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년 4개월간 김앤장 고문으로 19억 7000만원
고액 급여보단 공직-민간업체 오가는 인사가 본질
전직 대법관, 청와대 비서관 등 분야도 다양
김소영 대법관 임기 마치고도 53세…공직자 수명 짧아
‘로비스트’ 비판, 김영무 창립자 공격적 영입 원인 분석도
[헤럴드경제=좌영길 기자] 한덕수 국무총리 후보자의 거액 보수 문제가 불거지면서 김앤장 법률사무소 출신 ‘회전문 인사’ 논란이 재현되고 있다. 유독 인재 풀이 두터운 김앤장의 특성상 고위 공직자 진출 사례가 잦을 수 밖에 없지만, 한 번 민간 업계에 진출한 인사가 다시 공직으로 되돌아가는 것은 급여의 많고 적음을 떠나 그 자체로 문제가 된다는 지적도 적지 않다. 일단 검증된 자원은 영입하고 보는 김앤장의 영입전략에 따른 현상이라는 분석도 있다.
28일 더불어민주당에 따르면 한 후보자는 2017년 12월부터 4년 4개월 동안 김앤장 고문으로 재직하며 받은 보수는 19억 7000여만원이다. 지난해를 기준으로 김앤장에서 고문 직함을 가지고 활동하는 인사는 70여명 규모다.
한 후보자가 받은 급여는 연간 5억원이 채 되지 않는다. 법조계에선 급여만 놓고 본다면 전직 국무총리 인사로선 많은 편이 아니라는 의견이 많다. 실제 자문 수행을 했느냐가 관건이지, 업무를 수행하고 받은 대가라면 정상적인 범위 내라는 평가다. 김오수 전 검찰총장의 경우도 법무부 차관 퇴임 후 한 소형 로펌으로부터 월 2900만원 선의 자문료를 받은 사실이 알려지기도 했다. 한 현직 부장검사는 “총리를 하고 김앤장을 갔다가 다시 총리를 하는 자체가 문제이지, 일을 하고 받았다면 많은 액수는 아니다”라고 평가했다.
특히 김앤장에는 전직 판사, 그 중에서도 법원행정처 요직을 경험한 전직 고위 공직자가 다수 포진해 있다. 최근 영입한 이상훈 전 대법관은 2010년 법원행정처 차장을 지냈고, 이듬해 대법관을 역임한 뒤 퇴임 후 김앤장에 자리를 잡았다. 김용덕 전 대법관 역시 법원행정처 차장 출신이고, 최초의 법원행정처장을 지낸 김소영 전 대법관 역시 김앤장에 영입됐다. 법원행정처 출신들은 송무에 실력을 갖추고 있다는 장점 외에 정무적 감각도 함께 갖추고 있어 로펌 영입 1순위로 꼽힌다. 김앤장의 경우 대국회 업무 경험이 많은 법원행정처 기획조정실 심의관 출신 판사들을 특히 선호하는 편이다.
문제는 김앤장을 거쳐 다시 공직으로 회귀하는 ‘회전문 인사’를 어떻게 볼 것이냐다. 김앤장은 한덕수 전 총리 외에도 정부 인사들의 인재 풀 역할을 하고 있다. 판사 출신의 권오창 변호사의 경우, 김앤장에서 활동하다 2014~2015년 청와대 공직기강비서관을 지내고 복귀했다. 신현수 변호사는 검찰 출신으로, 참여정부에서 대통령실 사정비서관에 발탁된 후 검찰로 복귀하지 않아 법조계에서 호평을 받았다. 다만 김앤장에서 경력을 쌓은 뒤 문재인 정부 출범과 동시에 국가정보원 기획조정실장을 지냈고, 김앤장으로 돌아왔다가 2020년엔 청와대 민정수석을 맡았다.
법조인 외에도 참여정부에서 금융감독원장을 지낸 윤증현 씨도 2008~2009년 김앤장 고문을 거친 뒤 기획재정부 장관으로 다시 발탁됐다. 전직 국무총리로는 한덕수 후보자 외에도 김대중 정부 한승수 전 외교통상부 차관 사례가 있다. 2002년까지 외교통상부 장관을 지낸 뒤 2004년 김앤장 고문으로 활동했고, 2009년 국무총리로 발탁됐다.
전직 고위직 공무원이 로펌으로 직행하는 경우, 직무상 취득한 고급 정보나 인맥이 로펌의 자산으로 활용되기도 한다. 최근에는 로펌의 입법업무 역할이 강조되면서 국회나 정부를 상대하는 사실상의 ‘로비스트’ 역할을 맡는 경우도 많다. “입법이라는 게 꼭 국회에 한정된 것은 아니다. 기업 입장에서는 시행령 한 줄만 바꿔도 수백억 원이 오가는 문제가 될 수 있다. 돈을 주고, 차를 주면서 사람을 데려오는 건 그만한 값을 하기 때문이다.” 한 대형로펌 관계자의 말이다.
김앤장의 공식 입장은 ‘법인이 아닌 조합체일 뿐’이라는 것이다. 법무법인이 아니기 때문에 소속 구성원들이 개별적으로 활동하는 것이라는 설명이다. 하지만 실제 구심점은 여전히 1942년생인 창립자 김영무 변호사라는 게 공통적인 평가다. 더불어민주당이 한덕수 후보자 인사 검증 과정에서 ‘VIP 접대’라고 비판한 지점도 김앤장이 인사 영입에 공을 들이는 과정에서 생긴 해프닝이라는 평가가 많다. 김 변호사가 자신이 소유한 한옥을 개조한 식당에서 영입 대상을 따로 만나 면담하고, 함께 일할지 여부를 결정하는 일이 잦다는 것이다.
평균 수명이 길어지는데, 고위 공직자들이 너무 일찍 퇴임하는 데서 근본 원인을 찾아야 한다는 지적도 나온다. 양승태 전 대법원장은 현직일 때 실제 판사들이 모인 자리에서 김영란 전 대법관을 거론하며 ‘너무 일찍 대법관이 되어서 법원이 충분히 활용하지 못했다’고 말했다고 한다. 양 전 대법원장의 지명으로 대법관이 됐던 김소영 변호사는 1965년생으로, 2018년 대법관 임기를 마치고도 53세에 불과했다. 대법원장과 대법관, 헌법재판관 정년은 만 70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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