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고차 생계업종 미지정…완성차 진출길 열려

완성차 진출로 정보 격차 해소·투명성 높일 듯

사업조정 심의회 절차 남아…상생 방안 모색해야

완성차 “시장 선진화 노력”…업계 “상생방안 과제”

현대차·기아 중고차 플랫폼, 상반기 운영…'레몬' 사라질까 [비즈360]
서울 장안평 중고차매매시장에 차량들이 주차되어 있다. [연합]

[헤럴드경제=김지윤 기자] 이르면 올해 상반기부터 현대자동차·기아 등 국내 완성차 업체가 운영하는 중고차 플랫폼에서 중고차를 구매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중소벤처기업부가 관할하는 생계형적합업종 심의위원회가 중고차 판매업을 생계형적합업종으로 지정하지 않기로 결정하면서다. 국내 완성차 업체들은 빠른 시장 진출을 통해 소비자의 권익을 증대시키고, 중고차 시장의 선진화를 현실화하겠다는 목표다.

18일 업계에 따르면 중기부는 전날 심의위를 열고 중고차 판매업을 생계형적합업종으로 지정하지 않기로 최종 의결했다. 사실상 완성차 업체가 중고차 시장에 진출해도 된다는 공식 허가를 내준 것이다.

중고차 판매업은 지난 2013년 대기업 진출을 제한하는 중소기업 적합업종으로 지정된 후 2019년 2월 보호기간이 만료됐다. 같은 해 11월 중고차 업계는 생계업적합업종 지정 신청을 요청했고, 중기부는 2020년 5월까지 결정해야 했지만, 올해까지 이를 미뤄왔다.

그동안 중고차 시장은 허위 매물이 많고, 정보 비대칭이 심해 ‘레몬마켓’(저급품만 유통되는 시장)이라는 오명을 벗지 못했다.

이번 심의위 판단에 대해 완성차 업계는 중고차 시장 선진화와 소비자 후생을 위한 당연한 결정이라며 환영의 뜻을 밝혔다.

현대차·기아 등이 소속된 한국자동차산업협회(KAMA)의 정만기 회장은 “중고차 시장의 가장 큰 문제는 구매자와 판매자 간 정보의 격차가 너무 크다는 점”이라며 “이번 결정으로 완성차 업체들이 차량 생산부터 판매, 유지보수까지 차량 관리 이력 데이터를 축적한 중고차를 판매할 수 있게 돼 시장 투명성이 높아질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브랜드 이미지 관리를 위해서라도 완성차 업체들은 차량 자체 점검, 교체, 수리 등을 통해 중고차의 상품성을 높일 수밖에 없다”며 “이 같은 문화가 중고차 시장에 정착되면 시장 전반의 경쟁력이 높아지고, 시장 규모도 성장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현대차·기아를 비롯한 국내 완성차 5개사는 이번 결정을 바탕으로 시장 진출에 더욱 탄력이 붙게 됐다. 앞서 현대차·기아는 각각 경기 용인과 전북 정읍에 자동차 매매업 등록 신청을 한 상태다.

현대차는 지난 7일 정밀 성능검사와 수리를 거친 자사 인증 중고차 출시, 시장점유율 자체 제한 등을 통한 기존 중고차 매매업체와의 상생 방안이 담긴 큰 틀의 사업 방향을 공개했다.

현대차·기아 중고차 플랫폼, 상반기 운영…'레몬' 사라질까 [비즈360]
현대차 인증중고차 중고차 통합정보 포털 ‘중고차 연구소’ 콘셉트 이미지. [현대차 제공]

구체적으로 5년 10만㎞ 이내 자사 브랜드 차량을 대상으로 국내 최대 수준인 200여 개 항목의 엄격한 품질검사를 통과한 차량만을 선별한 후, 신차 수준의 상품화 과정을 거쳐 차량을 판매한다는 계획이다.

기아도 조만간 구체적인 사업 방향성을 공개할 예정이다. 업계에서는 이르면 상반기 내에 양사의 인증 중고차를 소비자들이 구매할 수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

한국지엠과 르노코리아자동차, 쌍용자동차도 완성차의 중고차 시장 진출 허용을 반기며, 6개월 이내에 시장에 진출한다는 입장이다.

한 자동차 업계 관계자는 “완성차 업체에 대한 중고차 시장 진입 규제는 다른 국가에서는 선례를 찾아보기 어려운 제도”라며 “특히 이번 결정을 가장 반기는 것은 그동안 중고차 시장에서 피해를 봤던 소비자”라고 말했다.

다만 본격적인 시장 진출까지 넘어야 할 산도 있다. 기존 중고차 매매업체들은 중고차 시장에 자금력과 브랜드 파워를 갖춘 대기업 완성차 업체들이 들어오면 시장을 독점할 뿐만 아니라 가격 상승도 초래할 것이라고 강하게 반발하고 있다.

이에 심의위는 이번 결정을 내리면서 이례적으로 현대차·기아의 중고차 시장 진출 시 중소기업과 소상공인 피해가 충분히 예상되는 만큼, 앞으로 ‘중소기업사업조정심의회’에서 이 점을 고려해 적정한 조치가 필요하다는 부대의견을 제시했다.

사업조정심의회는 대기업의 사업 진출로 상당수의 경영안정에 부정적 영향을 미칠 우려가 있는 경우 정부가 사업 개시 등을 연기하거나 사업 규모를 축소하도록 권고하는 제도다.

앞서 지난 1월 한국자동차매매사업조합연합회와 전국자동차매매사업조합연합회는 현대차 등에 대해 사업조정을 신청했고, 중기부는 이들 업체에 대해 사업 개시 일시정지 권고를 내렸다. 대기업이 권고를 따르지 않을 경우 중기부는 이행명령을 내릴 수 있고, 이를 어길 시 1억원 이하의 과태료가 부과된다.

정만기 회장은 “관련 심의위가 조속하게 개최돼 제도적인 걸림돌을 완전히 없애는 것이 중요하다”며 “기존 중고차 매매상들과 긴밀한 소통을 통해 완성차·중고차 업계 간 상생방안도 찾아 나가야 한다”고 강조했다.

현대차·기아 중고차 플랫폼, 상반기 운영…'레몬' 사라질까 [비즈36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