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림책 세계로 들어오도록 한 작가분들 이름 옆에 설 수 있다는 게 영광이죠. 너무 큰 상이어서 얼떨떨합니다.”
그림책 ‘여름이 온다’의 이수지(48) 작가가 ‘아동문학계 노벨상’이라 불리는 ‘한스 크리스티안 안데르센상’을 받았다. 국제아동청소년도서협의회(IBBY)는 21일(현지시간) 이탈리아 볼로냐 국제아동도서전 개막 기자회견에서 안데르센상 일러스트레이터 부문 수상자로 이 작가를 선정했다고 밝혔다.
한국 작가가 안데르센상을 받은 것은 처음이며, 아시아에서는 1984년 일본 작가 미쓰마사 아노 이후 38년 만의 수상이다.
안데르센을 기려 1956년 제정된 상은 앤서니 브라운, 아스트리드 린드그렌 등 세계적인 작가들이 수상했으며, 책 한 권이 아니라 작가의 아동문학에 대한 그간의 공헌을 평가한다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
이 작가는 ‘여름이 온다’로 지난달 이탈리아 볼로냐 라가치상 픽션 부문 ‘스페셜 멘션’(우수상에 해당)에 선정, 겹경사를 맞았다. 지난해 중국 작가 차오원쉬엔(曺文軒)의 글에 그림을 그린 ‘우로마’로 이 상을 받은 데 이어 2년 연속 수상이다.
이 밖에도 이 작가는 ‘이 작은 책을 펼쳐봐’로 ‘보스턴글로브 혼 북 명예상’을 받았고, ‘파도야 놀자’와 ‘그림자놀이’는 뉴욕타임스 ‘우수 그림책’에 선정되기도 했다.
이 작가는 1996년 서울대 서양화과를 졸업하고 2001년 영국 캠버웰예술대에서 북아트 석사를 마친 뒤 본격적인 그림책 작가의 길로 들어섰다.
그는 “그림책은 여러 장르를 매개하기 좋은 매체”라며 실험적인 형식을 시도하는 게 즐겁다고 밝혔다.
‘여름이 온다’는 작가가 비발디의 ‘사계’ 중 ‘여름’에서 영감받아 작업한 것으로, 색종이 콜라주, 연필드로잉, 수채, 아크릴 등 다양한 재료를 사용해 계절의 역동성과 아이들의 활기를 표현한 작품이다. 책 날개에 QR코드를 담아 비발디의 ‘사계’를 들으며 책을 읽을 수 있도록 했다.
올해 6월께 출간할 신작에도 미국 작가가 쓴 글에 새로운 시도를 했다. 멀리 떨어져 있는 할머니와 손자가 서로 그리워하는 모습을 표현하기 위해 종이에 구멍을 뚫어 창으로 내다보는 것 같은 느낌을 구현한 것이다.
그림책 작가이지만 그 역시 열렬한 독자이기도 하다. “좋은 그림책을 보면 ‘나도 이런 걸 해보고 싶다’는 생각이 든다. 집에 그림책이 무척 많고 늘 곁에 두는데 두 아이보다도 제가 보기 위한 것이다. 좋은 그림책을 보면 애들을 앉혀놓고 읽어주곤 했다”고 그림책 사랑을 표현했다.
그는 그림책을 “들고 다닐 수 있는 예술, 한 번 보고 책장에 꽂아놨다가 언제든지 다시 펼쳐볼 수 있는 예술”로 정의했다.
“그림책은 0세부터 100세까지 보는 책이에요. 아이들이 어렸을 때부터 그런 예술을 접할 수 있으면 그보다 더 좋은 건 없을 것 같아요.”
이윤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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