국사회여론연구소(KSOI)가 TBS 의뢰로 지난달 29일부터 이틀간 전국 만 18세 이상 1012명을 대상으로 사면 찬반 의견을 물은 결과,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의 사면에 68.8%가 찬성했다. 이 부회장 사면에 반대한다는 답변은 23.5%에 그쳐 찬성 의견이 3배에 육박했다.
이 부회장의 사면을 요구하는 경제계·산업계 요구도 지속돼 왔다. 삼성전자 협력업체 모임인 ‘협성회’는 이 부회장의 특별사면복권을 요구하는 청원서를 청와대와 법무부에 제출했다. 협성회는 삼성전자와 거래하는 1차 협력사 가운데 매출 비중, 업체 평가 등 일정 조건을 충족한 207개 업체의 자체 협의기구로 1981년 출범했다.
협성회는 청원서에서 “당면한 위기 극복에 적극적으로 앞장서야 할 삼성전자 이재용 부회장에 대한 사면복권을 통해 기업경영에 전념할 수 있도록 해주실 것을 간곡히 호소드린다”고 밝혔다. 이어 “(이재용 부회장의) 경영 공백에 따라 수많은 1차, 2차, 3차 협력사들의 생존권이 위협받고 있다”며 “기업은 미래 예측이 가능한 시장 환경에서 성장이 가능하기 때문”이라고 덧붙였다.
최근 대한상공회의소와 한국무역협회, 중소기업중앙회, 한국경영자총협회, 한국중견기업연합회 등 경제 5단체도 이재용 부회장과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이 포함된 기업인의 사면복권을 청원한 바 있다.
앞서 문재인 정부에서 실시된 총 5번의 사면에서 이 부회장은 계속 제외됐다.
이에 지난해 8월 가석방 후 취업제한에 묶여 파운드리(반도체 칩 위탁생산) 등 새 먹거리 투자가 진척되지 않으면서, 이 부회장 중심의 리더십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제기됐다.
올 들어 이 부회장의 공식 경영 활동은 전혀 없다. 국내에서 주요 기업인을 만나거나 해외 출장을 나가지도 못했다. 가석방 이후 취업 제한, 보호관찰 조치에 따라 활동이 제한되기 때문이다.
삼성전자의 대규모 M&A나 사업 투자를 위해 이 부회장이 해외 기업들과 미팅을 하려고 하면 재판 불출석 사유를 밝혀야 하는데, 이 경우 해외 기업과 비공개 만남이 노출돼 사업 논의 속도가 지지부진해질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이 부회장의 발이 묶이면서 삼성전자의 미래 먹거리 발굴도 힘을 받지 못하고 있다. 특히 더 치열해진 파운드리 경쟁이 문제다. 이미 2019년에 삼성전자는 2030년까지 시스템반도체 글로벌 1위를 달성하겠다는 ‘시스템반도체 비전 2030’을 발표했지만, 경쟁사가 오히려 가파른 속도로 치고 나가고 있다.
삼성전자의 올해 1분기 시설투자는 7조9000억원, 이중 반도체 투자는 6조7000억원에 불과하다. 미래 먹거리로 불리는 파운드리 기업들의 투자를 생각하면 소규모 수준이란 지적이 따른다.
여기에 2017년 전장기업 하만 인수 이후 삼성전자의 대규모 기업 M&A는 5년 동안 사실상 막혀 있다.
이에 공격적 투자를 위해서는 이 부회장 사면을 통한 과감한 결단이 필요하단 주문이다. 대규모 사업 확장을 위한 투자에는 전문경영인이 아닌 오너 리더십이 필수란 분석이 제기됐다.
업계 관계자는 “국가 경제를 떠받치는 반도체 산업에 대한 글로벌 경쟁에서 밀릴 수 있어 우려스럽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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