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수노조 타임오프 신청하자 상급자 폭언

직장 내 괴롭힘 호소에 경징계 처분만

회사측 “지회장 잦은 휴가 따른 생산애로 호소

가해자 징계처분·재발시 중징계 경고 등 노력”

지난달 민주노총 세종충남지부와 정의당 충남도당 관계자들이 SGC솔루션 천안공장 앞에서 소수노조에 대한 부당한 처우를 규탄하는 피켓시위를 하고 있다. [정의당 충남도당 제공]
지난달 민주노총 세종충남지부와 정의당 충남도당 관계자들이 SGC솔루션 천안공장 앞에서 소수노조에 대한 부당한 처우를 규탄하는 피켓시위를 하고 있다. [정의당 충남도당 제공]

생활유리 전문기업 SGC솔루션(대표 문병도)이 직장 내 괴롭힘 문제를 처리하면서 가해자와 피해자를 분리하지도 않고, 되레 피해자에게 부서 이동을 권하는 등의 조치를 했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사측은 이에 대해 적법한 모든 조치를 했다고 밝혔다.

11일 본지 취재를 종합하면 SGC솔루션 천안공장에서 화섬노조 세종충남지부 SGC솔루션 지회를 이끌고 있는 김 모 지회장의 타임오프(근로시간면제 한도제) 사용을 두고 상급 관리자가 폭언을 한 것으로 확인됐다. 김 지회장에 따르면 현장에서 가장 높은 직급인 기장에게 타임오프 사용 등 노조활동을 위한 보고를 할 때 폭언이 돌아왔다.

지난 1월 말 같은 반 동료들이 지켜보는 사무실에서 기장이 김 지회장에게 쇠로 된 1m 길이의 책상 걸쇠를 휘둘러 위협을 가하기까지 했다. 김 지회장은 “지난해 말부터 해당 기장의 말이 심해져 몇 차례나 시정을 요청할 정도였다”며 “타임오프를 쓰겠다고 서류를 내니 이를 집어 던지며 욕설을 하고, 책상 걸쇠를 두 차례 휘둘렀다. 같은 반 동료들이 다 보는 앞에서 모욕을 당한 셈”이라고 밝혔다.

김 지회장은 사건 발생 이틀 후 서울 본사에 부당노동행위와 직장내 괴롭힘으로 신고했다. 본사에서는 김 지회장과 해당 기장에게 화해하라며 자리를 만들었으나 문제는 원만히 해결되지 못했다. 김 지회장은 피해자로서 사과를 받아야 할 입장인데 ‘화해’라는 형식을 받아들이기 어려웠다고 전했다.

이에 대해 SGC솔루션 측은 “근로기준법 제76조3 제3항에 따라 직장 내 괴롭힘 피해근로자 보호를 위하여 필요한 경우 근무장소의 변경, 유급휴가 등 적절한 조치를 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보호하기 위해 필요한 경우이므로 반드시 그런 조치를 하지 않았다고 해서 문제가 되는 것은 아니”라고 밝혔다.

이어 “그럼에도 불구하고 ▷조사기간 중에는 가해자와의 분리를 위해 부서이동이 아닌 교대조 시간대 이동을 제안한 것이고 ▷조사 이후에는 기장의 교대조를 변경해서 근무장소를 분리하겠다고 하였으나 피해자가 기장을 아예 생산라인에서 빼라고 과도한 요구를 해 아직 최종 결론이 내려지지 않았다”고 해명했다.

이후 사측의 대응도 문제 소지. 징계위원회를 열어달라 요청한 김 지회장에게 부서이동을 권고한 것. 김 지회장이 왜 피해자가 부서를 이동해야 하느냐며 거부하자 별 다른 조치 없이 징계를 마무리했다. 직장내 괴롭힘 발생 시 가해자와 피해자를 분리하는 기본조치도 하지 않은 것이다. 직장내 괴롭힘 방지를 규정한 근로기준법 제76조의 3중 5항은 직장 내 괴롭힘 행위자에 대해 징계, 근무장소의 변경 등 필요한 조치를 해야 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SGC 측은 이와 관련, “회사는 지체 없이 직장내 괴롭힘 조사절차를 마무리하고 행위자에 대한 징계조치를 하는 등 법적의무를 다 이행했다”며 “가해자의 조 변경 및 근무장소 분리조치를 시행하려 했으나 피해자가 이를 받아들이지 않았다. 가해자의 생산라인 배제를 요구해 근무장소 분리는 아직 협의 중인 단계”라고 했다.

지난달 징계위에서 내린 처분은 경고에 그쳤다. 앞으로 이같은 행위가 반복되면 해당 기장을 전보발령 시키겠다는 경고만 내린 것이다. 사측은 “김 지회장이 타임오프 및 휴일근무면제, 백신접종 휴일 청구로 장기간 휴가를 청구해 기장 입장에서는 생산라인 가동에 어려움을 표출한 사건”이라며 “소수노조에 대한 부당노동행위나 경영진에서 지시해 발생한 것이 아니”라고 설명했다. 평소에도 지회장의 휴무가 잦아 대체근무를 해야 하는 직원들의 부담이 컸다는 것이다.

그러나 조사 과정에서 소수노조인 지회와 교대노조인 한국노총 소속 기존 노조의 입장 차를 고려하지 않았다는 게 지회측 지적. 지회는 지난 2018년 10월 설립돼 논산 공장과 천안 공장에 노조원이 각 5명씩 총 10명뿐이다. 반면 한노총 소속 기존 노조는 논산에 107명, 천안에 77명을 노조원으로 둘 정도로 규모가 크다. 사측이 유독 지회활동에 까다롭게 군다는 게 지회측 주장이다.

지회 소속 노조원들을 배척하는 사내 분위기를 감안하면, 지회장의 타임오프를 두고 잦은 휴무로 타 근로자들에게 부담을 준다는 말도 받아들이기 어렵지 않겠냐는 것이다. 이번 일에서도 해당 지회장이 백신휴가를 쓴 것은 2월 3일, 타임오프 신청 날짜는 2월 16일로, 2주 정도 떨어져 있었다.

SGC솔루션은 “지회 요청에 따라 인사위원회 시 회사는 가해자에게 징계처분을 했으며, 향후 재발방지에 혼신의 노력을 다하라고 경고했다. 재발 시 중징계 및 부서이동 등의 전보조치를 취할 것이라고 엄중 문책했다”고 설명했다. 또 지회측 말처럼 한노총 가입 종용이나 민노총 배척은 허위주장으로 전혀 사실이 아니라고 밝혔다.

도현정 기자


kate01@heraldcorp.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