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쟁 뛰어넘어 하나 된 시간
‘세계 평화 염원 특별 콘서트’
헤경·KH·예술의전당 주최
서울팝스오케스트라 협연
[헤럴드경제=고승희 기자] “연주회를 찾은 많은 관객들을 보고 굉장히 놀라고 감동 받았습니다. 양국은 멀리 떨어져 있지만, 한국의 많은 사람들이 우크라이나의 상황에 대해 사랑과 평화를 희망하는 마음을 보여줬다고 생각합니다.”
지난 23일 저녁 서울 예술의전당 콘서트홀에서 열린 ‘세계 평화 염원 특별 콘서트’에서 만난 드미트로 포노마렌코 주한 우크라이나 대사는 이렇게 말했다.
열한 살의 국악 소리가 김태연부터 70대의 장사익까지, 한국은 물론 우크라이나와 러시아의 연주자까지…. 무대는 국적과 세대를 초월했고, 음악은 정치와 전쟁을 뛰어넘었다.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이후 한 달 만에 열린 이날의 평화 콘서트는 3주의 짧은 기간 동안 기획해 공연까지 올라갔다. 헤럴드경제와 코리아헤럴드, 예술의전당, 서울팝스오케스트라가 공동 주최하고 “음악으로 우리가 할 수 있는 일을 하자”며 음악인들이 마음을 모았다. 유인택 예술의전당 사장은 “음악이 무기와 철조망, 장벽을 뛰어넘을 수 있다고 믿는다. 그래서 이번 콘서트는 많은 의미가 있다”며 “음악을 통해 갈등을 극복하고 평화와 화합을 위한 시간이 만들어지리라 본다”고 말했다.
70명의 서울팝스오케스트라에는 4명의 우크라이나 연주자, 8명의 러시아 연주자를 포함해 스무 명 가량의 외국인 단원이 속해있다. 그중 우크라이나 출신 단원인 지우즈킨 드미트로는 고국을 지키기 위해 3월 초 한국을 떠나 무대에는 오르지 못했다. 그간의 긴박한 정세와 서울팝스오케스트라 단원들의 이야기는 다양한 연령과 국적의 관객을 공연장으로 이끌었다. 이날 관객들은 우크라이나 국기의 노랑과 파란색을 담은 마스크를 착용하며 세계평화 염원에 마음을 보탰다. 이 마스크의 이미지는 허욱 작가가 제작해 기부, 주최 측에서 관객에게 제공했다.
콘서트는 클래식, 팝, 재즈부터 국악, 대중가요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장르를 아울렀다. 서울팝스오케스트라를 지휘하는 하성호 단장이 작곡, 애국가와 아리랑이 조화를 이룬 ‘대한민국 판타지’로 시작한 무대는 전쟁의 아픔을 들여다보고, 화합을 바라는 곡들로 이어졌다. 바리톤 고성현은 전쟁에 나가는 아들을 보내는 아버지의 마음을 담은 ‘대니 보이(Danny Boy)’, 소프라노 진윤희와 함께 세계평화와 인류애를 노래한 ‘나는 믿어요(I Believe)’를 들려줬다. 성악 앙상블 라클라쎄(La Classe)가 ‘볼라레(Volare)’를 부르자 관객들은 박수로 화답하며 분위기를 끌어올렸다.
1부가 성악가들의 무대였다면, 2부는 소리꾼들의 무대였다. 트로트 경연 프로그램 ‘미스트롯2’로 사랑받은 김태연은 “끝나지 않을 것 같은 지치고 고단한 길을 걷는 이들을 위한” 위로의 노래인 ‘바람길’을 불렀다. 공연 전 만난 김태연은 “전쟁은 너무나 안타깝고 슬픈 일이지만, 나와 비슷한 또래의 아이들이 전쟁 속에서도 희망을 찾았으면 좋겠다”며 “이 시기를 잘 이겨내 다시 행복해지길 바란다”는 마음을 전했다. ‘봄날은 간다’, ‘님은 먼곳에’를 들려준 장사익은 “오랜 인류의 역사 속에서 우리는 고작 100년을 살아간다. 한 점에 불과한 이 시간에 이념이나 정치로 싸우고 미워할 시간이 있겠냐”며 “오늘의 음악이 평화의 메아리가 돼 울리길 바란다”고 말했다. 무대는 1988년 서울올림픽 주제가였던 ‘손에 손잡고’로 마무리됐다. 모든 출연자가 함께 하는 이 노래가 시작되자, 콘서트홀을 꽉 메운 관객들은 머리 위로 손을 흔들며 다시 찾아올 평화를 간절히 염원했다.
드미트로 포노마렌코 대사는 “한국의 관객들이 우크라이나의 상황을 단순히 다른 나라의 일이라고 여기지 않고 마음을 보여주시는 것에 대해 감사하다”고 소감을 들려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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