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헤럴드경제=최준선 기자] “온실가스 배출량 감축과 관련해, 이미 우리는 다른 국가들에 비해 월등히 급격한 속도로 줄여야 달성 가능한 목표를 내걸었습니다.”
지난 20대 대통령 선거 기간, 헤럴드경제가 주요 후보자들에게 주요 환경 쟁점에 대한 입장을 질의했을 때 윤석열 대통령 당선인으로부터 받은 답변 중 일부다. 앞서 지난해 정부는 2030년까지 국가 온실가스 감축목표(NDC)를 기존(2018년) 대비 40% 줄이겠다고 국제 사회에 선언한 바 있다. 이보다 목표치를 높일 계획이 있느냐는 질문에, 윤 당선인은 ‘우리는 이미 과도한 목표를 내걸었다’는 입장을 내놓은 것이다.
실제 우리나라는 2030 NDC 40%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 올해 이후 연평균 4.17%씩 배출량을 줄여나가야 한다. 일본 3.56%, 미국 2.81%, 영국 2.81%, EU 1.98% 등과 비교해 다소 도전적인 목표다.
하지만 이상한 점이 있다. 정부는 지난해 10월 국무회의에서 2030 NDC를 40%로 내걸 당시, 국제 사회가 기울이고 있는 노력과 비슷한 수준이라고 설명했다. 세계 경제에서 큰 비중을 차지하는 주요 7개국(G7)의 NDC 목표치를 살펴보자. 우리나라와 마찬가지로 2018년 대비 감축 목표로 환산할 경우, 미국 44~47%, 영국 45%, 프랑스 46%, 이탈리아 52%, 캐나다 39~44%로 우리와 비슷하거나 오히려 높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우리나라보다 낮은 국가는 일본(39%)과 독일(34%) 한 곳뿐이다.
목표치는 비슷한데 왜 우리나라의 감축 속도가 더 가팔라야 할까. 그 이유는, NDC의 기준점으로 제시된 2018년 이후 지난해까지 3년여 기간 동안 우리나라는 이산화탄소 배출을 충분히 감축해내지 못했기 때문이다.
국제에너지기구(IEA)에 따르면, 지난 2020년 기준 우리나라의 이산화탄소 배출량은 5억7070만t으로 전년 대비 2.6% 감축했는데, 이는 같은 기간 미국(8.5%), 일본(9.1%), 독일(9.1%), 캐나다(8.3%) 등 국가가 거둔 감축 성과에 비해 현저히 낮은 성적이다. 같은 기간 국민 1인당 이산화탄소배출량 감축률 역시 우리나라는 2.7%에 그쳐, G7 국가 평균(9.0%)의 3분의1 이하 수준이다.
그간의 탄소 배출 감축 속도가 앞으로도 이어질 경우, 우리나라의 1인당 이산화탄소 배출량은 주요국 최상위권으로 올라설 수도 있다는 우려가 일각에서 나온다.
지난해 사단법인 기후변화행동연구소가 비영리단체 ‘글로벌 카본 프로젝트(GCP)’ 및 네덜란드 환경평가청(PBL) 자료를 참고해 발표한 보고서에 따르면, 2020년 기준 명목 국내총생산(GDP) 상위 10개국 중 1인당 이산화탄소 배출량이 가장 높은 것은 미국(16.06t), 캐나다(15.41t), 한국(9.17t) 순이다. 중국은 총 배출량에서는 1위였지만 전체 인구로 나눈 1인당 배출량은 7.1t으로 6위에 그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