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수본 편성 후 6081명 수사…64명 구속

1506억원 상당 투기수익 몰수·추징보전

내부정보 이용 595명…농지투기 최다적발

수사대상 중 일반인, 5208명으로 대다수

고위공직자 103명, 국회의원 33명 그쳐

사태촉발 LH 직원 98명 수사, 61명 송치

경찰, 상시단속체제로 전환…기획수사 지속

경찰청 국가수사본부. [경찰청 제공]
경찰청 국가수사본부. [경찰청 제공]

[헤럴드경제=강승연 기자] 경찰이 한국토지주택공사(LH)발 부동산 투기 의혹을 수사한 지 1년 만에 6000여 명의 의심사례를 적발, 이 가운데 4000명 이상을 검찰로 넘겼다. 몰수·추징보전 조치한 불법수익은 1500억원에 이른다.

경찰은 향후 부동산 투기에 대응하기 위해 상시 단속 체제로 전환해 지속적으로 기획수사를 펼칠 계획이다. 다만, 부동산 개발 정보에 접근이 상대적으로 용이한 고위공직자에 대한 수사에서는 아쉬운 성과라는 평가도 나온다.

경찰청 국가수사본부는 21일 부동산 투기 의혹을 수사하기 위한 ‘정부 합동 특별수사본부(특수본)’ 수사 결과를 발표했다. 특수본은 지난해 3월 10일 LH 광명·시흥 신도시 투기 의혹으로 촉발된 각종 부동산 투기 의혹을 규명하기 위해 경찰을 중심으로 금융위원회, 국세청, 한국부동산원 등 1560명 규모로 편성돼 특별단속을 추진해왔다.

단속 결과, 부동산 투기사범 총 1671건·6081명을 수사해 4251명을 검찰에 송치하고 64명을 구속했다. 773명에 대해서는 현재 입건 전 조사(내사) 또는 수사를 진행하고 있다.

또 총 1506억6000만원 상당의 투기수익을 기소 전 몰수·추징보전 조치했다. 이 가운데 환수 조치한 내부정보 이용자의 투기수익이 1192억8000만원으로 가장 많았다. 기획부동산 관련 투기수익은 257억8000만원이었다.

특수본 수사를 이끈 남구준 경찰청 국가수사본부장은 이날 기자간담회에서 “국회의원, 지자체장, 고위공무원 등 공직자들의 고질적·구조적 비리가 발견됐다”며 “부동산 투기는 언젠가는 처벌된다는 인식을 명확히 했다”고 강조했다.

투기 유형별로 단속 결과를 보면, LH 사태를 촉발시킨 내부정보 부정이용 사범은 595명으로 전체의 9.8%를 차지했다. 농사 계획 없이 농지를 매입한 농지 투기사범이 1693명(27.8%)으로 가장 많았고, 부정청약 등 주택투기 사범은 808명(13.3%), 기획부동산 사범은 698명(11.5%)으로 각각 나타났다.

신분별로는 일반인이 5208명으로 대다수(85.6%)를 차지했다. 공직자는 658명(10.9%), 공직자의 친·인척은 215명(3.6%)이었다. 공직자 의혹의 중심에 있던 LH의 경우, 전·현직 직원 총 98명을 수사해 61명을 송치하고 10명을 구속했다.

이번 단속의 계기가 됐던 LH 3기 광명·시흥 신도시 투기 일당 중 검찰에 송치된 이들은 69명으로, 8명이 구속됐다. 부동산 몰수보전된 금액은 298억원 규모다. 이 중 LH 직원은 19명에 달했다.

LH 내부정보를 이용해 친인척, 지인과 함께 경기 광명시 노온사동 일대 토지 5418평을 사들인 LH 직원이 구속됐고 103억5000만원 규모의 부동산이 몰수보전됐다. 해당 직원은 1심에서 일부 무죄를 선고받아 항소심이 진행 중이다.

그와 마찬가지로 내부정보를 이용해 광명·시흥 신도시 예정지 토지 1523평을 매입한 일명 ‘강 사장’ 등 LH 직원 2명도 구속돼 15억2000만원 상당의 부동산이 몰수보전 조치됐다.

특수본 단속에 걸린 공직자 중 3급 이상인 고위공직자는 103명이다. ▷지방의원 73명 ▷자치단체장 16명 ▷고위공무원 12명 ▷LH 임원 2명이다. 이 중 혐의가 인정된 42명이 송치됐으며, 6명은 구속됐다.

고위공무원 중에서는 ▷전직 차관급 1명 ▷전직 군장성 1명 ▷3급 이상 현직 공무원 2명 ▷3급 이상 전직 공무원 1명 등 5명이 검찰에 송치됐다.

국회의원은 전·현직 포함해 33명이 수사를 받았다. 혐의를 입증할 증거가 부족하거나 공소시효가 경과돼 불송치·불입건된 의원들이 21명이었다. 검찰에 송치된 의원과 의원 가족은 각각 6명에 그쳤다.

가장 먼저 지난해 9월 김경협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검찰에 넘겨졌고, 10월과 11월에는 국민의힘의 정찬민 의원과 김승수 의원이 각각 송치된 바 있다. 이후 같은당 한무경·강기윤·배준영 의원이 검찰에 송치된 것으로 전해졌다. 구속된 의원은 정 의원이 유일하다.

일각에서는 국회의원 등 권력층에 대한 수사는 미흡하다는 지적도 나온다. 실제 수사선상에 올랐던 국회의원 33명 중 검찰 송치까지 간 경우는 6명으로, 18.2%에 불과하다. 지자체장 송치율은 18.8%였고, 고위공무원은 41.7%였다. 반면, 일반인은 수사를 받은 10명 중 7명 이상(73.5%)이 송치됐다.

남 본부장은 “수사결과에 대해 일부 국민들의 기대에 못 미쳤다는 평가가 있는 것으로 안다”면서도 “국회의원이라고 해서 어떤 정치적 고려가 있었던 것은 전혀 아니다. 정치적 고려 없이 확보 가능한 모든 증거, 사실관계를 토대로 본인은 물론 가족관계의 의혹을 철저히 조사했다”고 해명했다.

이어 “단속된 일반인 상당수는 실수요자들에게 박탈감을 안겨주는 불법청약, 기획부동산 직원들이었다”며 “2005년 2기 신도시 특별단속 때 전체 단속인원은 1만명을 넘는데 공직자는 27명에 불과했다. 이번 3기 때 공직자 숫자는 24배 정도 더 많아졌다”고 강조했다.

경찰은 이날부터 특수본 운영체제를 상시 단속 체제로 전환하고, 투기범죄 유형과 지역적 특성을 고려한 ‘맞춤형’ 기획수사를 병행 추진할 계획이다. 기획재정부, 국토교통부, 금융위, 국세청 등 관계기관과 협업해 사법처리와 과태료, 세금 추징, 영업취소 등 제재가 병행되는 원스톱 단속을 추진한다.

특히 대규모 개발지역 관할 경찰관서에서는 부동산 개발 추진 일정에 따라 농지 부정 취득, 기획부동산, 부정청약, 불법전매, 재건축·재개발 비리 등 투기 범죄를 집중 단속하기로 했다.

지난 12월에 ‘범죄수익은닉규제법’이 개정돼 장기 3년 이상 징역 또는 금고형 범죄에 대한 몰수·추징보전이 가능해진 만큼, 그동안 몰수·추징보전 대상 범죄에 포함되지 않았던 농지 부정 취득, 부정청약, 불법전매, 차명거래 등을 통해 취득한 투기수익도 환수할 방침이다.

전직 공직자의 내부정보를 이용한 투기 행위도 엄정 수사한다. 기존 ‘부패방지권익위법’은 재임 중 취득한 비밀을 이용해 퇴임 후 재물 또는 재산상 이익을 취한 공직자에게 업무상 비밀이용죄를 적용할 수 없었으나, 오는 5월 19일 전면 시행되는 ‘이해충돌방지법’은 퇴직자에게도 적용 가능하다.

경찰청은 “부동산 투기범죄가 근절되는 날까지 엄정하게 수사를 이어갈 예정”이라며 보다 적극적인 신고와 협조를 당부했다.


spa@heraldcorp.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