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헤럴드경제=한희라 기자]중국 빅테크기업 텐센트가 ‘동남아의 아마존’으로 불리는 싱가포르 씨(SEA)그룹의 지분을 매각했다. 2주 전 중국 전자상거래 2위사인 징둥(京東)닷컴 지분 매각에 이어 전자상거래 분야 투자 축소에 나선 것이다. 중국 정부의 반독점 규제 강화에 따른 조치라는 분석이 나온다.
5일 중국 레이펑왕(雷峰網)에 따르면 전날 텐센트는 보유하고 있던 씨그룹 주식 1450만주를 주당 208달러로 매각했다. 약 31억달러(약 3조7120억원) 규모다. 매각에 따라 텐센트의 씨그룹 지분은 기존 21.3%에서 18.7%로 하락했다. 씨는 동남아 최대 전자상거래업체로, 시가총액은 1240억달러에 이른다.
텐센트는 “이번 매각은 씨에 대한 투자금 일부를 회수한 것이며, 매각 대금은 다른 투자와 사회공헌에 쓰일 것”이라고 밝혔다.
씨그룹 주식 매각은 텐센트가 징둥닷컴의 지분을 대거 매각한지 2주 만에 나온 것이다. 텐센트는 지난달 23일 보유한 징둥닷컴의 지분 약 4억6000만주를 매각해 자사 주주들에게 중기 배당금으로 지급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로써 텐센트가 보유한 징둥 주식 지분은 기존 17%에서 2.3%로 대폭 줄었으며, 최대주주 자리에서도 물러나게 됐다. 징둥닷컴과의 사실상 결별이다.
징둥은 텐센트가 중국 최대 전자상거래 업체인 알리바바를 견제하는 수단으로 여겨져왔다. 하지만 중국 당국이 빅테크 기업들을 겨냥한 반독점 규제를 강화하자 징둥에서 발을 뺀 것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중국 정부는 반독점 규제를 앞세워 자국 빅테크 기업과 인터넷 콘텐츠에 대한 규제를 강화하고 있다.
대신 텐센트는 해외 핀테크 기업에 대한 투자를 늘리고 있다. 텐센트는 최근 영국 인터넷은행 스타트업인 몬조의 지분을 인수했다. 아부다비 그로스펀드가 주도한 5억달러 규모의 펀딩 라운드 중 텐센트의 투자 규모는 1억달러로 알려졌다. 펀딩 소식이 알려진 후 몬조의 기업가치는 45억달러(약 5조3500억원)로 상승했다.
앞서 텐센트는 아르헨티나 모바일 결제앱 우알라(2019년), 프랑스판 '토스'로 불리는 스타트업 콩토 및 리디아(2020년), 남아공 스타트업 타임(TYME·2021년) 등의 지분을 확보하며 해외에서 핀테크 영역을 확대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