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대하던 ‘주식의 여왕’ 펠로시 하원의장 입장 바꿔
2012년 시행 ‘의회정보 주식거래 금지법’ 수정 전망
[헤럴드경제=홍성원 기자]미국 의회가 의원·보좌관과 배우자의 개별주식 소유·거래를 아예 금지하는 쪽으로 움직이고 있다. 이들이 내부 정보를 이용해 주식 거래를 하는 걸 막겠다는 차원에서 2012년 제정·발효했지만 사문화한 ‘의회정보 주식거래 금지법(STOCK Act·이하 주식거래 금지법)’을 한층 엄격하게 수정하는 것이다.
반대하던 민주당 소속 낸시 펠로시(81) 하원의장이 입장을 바꾸면서 급물살을 타게 된 형국이다. 오는 11월 치러질 중간선거에서 표를 얻기 위한 전략으로 분석된다.
9일(현지시간) 인터넷 정치 전문 매체 펀치볼뉴스와 워싱턴포스트(WP) 등에 따르면 펠로시 의장은 이날 진행한 기자회견에서 의원·보좌관 등의 주식 소유·거래 금지와 관련, “대표단이 그렇게 하길 원한다면 지지하겠다”고 밝혔다.
그는 작년 12월만해도 “우린 자유 시장 경제이고, 거기에 참여할 수 있어야 한다”며 반대했는데, 공화당 소속 칩 로이 하원의원이 발의한 주식거래 금지 법안 등의 처리 가능성을 열어두는 방향으로 급선회한 것이다. 정치자금 추적·분석 단체 오픈시크릿츠(OpenSecrets)의 2018년 자료에 따르면 펠로시 의장의 순자산은 1억1470만달러 수준으로, 주식 투자수익률이 높아 ‘주식의 여왕’이란 별칭이 있다.
WP는 펠로시 의장이 전폭적인 지지를 하는 건 아니지만, 하원 운영위원회가 의원들이 발의한 법안을 검토하고 있다고 언급한 점을 들어 그의 발언은 처리할 수 있다는 쪽으로 들렸다고 풀이했다.
미국에선 의원의 주식거래에 대한 비판적인 여론이 형성돼 있다. 2020년 이후 49명의 의원과 182명의 보좌관이 제 때 주식거래를 보고하지 않아 주식거래 금지법을 위반한 걸로 나타나면서다. 경제 매체 마켓워치는 상·하원 의원의 작년 주식매매 총액이 3억5500만달러에 달한다며 의회가 월스트리트를 닮았다고 최근 지적하기도 했다.
펠로시 의장은 이날 단순히 달라진 입장을 보여주는 데 그치지 않고 관련 법의 적용 대상을 늘려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특정 기간(45일) 안에 주식 거래 내역을 보고하게 돼 있는 주식거래 금지법 규정을 어긴 의원에 대한 벌금(현재 200달러)을 강화하길 원한다면서다.
그는 “사법부는 보고를 하지 않는다. 대법원은 공개를 하지 않는다. 주식 거래에 대한 보고가 없는데, 매일 중요한 결정을 내린다”며 “의원들이 해결하고, 컨센서스가 무엇인지 논의할 것”이라고 말했다.
현재 상·하원에선 의원 등의 주식거래를 규제하는 여러 법안이 경쟁적으로 나오고 있다. 민주당의 존 오소프 상원의원은 의원이 재임 중일 때 그 배우자와 자녀의 주식을 백지신탁(Blind Trust)하게 해 특정 정보를 활용한 내부자 거래를 방지토록 하는 내용을 지난달 선보였다. ‘월가의 저승사자’로 통하는 민주당 엘리자베스 워런 상원의원도 공화당 스티브 데인스 상원의원과 협력해 상·하원 의원은 임기 중 주식거래를 금지하고, 현재 갖고 있는 주식을 팔아야 한다는 내용의 법안을 추진 중이다.
공화당 소속 하원 원내대표인 케빈 매카시 의원 과 민주당의 척 슈머 상원 원내대표는 이런 내용의 의원 주식거래 금지안을 지지한다는 입장을 이미 내놓은 상태다.
슈머 원내대표는 “다양한 제안을 가진 상원의원이 많다. 민주당 의원들에게 상원이 함께 할 수 있는 하나의 법안을 내놓으라고 요청했다”며 “초당적 방식으로 처리될 수 있길 바란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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