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셋값 급등·대출 규제 등으로 신규 수요 위축
급전세 중심으로 하락 거래 속출
전세물건 적체되자 집주인들 세입자 모시기 나서
당분간 약세 보이겠지만 안정화 단정은 글쎄
8월 이후 전셋값 오르며 시장 불안 가중될 수도
[헤럴드경제=김은희 기자] “세입자님 모십니다. 급급전세입니다. 입주는 언제든 가능하고 부동산 중개수수료는 집주인이 냅니다.” (서울 강북구의 한 아파트 세입자를 모집한다는 내용의 온라인 커뮤니티 글)
서울 아파트 거래시장이 얼어붙은 가운데 임대차시장의 분위기도 가라앉는 모양새다. 전세물건이 쌓이면서 실거래가 하락 거래가 늘어나고 있다. 대출규제 강화 등의 영향으로 전세 이동 수요가 크게 줄어든 것으로 보인다. 이에 매매시장이 하락세로 전환된 데 이어 전세시장도 약세로 돌아설 것이라는 관측이 제기된다. 다만 그간 전셋값이 워낙 오른 데다 월세·반전세가 늘어나고 있고 계약갱신청구권 만료 주기가 돌아오는 8월을 기점으로 시장 상황이 악화될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오는 만큼 임대차시장이 안정을 찾았다고 보긴 어렵다는 지적이다.
30일 업계에 따르면 전셋값 상승 부담과 대출금리 인상 등으로 신규 전세수요가 급감하며 신규 계약에서도 실거래 가격이 이전 거래에 비해 하락한 사례가 늘어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전세 물건이 적체되면서 가격을 낮춘 ‘급전세’ 위주로만 거래가 이뤄지고 있어서다.
실제 국토교통부 실거래가공개시스템 자료를 보면 강동구 고덕동 고덕그라시움 전용면적 84.05㎡는 지난해 8월 최고 11억4000만원에 전세계약서를 썼지만 이달 들어 최고 거래가가 10억6000만원으로 떨어졌다. 지난해 말부터 신규 계약을 9억원대에 체결한 사례도 여럿이다.
서대문구 남가좌동 DMC파크뷰자이 전용 84.97㎡의 경우 지난해 12월 보증금 10억원에 전세계약이 체결되며 신고가 기록을 세웠으나 올해 들어선 8억원에 최고가 금액대가 형성돼 있다. 같은 동 DMC에코자이 전용 59.79㎡도 이달 6억5000만~6억8000만원에 전세계약이 체결됐는데 직전 최고거래가(7억5000만원)보다 1억원가량 낮은 가격이다.
하루가 다르게 전셋값이 치솟던 지난해와는 분명 다른 양상이다. 남가좌동 인근 A중개사무소 관계자는 “전세를 구하는 사람이 적어 현재 나와 있는 물량 자체가 많은 편”이라며 “세입자를 급히 찾아야 하는 집주인이 호가를 낮추다 보니 같은 평형도 최고가와 최저가가 2억원 가까이 차이가 날 정도로 벌어졌다”고 말했다.
일선 공인중개사들은 세입자 모시기에 나선 집주인이 늘었다고 입을 모았다. 특히 자금 융통성에 어려움을 겪는 집주인의 경우 가격을 낮추는 것은 물론 부동산 중개수수료 대납 등의 추가 조건을 내걸기도 한다는 전언이다.
고덕동의 한 중개사무소 대표는 “갱신계약이 많은 반면 신규계약 문의는 거의 없다”며 “시세가 전반적으로 하락했다고 보긴 어렵지만 호가를 낮춘 물건이 거래되는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업계는 매매시장과 더불어 전세시장도 당분간 주춤할 것으로 내다봤다. 지난해 전셋값 급등과 전세대출 규제 강화 등으로 관망심리가 커진 탓이다. 특히 오는 3월 대선 전까지는 정체 분위기가 유지될 것이라는 관측이다.
실제 통계에서도 안정적인 흐름을 찾아가는 분위기는 감지된다. 한국부동산원 주간아파트동향에 따르면 1월 넷째 주 서울 아파트 전셋값은 보합을 기록하며 2년 7개월 만에 상승을 멈췄다. 전세수급지수도 8주째 기준선을 밑돌며 하락하는 추세다. 수요보다 공급이 많다는 의미다.
다만 계약갱신청구권을 사용한 물건이 나오는 8월 이후 전셋값이 오르면서 시장이 다시 불안해질 가능성이 크다고 봤다. 정보현 NH투자증권 연구위원은 “8월 계약갱신청구 만기 도래 후 전셋값 상승 압박이 커지면서 전세에서 월세로 전환되는 속도가 빨라지는 등 변동 가능성이 클 것”이라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