점점 불꽃튀는 주도권경쟁
“K반도체는 난세에서 한번 더 도약할 수 있을까?”
글로벌 반도체 시장이 소용돌이 치고 있다. 최대 수십조원 단위가 오갈 정도로 대규모 인수·합병(M&A)을 통한 몸집 불리기 경쟁이 치열하다. 해외 기업들의 역대급 실탄 전쟁은 한국 반도체에 거센 도전이기도 하다. 삼성전자 등은 대규모 M&A를 통해 주도권 사수 전략을 모색하고 있지만, 거듭된 공급난에 우크라이나 사태까지 터져 불확실성이 한층 커졌다. 초격차 기술로 세계 반도체 시장을 호령하던 한국이 거센 패권 싸움 끝에 거둘 결과에 귀추가 주목된다. ▶관련기사 4면
최근 인텔은 이스라엘의 반도체 기업 타워세미컨덕터를 54억달러(약 6조5043억원)에 인수한다고 밝혔다. 타워세미컨덕터는 자동차와 의료용 기기, 산업용 장비와 일반 소비자용 제품에 필요한 반도체와 회로를 공급하는 회사다. 차량용 반도체 시장 진출을 선언한 인텔에 ‘신무기’ 같은 존재다.
파운드리(반도체 위탁생산) 사업 진출을 대대적으로 선언한 인텔은 파운드리 강자인 대만의 TSMC와 2위인 삼성전자를 위협하며 공격적인 투자를 이어가고 있다. 급기야 인텔은 최근 딜이 무산된 영국 반도체 설계 전문업체 ARM 인수 의향까지 밝히면서 야심을 감추지 않고 있다.
인텔이 촉발한 M&A와 시장 재편은 낸드플래시 시장의 지형 변화도 가져왔다. SK하이닉스는 인텔의 낸드사업부 인수로 명실상부한 업계 2위 자리를 차지할 수 있게 됐다. 시장조사기관 트렌드포스에 따르면 지난해 4분기 기준 SK하이닉스와 인수 후 인텔에서 법인명을 변경한 솔리다임의 합산 점유율은 19.5%로 키옥시아를 넘고 2위로 올라섰다.
글로벌 팹리스(반도체 설계기업) AMD도 프로그래머블 반도체(FPGA) 분야 1위 기업 자일링스를 인수하는 데 성공했다. 2020년 10월 500억달러(약 60조2250억원)에 인수하기로 한 이후 1년 4개월 만에 인수가 마무리됐다.
이처럼 반도체 기업 간 대규모 M&A가 활발히 추진되고 있어 상대적으로 더딘 삼성전자는 더욱 쫓기는 신세가 됐다.
여기에 러시아가 우크라이나를 침공하며 네온 등 반도체 제조 원료가 되는 원자재 공급이 원활하지 않아 생산에도 차질을 빚을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삼성전자·SK하이닉스의 경우 원가 상승에 따른 재무적 영향보다 사태 장기화 시 물량 확보가 관건이다.
각국의 경제안보 강화로 반도체 M&A에서 규제도 무시 못할 변수다.
김양팽 산업연구원 전문연구원은 “삼성전자의 경우 메모리, 파운드리, 시스템 반도체 등 웬만한 기업규모의 사업부가 한 곳에 모인 회사라 결국 M&A 역시 사업 포트폴리오 다양화를 통한 리스크 감소 측면에서 다가설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평가했다.
문영규·김지헌 기자
ygmoon@heraldcorp.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