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헤럴드경제=김현일 기자] “100만원이었던 주가가 1년 만에 49만원까지….”
내리막을 걷던 엔씨소프트 주가가 어닝쇼크 사태까지 덮치면서 하락세가 더 빨라지고 있다. 개인투자자들의 원성이 갈수록 커지는 가운데 엔씨소프트 창업자 김택진 대표이사의 지분평가액도 불과 1년 만에 1조원 넘게 증발한 것으로 나타났다. 김 대표는 엔씨소프트의 지분 11.97%를 보유한 최대주주다.
16일 엔씨소프트 주가는 전일 대비 4% 하락하며 49만2500원에 마감했다. 종목 대부분이 모두 상승한 가운데 폭락이라 더 뼈아프다. 개미들은 아우성이다.
금융투자정보업체 에프앤가이드에 따르면 김 대표의 지분평가액은 전날 종가 기준 1조3481억원이다. 1년 전인 지난해 2월 15일 2조6253억원에서 무려 1조2772억원 줄어들었다. 감소폭이 -48.65%에 달해 국내 개인주주 랭킹 상위 20위권 인물 중 가장 컸다.
지난해 2월만 해도 엔씨소프트 주가는 사상 처음 100만원을 넘기며, 이른바 ‘황제주’에 등극했다. 게임 신작 ‘블레이드앤소울 2’ 사전예약에 대한 기대감과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로 게임 이용이 늘어나면서 강세를 보였다.
이후 주가는 줄곧 하락세를 걷기 시작했고, 지난해 8월 말 순식간에 60만원대까지 수직 하락했다. 기대를 모았던 신작 ‘블레이드앤소울 2’가 출시 직후 과금 시스템에 대한 사용자들의 비판으로 흥행에 참패한 영향이 컸다.
여기에 전날 실적 발표에 따르면 과거 국내 모바일게임시장을 주도했던 ‘리니지M’과 ‘리니지2M’의 지난해 매출액은 각각 전년 동기 대비 34%, 23% 감소해 동반 부진을 드러냈다. 전체 영업이익은 3752억원으로, 전년보다 55% 급감했다.
실제로 데이터분석 솔루션 모바일인덱스에 따르면 리니지2M의 올 1월 월간이용자수는 하락을 거듭하며 5만8258명까지 떨어졌다. 지난해 1월(13만4059명) 대비 반 토막이 날 만큼 사용자 이탈이 지속되고 있다.
위기가 지속되자 김 대표는 지난해 9월 임직원에 보낸 e-메일에서 “게임은 물론 회사에 대한 비판이 쏟아지고, 엔씨가 위기에 빠졌다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며 “CEO로서 현재 상황에 무거운 책임감을 느끼고 있다”고 밝힌 바 있다.
엔씨소프트 실적의 부진이 깊어지면서 김 대표가 받게 될 보수에도 관심이 쏠린다. 김 대표는 게임업계에서 ‘연봉킹’으로 꼽힌다. 2020년 사업보고서에 따르면 급여 21억원, 상여 163억원으로 총 184억원의 보수를 받았다.
당시 상여 중 90억원에 달하는 특별장기인센티브에 대해 회사 측은 ‘대표이사로서 리니지M과 리니지2M의 개발 및 상용화 추진을 최일선에서 선도하고 모바일게임 매출 1, 2위를 달성한 성과를 고려해 지급했다’고 설명한 바 있다.
그러나 지난해 하반기부터 상황이 급변한 데다 올해 실적에 대해서도 암울한 전망이 나오고 있다.
김소혜 한화투자증권 연구원은 “매출이 급반등할 가능성은 낮으며, 이를 충분히 상쇄할 만한 다른 게임들의 매출증가도 기대하기 어려운 상황”이라며 목표주가를 90만원에서 58만원으로 대폭 낮춰 잡았다. 증권업계의 부정적 평가가 우세한 만큼 당분간 김 대표의 시름도 깊어질 전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