항소심서 징역 1년에 집행유예 3년 선고

1년 6개월 선고한 1심보다 형량 6월 낮아

1심서 인정된 공범성립 제외 모두 유죄 판단

재판부 “공교육 사회 일반의 신뢰까지 심각하게 훼손” 지적

숙명여고 교무부장인 아버지에게서 정답을 받아 시험을 치른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쌍둥이 자매 중 한 명인 현모 양이 21일 오후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방법원에서 열린 항소심 선고 공판을 마친 뒤 법정을 나서고 있다. [연합]
숙명여고 교무부장인 아버지에게서 정답을 받아 시험을 치른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쌍둥이 자매 중 한 명인 현모 양이 21일 오후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방법원에서 열린 항소심 선고 공판을 마친 뒤 법정을 나서고 있다. [연합]

[헤럴드경제=유동현 기자] ‘숙명여고 시험 정답 유출 사건’의 쌍둥이 자매가 항소심에서 징역형의 집행유예를 선고받았다. 두 자매가 서로의 범행에 공범으로 가담했다고 인정한 1심 판단을 제외한 나머지는 모두 유죄로 판단됐다.

서울중앙지법 형사항소5-3부(부장 이관형·최병률·원정숙)는 21일 업무방해 혐의로 기소된 쌍둥이 현모 자매의 항소심에서 원심(징역 1년 6개월·집행유예 3년)을 파기하고 징역 1년에 집행유예 3년을 판결했다.

재판부는 “열심히 노력하던 동급생에게 직접 피해가 발생했음은 물론 공교육 사회 일반의 신뢰까지 심각하게 훼손했다”고 지적했다. 다만 재판부는 “민감한 이슈인 대학 입시와 직결되는 사건으로 피고인들이 범행을 부인하며 보인 태도 때문에 형사책임과 별개로 많은 국민의 지탄을 받았다”고 설명했다.

쌍둥이 자매 측은 앞선 항소심 공판기일에서 ‘휴대폰 증거수집이 위법하다’ 주장했지만 재판부는 받아들이지 않았다. 쌍둥이 자매는 경찰이 휴대전화 4대를 압수하는 과정에서, 영장을 제시하지 않고 아버지를 통해 압수해 위법이라 주장해왔다. 그러나 재판부는 “압수수색은 수색 주거 소유자를 상대로 해야 하는 것은 아니며 소유자, 보관자 등 상대로 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이어 “당시 고등학교 2학년생인 피고인들이 어느 정도 판단력을 갖췄는데, 압수수색을 알면서 아버지에게 이전한 것으로 보인다”며 “아버지가 제출 권한이 있다고 봐야 하고, 압수수색 참여 조서에 서명했다”고 설명했다.

학교 내신 성적과 전국 고교생 대상 모의고사 성적 차이도 지적했다. 재판부는 “정기고사 석차는 최상위권에 해당하는 전교 1내지 5등에 속한 학생 중 모의고사 국어와 수학이 상위 3.3% 벗어난 경우 전혀 없다고 볼 수 없지만 현저히 적은 것으로 보인다”며 “그러나 피고인의 경우 모의고사 성적과 정기고사 성적 지나치게 차이 많이 난다”고 했다. 재판부는 학원 성적 기록을 바탕으로 “빠른 성적상승 학생으로 보이지 않으며 실전 시험에선 모두 평균보다 낮게 나와 정기고사에서 취득한 성적인 100점과는 큰 차이”라고도 설명했다.

답안이 적힌 메모장을 두고 쌍둥이 자매 측은 ‘시험 후 불러준 답안을 기록해 둔 것’이라 주장했지만 재판부는 유출된 답안이라 판단했다. 재판부는 “2018년 1학기 기말고사 물리 시험 후 피고인의 아버지에게 ‘오늘 시험 잘 봤다’, ‘둘다 백점이다’, ‘이제 밥먹어야겠다’는 문자를 보냈다”며 “피고인은 시험 본 당일 과목을 바로 채점한 것으로 보인다”고 밝혔다. 또 “수학 및 각 과목시험에서 시험지에 풀이과정을 많이 생략한 채 정답을 맞췄다”고 지적했다.

재판부는 당시 숙명여고 교무부장이던 아버지를 통한 정답 유출이라 봤다. 쌍둥이 자매 변호인은 앞선 항소심 공판기일에서 시험지의 ‘실제 유출은 없다’고 주장했다. 검찰과 법원이 의심하는 날짜에는 금고 안에 시험지와 출제 서류들이 없는 경우가 있었고, 교무부장이던 아버지 현모 씨가 1~2분의 결재과정 동안 답안을 외워서 유출하긴 어렵다는 취지다.

그러나 재판부는 “(피고인 아버지는) 총괄교사로서 출제교사로부터 취합해 결재해왔고, 결재를 맡긴 교사가 약 50분 정도 수업에 들어갔다 오는 경우가 매 정기고사마다 2~3회였다”고 말했다. 이어 “17년 12월 2일과 3일 주말에 초과근무를 했지만 초과근무 확인대장에 이를 기재 안했다”고 지적했다. 또 피고인의 아버지가 수사시작 직전 기존 사용하던 노트북 하드를 폐기한 점도 근거로 들었다.

다만 1심과 달리 자매가 유출된 정답을 바탕으로 서로 공모했다는 공범 혐의는 성립하지 않는다고 봤다.

쌍둥이 자매는 숙명여고에 재학 시절인 2017년부터 2018년까지 다섯 차례에 걸쳐 아버지가 빼돌린 중간·기말고사 답안을 보고 시험을 쳐, 학교 성적평가 업무를 방해한 혐의로 기소됐다.

1심 재판부는 이를 유죄로 보고 징역 1년 6개월에 집행유예 3년을 선고했다. 앞서 시험 답안을 유출한 혐의로 기소된 아버지 현씨는 2020년 3월 대법원에서 징역 3년이 확정됐다.


dingdong@heraldcorp.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