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롯데·쿠팡 등 20개 기업, 플라스틱 배출 ‘1만t 클럽’ 불명예 [지구, 뭐래?]
롯데칠성음료가 판매하는 생수 브랜드 ‘아이시스’와 쿠팡의 신선식품 배송가방. [롯데칠성음료·쿠팡·123rf]

[헤럴드경제=최준선 기자] 1년 동안 1만t 이상의 플라스틱 포장재를 사용한 기업이 20곳에 달하는 것으로 확인됐다. 롯데칠성음료가 가장 많은 플라스틱을 사용했고, 쿠팡의 사용량이 가장 가파르게 늘어났다.

이 20개 기업이 사용한 포장재의 무게는 전년 대비 7% 이상 늘어나 그 속도가 1년 전보다 2배 빨라졌다. 플라스틱을 줄이겠다는 산업계의 친환경 행보가 무색하다는 지적이다.

유일한 5만t 롯데칠성음료…쿠팡은 3배 급증

21일 헤럴드경제가 이소영 더불어민주당 의원실을 통해 입수한 자료에 따르면, 가장 최근 집계인 2020년 기준 가장 많은 합성수지 포장재를 사용한 기업은 롯데칠성음료다. 무색 페트병, 필름·시트형 포장재, 용기·트레이 등 5만767t의 포장재를 사용했는데, 당해 전체 기업이 신고한 총 포장재 사용량(82만6550t) 중 6% 이상을 차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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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픽=이은경 디자이너]

이 밖에 유통 대기업들이 플라스틱 포장재 1만t 이상 사용 기업 목록에 이름을 올렸다. 코카콜라음료가 4만1777t을 사용해 2위를 차지했고, 이어 ▷CJ제일제당(3만3042t) ▷제주특별자치도개발공사(3만384t) ▷농심(2만8298t) ▷LG생활건강(2만686t) ▷이마트(1만8739t) 등 순이었다. 20개 기업 중 비(非)유통기업으로는 삼성전자(1만6505t)가 유일했다.

이 20개 기업은 총 39만9450t의 플라스틱 포장재를 사용했다. 전체 플라스틱 사용량의 48.3%다. 2020년 플라스틱 포장재 사용량을 제출한 기업은 총 5693곳. 그중 0.3%에 불과한 20개 기업이 전체 플라스틱 포장재 절반가량을 배출한 셈이다.

전년 대비 증가세가 가장 가파른 기업은 쿠팡이다. 쿠팡의 플라스틱 사용량은 2018년 60t 수준에 그쳤지만 2019년엔 4384t으로 급증, 2020년에도 1만2526t으로 전년 대비 3배 가량 늘었다.

식품포장용 랩을 생산하는 크린랲도 플라스틱 사용량이 전년 대비 2배 증가한 1만2642t을 기록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이후 비대면 소비문화가 자리 잡으면서 배달·포장이 증가한 여파로 풀이된다. 이마트(27%), 스파클(22%), 서울우유협동조합(14%), 하이트진로(13%)도 전년 대비 두 자릿수 증가율을 기록했다.

[단독] 롯데·쿠팡 등 20개 기업, 플라스틱 배출 ‘1만t 클럽’ 불명예 [지구, 뭐래?]
[그래픽=이은경 디자이너]

‘친환경’ 아무리 외쳐도 줄지 않는 플라스틱

이 기업들은 대부분 ‘친환경’과 ‘지속 가능 성장’을 내걸고 플라스틱 소재를 대체하거나 줄이려는 대안을 모색하고 있다. 하지만 늘어난 생산량을 상쇄할 만큼의 감축 효과를 내기엔 부족한 실정이다.

롯데칠성음료는 지속해서 생수 페트병 경량화를 추진하고 있다. 경량화 제품은 경량화 이전 대비 연간 약 6000t의 포장 폐기물 절감 효과가 있다는 게 롯데칠성음료의 설명이다. 이 같은 노력에 힘입어 롯데칠성음료의 플라스틱 사용량은 전년 대비 2%가량(1253t) 줄었다. 하지만 여전히 사용량으론 2위 업체보다 약 9000t이나 많은, 압도적 1위다.

쿠팡도 포장재 줄이기에 나섰다. 쿠팡은 빠른 배송(로켓배송)의 75%를 박스 없이 배송하고 있고, 이 과정에서 배송 효율을 높여 탄소배출도 줄였다는 입장이다. 하지만 일회용 플라스틱 쓰레기를 줄이는 데까진 미치지 못했다. 박스 포장 감소로 오히려 비닐 사용량은 늘었다. 쿠팡의 ‘기타 복합 재질 및 필름·시트형 포장재’ 사용량은 전년 대비 7배 이상 급증한 4616t에 달했다.

삼성전자는 재생플라스틱 사용을 지속해서 늘리고 있다. 하지만 총 배출 플라스틱에서 재생플라스틱이 차지하는 비중은 2018년 6.7%에서 이듬해 5.3%, 2020년 4.3%로 오히려 감소했다. 삼성전자 관계자는 “당사 제품 판매 성장세가 더 빨라서 일시적으로 적용률이 감소한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홍수열 자원순환사회경제연구소장은 “판매량 상승분을 상쇄할 만큼의 플라스틱 저감대책을 마련하기가 쉽진 않지만 기업들이 사용량 자체에 초점을 맞추고 장기 로드맵을 고민해야 한다”며 “제품의 일정 비율 이상을 포장재 없이 리필 방식으로 유통하는 등 유럽에서 의무화하는 움직임에 선제적으로 동참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이 의원은 “기업들이 플라스틱 포장재를 사용하며 이익을 얻는 만큼 그 폐기물에 대한 책임도 져야 한다”며 “근본적으로 플라스틱 포장재 사용을 줄일 수 있는 방안을 마련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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