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is tastes like lobster! [헤럴드경제 = 김상수 기자]식용곤충 브랜드 처프스(CHIRPS)는 탄생 배경을 이렇게 설명하고 있다. 2013년, 3명의 대학 친구가 탄자니아에서 함께 벌레를 먹었다. 애벌레(caterpillar)를 한 입 베어 물고는 “랍스터 맛이 나!(This tastes like lobster)”라고 외쳤다. 그리고 이들은 식량 안보와 지구 기후위기에 식용 곤충이 대응할 수 있다는 보고서를 접하고 식용 곤충 사업에 뛰어든다. 그리고 탄생한 게 귀뚜라미 칩(과자)이다.
전 세계 여행객의 메카, 태국 카오산 로드에 가면 꼭 한 장씩 찍어오는 사진이 있다. 바로 식용 곤충. 귀뚜라미나 메뚜기는 기본, 전갈에서 애벌레까지 그야말로 식용곤충의 박물관 격. 가위바위보로 지는 사람이 먹어야 하는, 통상의 벌칙 식품에 가깝다. 하지만, 문화라는 건 상대적이다. 혐오감도 마찬가지. 현재 국내에선 식용 곤충이 혐오식품으로 분류되지만, 이미 인류는 문명이 시작되기 전부터 귀뚜라미나 메뚜기, 불개미 등을 먹어왔다. 지금도 아시아, 아프리카, 라틴 아메리카 전체 인구의 80%가 식용 곤충을 애용한다. 국내 역시 다르지 않다. 불과 1~2세대만 거슬러 올라가도 메뚜기 튀김 등은 대중적으로 널리 즐긴 간식이었다.
먹을 것들이 넘쳐나는 시대에 굳이 식용 곤충을 주목하는 건 기후위기 때문이다. 소를 통해 단백질 1㎏을 얻으려면 사료 10㎏이 필요하지만, 곤충은 평균 1.7㎏면 충분하다. 버섯이나 콩으로 생산한 대체육과 달리, 곤충은 동물성 단백질이라 영양적으로도 완벽하다.
특히 온실가스 대책으로도 식용 곤충은 훌륭한 대체재다. 곤충은 소에 비해 사육 과정에서 온실가스 배출량이 100분의 1에 불과하다. 같은 중량을 사육할 때 필요한 물도 2000분의 1에 그친다. 혐오감만 거둔다면, 선택하지 않을 이유가 없는 미래 먹거리다.
혐오감, 극복할 수 있다
그럼 맛은 어떨까? “랍스터 맛”이 난다는 애벌레는 차치하고, 현재 가장 대중적으로 쓰이는 식용곤충은 바로 귀뚜라미다. 귀뚜라미는 다양한 식용 곤충 중에서 단백질을 포함, 영양소가 가장 뛰어난 곤충으로 꼽힌다. 처프스 측은 이렇게 표현한다. “귀뚜라미 맛은 견과류나 씨앗 등처럼 순하고 특별한 맛이 느껴지지 않는다.” 즉, 말 그대로 ‘맛이 없다’는 뜻이다. 적어도 맛 때문에 혐오감이 들 이유는 없다는 의미도 된다.
맛이 아닌 생김새가 혐오감의 원인이라면, 이 역시도 돌파구(?)가 있다. 바로 분말 형태다. 귀뚜라미를 볶아 단백질 파우더처럼 제작하면 일반 단백질 보충제 등과 외관 상 다를 바 없다. 실제 이 같은 용도로 활용, 파우더나 단백질 바 등도 시판 중이다. 귀뚜라미 가루에 밀가루 등을 더해 만든 쿠키나 미트볼 등의 조리법도 찾아볼 수 있다.
블룸버그에 따르면, 작년 곤충 단백질 시장의 전 세계 투자액은 약 4억7500만달러(약 5300억원)에 이르며, 향후 5년 간 41억달러(약 4조9000억원) 이상 성장할 것으로 전망된다. 사육되는 곤충도 연간 1만t에서 2030년엔 50만t으로 급증할 전망이다.
일본의 변화도 주목할 만하다. 곤충식에 대한 인식이 크게 바뀌고 있다. 2019년엔 무인양품이 온라인 쇼핑몰 등을 통해 ‘귀뚜라미 센베이(쌀과자)’를 선보였는데 매진 행렬을 기록했다. ‘귀뚜라미가 지구를 구한다’는 메시지로 친환경 이미지를 강조한 게 통했다는 평가다.
식용 곤충을 파는 자판기도 있다. 캔 안에는 형태 그대로 건조시켜 소금으로 간을 한 곤충이 담겨 있다. 스타트업 조인트어스는 전문 요리사가 라멘에 귀뚜라미로 국물을 우려낸 라멘을 선보여 화제가 됐다.
국내에서 식용 곤충 시장은 아직 태동기다. 연간 300억원 규모 수준이다. 하지만, 정부도 시장 잠재력에 주목, 지원을 늘리고 있다. 2019년부턴 14종 곤충을 가축으로 분류, 각종 세제 혜택을 지원 중이다. 곤충 사육 솔루션·설비업체 반달소프트의 이봉학 대표는 “최근 정부와 지자체에서 관심을 가지면서 시장이 본격적으로 확대되고 있다”며 “농가 수와 곤충 판매액도 굉장히 빠른 속도로 늘어나고 있다”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