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야포함 사국시대, 호남서만 22점 발굴
[헤럴드경제=함영훈 기자] 로마제국에 쇠퇴하고, 유목민 고트 등 게르만족이 처음으로 나라를 세웠던 5세기 후반, 백제의 지체높은 여성과 남성은 금동신발을 신었다.
백제를 비롯한 삼한은 지금의 유럽의 주류세력이 나라 다운 나라를 겨우 세우기 시작할 무렵, 이미 찬란한 선진문화를 향유하고 있었던 것이다.
5세기 후반경에 제작된 나주 정촌고분 금동신발은 예술성과 보존상태가 매우 양호해 지난해 4월 국가지정문화재 보물 반열에 올랐다.
금동신발의 발등에는 다른 신발에서는 찾아볼 수 없는, 마치 용이 승천하는 듯한 모양의 용머리 장식이 부착되어 있다.
신발의 좌우 옆판에는 상하 2단으로 연속된 육각문 내부에 상상 속 동물들이 다양하게 표현되어 있다.
용, 봉황, 하나의 긴 몸에 두 개의 얼굴을 가진 일신양두(一身兩頭), 사람 머리에 새의 몸을 표현한 인면조신(人面鳥神)과 짐승의 머리에 새 몸인 수두조신(獸頭鳥神), 날개를 펼친 새, 불꽃 모양의 화염문(火焰文, 불꽃무늬), 그리고 바닥 판에는 두 귀에 발이 있는 괴수형의 짐승, 연꽃무늬 등이 배치되어 있다.
특히, 일신양두 문양은 정촌고분 금동신발에만 있는 독특한 문양으로 여성의 상징인 땅의 신을 의미한다.
또한, 이 신을 신었던 출토 인골을 분석한 결과, 금동신발의 주인이 40대 여성임이 밝혀져 당시 여성의 사회적 지위가 매우 높았음을 알 수 있다.
문화재청 국립문화재연구원 국립나주문화재연구소(소장 이은석)는 23일 나주 정촌고분 출토유물인 금동신발이 국가지정문화재인 보물로 지정된 것을 기념하여 금동신발에 새겨진 다양한 문양을 수록한 ‘신선되어 하늘 나라샤’도록을 발간, 공개했다.
도록은 신발에 담긴 다양한 문양을 세부적으로 소개하는 등 나주 정촌고분 출토 금동신발의 형태와 문양에 대한 해석을 중점적으로 담고 있다.
참고로, 나주 정촌고분은 나주 복암리 고분군(사적)과 인접해 있으며, 금동신발 1쌍이 출토된 1호 돌방무덤을 중심으로 독널, 돌덧널, 돌방 등이 추가 매장되어 있는 고분이다.
가야를 포함한 사국시대에, 백제 권역에서는 지금까지 총 22점의 금동신발이 확인된 바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