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톱만 한 투표 칸, 너무 작아요”

“편의제공 아직 아쉬워” 한목소리

“대한민국의 향후 5년을 위해 장애인도 지역사회에 나와 소중한 한 표를 행사해야 합니다. 발달장애인들의 목소리를 들어주고 해결을 위해 노력하는 후보가 됐으면 좋겠습니다.”

제20대 대통령 선거 사전투표가 시작된 4일 오전 서울 종로구 종로장애인복지관에 마련된 서울 종로구 청운효자동사전투표소에서 헤럴드경제와 만난 발달장애인 김대범(29) 씨는 이렇게 말했다. 이날 엘리베이터를 타고 투표장이 있는 4층으로 올라가니 관외 주민 대기줄에는 10여 명이 서 있었다. 비슷한 시각에 기표소에 들어간 다른 이들보다 10분 정도 늦게 나온 김씨는 “투표 칸이 손톱 만큼 작아서 몇 번을 옆에 연습하다 찍었다. 봉투에 비해 투표 용지가 커서 접어서 넣는데도 시간이 걸렸다”고 토로했다. 이어 “생애 첫 투표를 할 때 기표소 안에서 도와 달라고 했다가 ‘알아서 하세요’, ‘그것도 모르세요’ 같은 말을 들어 그 뒤로는 묻지 않는다”고 털어놨다.

장애인들이 투표권을 제대로 행사하기 위해 아직 갈 길이 멀다는 아쉬움도 있었다. 김씨는 “투표 전에 사진 몇 장에 글이 가득한 공보물이 오는데 이해가 어렵다”며 “투표 용지의 글씨와 칸도 너무 작은데, 사진이 있는 투표 용지가 필요하다”고 했다. 이어 “사전투표소라는 걸 알려주는 표시나, 투표하는 방법이 표현된 시각물 같은 게 투표소 안에 많아야 편리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이날 서울 성북구에서 사전투표에 참여한 시청각장애인 손창환(52) 씨는 “코로나19 감염 우려도 있고 장애로 불편함이 있어 복잡하지 않은 곳에서 투표를 하는 게 편할 것 같아 오늘 투표했다”며 “국민을 위해 바르고 깨끗하게 나라를 이끌 사람을 선택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청년 시절에는 청각장애만 있어 신문으로 선거 정보를 빨리 읽었는데, 지금은 점자로 공약집이나 신문을 읽기엔 시간이 아주 오래 걸린다”며 “누구나 불편함 없이 투표하도록, 투표 후에도 장애인들이 잘 표기했는지 스스로 확인할 수 있도록 바뀌어야 한다”고 덧붙였다.

또 다른 시청각장애인 조영찬(50) 씨도 “후보자를 선택할 때 어느 후보가 저와 같은 사회적 약자를 위해 일할 수 있는가를 염두에 둔다”며 “점자 공보물이 있긴 하지만 직접 후보들의 음성과 얼굴을 볼 수 없고 텍스트로만 간접적으로 파악해야 한다는 점이 가장 큰 아쉬움”이라고 말했다.

이날 오전 전국장애인차별금지추진연대(전장연) 등 7개 장애인 권리 보호 단체들이 모인 장애인 참정권 대응팀은 청운효자동사전투표소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장애인 유권자들에게 헌법에 명시된 참정권을 여전히 보장하라”고 촉구했다.

이들은 “최근 발달장애인의 참정권 보장을 위한 차별구제청구소송에서 투표 보조 지원을 요구해 법원의 투표 보조 조정을 이뤘다”며 “공직선거법 예외규정 등으로 장애인 투표소 접근 100%는 달성하진 못하는 등 완전한 참정권 보장은 멀기만 하다”고 말했다. 김희량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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