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헤럴드경제=권남근 기자] 지난 대통령 선거날 밤. 마침 필자 집이 윤석열 당선인 자택 근처여서 분위기도 살핌 겸 가봤다. 10일 새벽 1시경에도 그를 보려는 사람들이 꽤 모여 있었다. 당선이 유력해지고, 확실하다는 뉴스가 나오면서 인파는 더욱 몰렸다. 새벽 4시께 윤 당선인은 집에서 나와 늦게까지 기다려준 이들에게 감사를 표했다. 윤 당선인은 주민이 안겨준 아이, 강아지와도 스스럼없이 사진을 찍기도 했다.
윤 당선인은 대통령으로서 국민과의 소통을 거듭 강조하고 있다. 구중궁궐같은 청와대에 들어가지 않겠다고 선언한 것도 이런 맥락으로 보인다. 그는 당선 후 남대문 시장을 찾아 꼬리곰탕을, 통의동 집무실 근처에서 점심으로 김치찌개를 먹는 행보도 보였다. 검찰총장 출신으로서의 근엄한 이미지도 벗고, 민생경제를 살핀다는 의미도 담겨있다. 그래서인지 후보시절보다 한층 이미지가 좋아졌다는 이야기를 하는 이들이 꽤 많다.
이런 분위기와 달리 기업은 ‘기대반 걱정반’이다. 문재인 정부 5년 동안 기업은 여러가지로 힘들었다. 출발초기부터 적폐청산의 타깃이 됐다. 특히 대기업은 개혁의 대상으로 치부되다보니 애로사안을 말하는 것은 거의 불가능했다. 최저임금인상, 비정규직의 정규직화 분위기 속에 전경련, 경총 등 재계단체들은 사실상 숨죽여 있을 수밖에 없었다. 실제 정권 초기 정부의 비정규직 정규직화 정책을 비판했던 경총 부회장은 결국 자리에서 물러났다. 2020년초엔 코로나19로 전대미문의 경제위기가 닥쳐왔다. 상황이 이렇게 되자 청와대와 정부도 정권 중후반부터 기업에 일자리 창출과 투자를 주문했다. 총수들을 청와대로 불러 모았다. 하지만 어려움을 듣는 게 아니라 사실상 주문사안을 전달하는 자리였다. 문 대통령은 임기동안 경제계 최대행사인 대한상의 신년인사회는 한번도 참석하지 않았다. 대통령이 이러하니 장관들도 분위기는 비슷했다. 사실상 이번 대선의 주요 패배원인이 된 부동산이 대표적이다. 인사치례성 행사참석 몇개를 빼고 김현미 전 국토교통부 장관이 언론, 건설협단체 등 시장과의 진지한 만남은 사실상 전무했다. 집값 상승은 투기꾼이 문제라며 전쟁치르듯 수십여차례 대책만 남발했다. 현장의 이야기를 진솔하게 듣고 정책을 함께 고민하는 허심탄회한 만남의 장은 미미했다. 결국 시장에 반하는 외골수 정책만 나왔고, 이번 대선에서 민심은 돌아섰다. 노형욱 후임 장관이 뒤늦게나마 변화된 모습을 보였지만 너무 늦은 시점이었다.
기업은 정부, 가계와 함께 경제 3주체 중 하나다. 윤 당선인은 후보시절 성장을 통한 복지재원 마련을 강조해왔다. 성장의 주축은 기업이다. 정부가 규제개선과 인프라 조성을 통해 기업하기 좋은 환경을 만들어주면 기업은 투자와 일자리 창출로 화답한다. 일자리는 국민에게 돌아갈 큰 선물이다. 일자리 창출과 성장으로 늘어난 세금은 국가경영의 주요 재원이 된다.
윤 당선인은 기업인과 자주 만나야 한다. 미사여구의 보고서를 통해서가 아니라, 현장에서 국가 미래를 이끌어갈 신산업에 대해 머리를 맞대고 함께 고민해야 한다. 이를 토대로 정부가 기업하기 좋은 멍석을 깔아주면 기업인들은 신나게 경영하고 성과로 만들어 낼 것이다. 코로나19에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으로 세계 경제·금융시장은 사방이 지뢰밭이다. 생존을 고민하는 기업이 부지기수다. 이런 불안감속에 새정부에 거는 기대감도 있다. 윤 당선인과 기업인과의 만남이 유세 때 구호처럼 ‘오케이 빠르게 가’ 되길 바란다. 만나서 먹는 메뉴는 꼬리곰탕이든 김치찌개든 뭐든지 좋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