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팝스오케스트라 우크라 단원 3人
악기 내려놓고 조국 지키러 전장으로…
“러시아ㆍ우크라 단원 어우러져
음악으로 하나 된 평화음악회 열 것”
[헤럴드경제=고승희 기자] 한국 오케스트라에서 활동 중인 우크라이나 출신 연주자들이 고국을 지키기 위해 악기를 내려놨다.
3일 서울팝스오케스트라에 따르면 우크라이나 출신 단원 세 사람이 최근 러시아의 침공으로 어려움에 처한 고국을 지키지 위해 최근 출국했다. 2002년 악단에 입단한 콘트라베이시스트 지우즈킨 드미트로(47), 2016년 입단한 트럼페터 마트비옌코 코스탄틴(52), 2015년 악단에 합류한 비올리스트 레우 켈레르(51) 등이다.
하성호 서울팝스오케스트라 단장 겸 상임지휘자는 헤럴드경제와의 전화통화에서 “지난 1월 신년음악회 이후 우크라이나 출신 단원들이 연락이 안돼 수소문하고 그간의 정황을 살펴보고 있었는데, 지난 1일 드미트로가 군복을 입고 총을 든 사진을 오케스트라에 보내왔다”고 말했다.
키이우(키예프) 국립음악원 선후배 사이인 세 사람은 오랜 시간 서울팝스오케스트라의 단원으로 활동해왔다. 드미트로는 지난 2002년 ‘키이우 오케스트라’ 내한 당시 하성호 단장의 스카우트 제안을 받아 서울팝스오케스트라에 가장 먼저 입단했다. 이후 다른 우크라이나 출신의 연주자들에게도 입단을 권유해 한국에서 활동하게 됐다.
오랜 시간 동고동락하며 가족같이 지낸 세 단원의 조국행에 하 단장은 “너무 놀라 눈물이 멈추지 않았다”며 “오랫동안 오케스트라에서 활동한 핵심 단원들이고, 세 사람 모두 연주력이 뛰어난 것은 물론 너무나 성실하고 성품이 훌륭해 단원들이 좋아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지난 2년간 코로나19로 연주자 많지 않아 생활도 어려워 비행기표를 구하는 것도 힘들었던 것 같다”며 “이런 상황에 나라를 지키러 갔다는 소식에 마음이 아프고 안타깝고 평생 음악만 해온 사람들이 조국을 위해 총을 들었다는 사실에 굉장히 감명받았다. 무사히 돌아오기만 바랄 뿐이다”라는 마음을 전했다.
서울팝스오케스트라는 1988년 창단, 다양한 장르의 음악을 연주하며 클래식의 진입장벽을 낮춰왔다. 72명의 단원 중엔 20여명이 외국인인 다국적 오케스트라다. 우크라이나 출신 단원이 네 명, 러시아 출신 단원이 6~7명이 함께 하고 있다.
이번 일을 계기로 하 단장과 서울팝스오케스트라는 음악으로 “우크라이나를 위로하고 평화와 공존으로 나아가는 음악회”를 계획하게 됐다.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으로 전 세계 음악계가 ‘러시아 음악인’들을 퇴출하고 있는 상황에 “진정한 화합과 화해를 위한 무대”를 구상한 것이다.
하 단장은 “서울팝스오케스트라는 그동안 러시아 단원과 우크라이나 단원이 어우러져 가족처럼 지내며 음악으로 하나가 돼왔다”며 “한국에 남아있는 우크라이나 단원과 러시아 단원을 비롯 악단의 모든 단원이 무대에 오르는 평화음악회를 3월 중 열 계획이다”라고 귀띔했다.
그러면서 “클래식 음악계에서 러시아 출신 음악가를 압박하고 퇴출하고 있지만, 퇴출은 진정한 화합이 아니라고 생각한다. 모두를 포용하고 끌어안아 음악으로 화해하는 모습을 전 세계에 보여주고 싶다”며 “이번 음악회의 수익금 일부는 우크라이나의 국민들을 위해 기부할 것”이라고 말했다. 평화음악회는 서울팝스오케스트라의 강점인 다채로운 장르의 음악을 아우르며 화합의 무대로 꾸밀 계획이다.
shee@heraldcorp.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