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
11일 국회 도서관 대강당에서 화상 연설
“한국엔 러 미사일 막을 군사 장비 있다”
한국전쟁도 언급…“그때 국제사회 도움”
“우리와 함께 서서 러시아에 맞서달라”
[헤럴드경제=배두헌 기자]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은 11일 국회 화상 연설을 통해 "한국에는 러시아 미사일을 막을 수 있는 여러 군사 장비가 있다"며 우리 정부의 지원을 공식 요청했다.
젤렌스키 대통령은 이날 오후 국회 도서관 대강당에서 화상으로 진행된 연설에서 "이런 무기를 우크라이나가 받게 되면 일반 국민들의 목숨을 살릴 수 있는 것뿐만 아니라 우크라이나를 살릴 수 있는 기회이고, 우크라이나뿐 아니라 다른 국가들도 러시아의 공격을 받지 않도록 하게 해줄 것"이라며 이같이 밝혔다.
젤렌스키 대통령은 "러시아는 이 전쟁을 갑자기 시작한 게 아니라 10년 넘게 막대한 자원을 동원해 준비해왔다"며 "이 전쟁은 아직 끝날 때까지 길이 멀다. 러시아는 우크라이나의 독립을 빼앗고, 우크라이나를 분리시키고자 한다"고 설명했다.
이어 러시아가 우크라이나 민족과 문화, 언어 등을 없애고자 한다는 사실도 전했다.
그는 "러시아가 점령한 우크라이나 지역들에서 가장 먼저 찾아내는 사람들은 민족 운동가와 우크라이나의 역사, 우크라이나어를 가르치는 선생님들"이라며 "이런 사람들부터 찾아내서 학살하는 것은 러시아 지도부에서 내려진 명령이자 전략"이라고 했다.
또 러시아가 우크라이나를 점령한 뒤엔 다른 국가를 공격하고 나설 것이라면서, 한국이 과거 전쟁 당시 국제사회의 도움을 받았던 점도 언급했다.
그는 "대한민국 국민 여러분, 1950년대 전쟁을 한 번 겪으셨고 수많은 민간인들이 목숨을 잃었다. 하지만 한국은 이겨냈다. 그때는 국제사회가 많은 도움을 줬다"며 "지금 러시아가 저절로 멈출 거라는 기대는 없다. 국제사회의 동원으로 러시아가 변화를 선택하도록 만들어야 한다"고 호소했다.
러시아에 대한 경제 제재 참여도 당부했다.
젤렌스키 대통령은 "물론 국제사회에서는 (러시아에 대한) 수많은 경제 제재가 도입됐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러시아는 아직도 그 제재의 영향이 부족한지 멈출 생각을 않고 있다"며 "앞으로 국제은행들은 러시아 은행들과의 협력을 완전히 멈춰야 하고, 다른 국가의 기업들은 러시아와의 협력을 완전히 중단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국제 기업들이 러시아에서 철수하고, 러시아에서 세금을 내지 않고, 러시아 경제를 지지하지 않으면, 러시아는 전 세계와 타협을 찾으려고 할 것"이라면서 "그렇지 않으면 러시아는 지금처럼 화학무기와 핵무기를 내세우며 전 세계를 협박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젤렌스키 대통령은 "모든 나라가 독립을 가질 권리가 있고, 모든 도시들은 평화롭게 살 권리가 있고, 모든 사람들은 전쟁으로 인해 죽지 않을 권리가 있다"며 "우리는 바로 이런 것을 위해 싸우고 있다. 이를 위해 우리와 함께 서서 러시아에 맞서주시기를 부탁드린다"고 했다.
이어 러시아군의 공격으로 초토화된 마리우폴 시내의 참상을 보여주는 짧은 영상을 재생한 그는 "이는 바로 러시아의 짓이다. 여러분께서 우리를 도와주시고 지원해주시기를 요청한다. 감사하다"며 연설을 마쳤다.
이날 젤렌스키 대통령의 화상 연설은 더불어민주당 소속 이광재 국회 외교통일위원장이 외통위 주관으로 우크라이나 측에 제안해 성사됐다.
민주당 윤호중·박지현 공동비상대책위원장과 박홍근 원내대표, 국민의힘 이준석 대표와 권성동 원내대표, 정의당 여영국 대표와 배진교 원내대표 등 각당 지도부가 참석해 젤렌스키 대통령의 연설을 들었다.
badhoney@heraldcorp.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