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말부터 한풀 꺾인 청약 열기
전국서 미분양 아파트 속출…서울도 경쟁률 급감
주택 매수심리 위축에 대출규제 강화 영향
“입지 여건·분양가 따라 양극화 심화될 것”
[헤럴드경제=김은희 기자] 역대급 불장 양상을 보였던 아파트 분양시장이 기준금리 인상, 대출규제 여파로 한풀 꺾인 모양새다. 지방에선 미분양 아파트가 속출했고 수도권에서도 일부 청약 미달에 미계약 단지까지 나오고 있다. 수만명씩 몰렸던 서울에서도 청약 경쟁률이 두 자릿수로 떨어졌다. 대선을 앞두고 주택시장 전반의 관망세가 짙어지면서 분양시장 내 ‘옥석 가리기’가 본격화됐다는 분석이 나온다.
29일 한국부동산원 청약홈에 따르면 지난해 12월에 이어 올해 초에도 모집 가구 수를 채우지 못한 청약 미달 단지가 전국에서 속출하고 있다. 지난 10~12일 청약한 충북 진천군 ‘진천 금호어울림 센트럴파크’는 일반공급 367가구 모집에 2순위까지 252명 신청해 미달됐다. 이에 앞서 경북 경주에서 공급된 ‘경주 엘크루 헤리파크’도 337가구 모집에 1·2순위 통틀어 50명이 청약하며 인원을 채우지 못했다. 지난달 대구·경북 지역을 중심으로 촉발된 청약 미달 사태가 전국 각지로 번지는 양상이다.
수도권에서도 미분양 아파트가 등장했다. 지난 3일부터 청약을 접수한 경기 안성 ‘안성 우방 아이유쉘 에스티지’는 914가구 모집에 314명이 신청하는데 그쳐 절반 이상이 남았다. 청약을 마감하고도 미계약이 줄이은 단지도 있다. 인천 연수구 ‘송도자이 더스타’는 청약 당시 2만여명이 몰리며 1순위 청약을 마감했지만 전체 1533가구 중 30%가 넘는 530여가구가 계약을 포기한 바 있다. 같은 동 ‘송도 센트럴파크 리버리치’ 역시 평균 57.5대 1의 높은 경쟁률로 마감됐지만 미계약분이 발생해 지난 18일 세 번째 무순위 청약을 진행했다.
서울의 분위기도 다소 가라앉았다. 올해 서울에서 처음 분양한 강북구 미아동 ‘북서울자이 폴라리스’는 1순위 청약에서 평균 34.4대 1의 경쟁률로 마감됐다. 100대 1을 훌쩍 넘겼던 지난해 경쟁률과 비교하면 저조한 성적표다. 부동산R114에 따르면 지난해 서울 아파트의 평균 청약경쟁률은 163.2대 1로 관련 통계가 작성된 2000년 이후 가장 높았다.
실제 주택산업연구원이 발표한 1월 서울의 분양경기실사지수(HSSI) 전망치는 85.0으로 2020년 10월 이후 1년 3개월 만에 90선 밑으로 내려앉았다. 김덕례 주산연 주택정책연구실장은 “작년과 같은 호황이 이어지지 않을 것이라는 인식이 증가했다”고 설명했다.
최근 주택 매수세가 줄어든 영향이 분양시장에서도 나타난 것으로 풀이된다. 아파트값 상승세가 주춤하며 고점 인식이 확산되는 등 시장 불확실성이 커졌다고 판단한 수요자가 옥석 가리기에 나섰다는 분석이다. 여기에 올해부터 중도금과 잔금 대출에도 DSR(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 규제가 적용되면서 자금 마련이 어려워진 영향도 크다.
전문가들은 앞으로 지역이나 입지 조건, 분양가, 규모 등에 따른 분양시장의 양극화가 더욱 심해질 것으로 내다봤다. 여경희 부동산R114 수석연구원은 “대출 규제 강화와 금리 인상, 공급량 확대 등의 변수에 따라 수요자의 옥석 가리기가 심화되면서 일부 지역의 경쟁률은 낮아질 수 있다”고 말했다.
함영진 직방 빅데이터랩장도 “내 집 마련 수요가 없지 않지만 이자부담 확대 우려로 시장 전반의 거래 활력도가 떨어지는 상황”이라며 “입지 여건이나 분양가 책정, 대출 가능 여부 등에 따라 경쟁률이 들쑥날쑥 하는 양극화 현상이 나타날 수 있다”고 분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