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선 황석영·김훈·은희경 작품 주목
세계적 석학들의 대중교양서도 줄이어
힐러리 스릴러·메르켈 평전 등도 화제
지난 한해 코로나 우울을 위로한 건 소설이었다. 특히 젊은 작가들의 현실을 넘어선 판타지, SF 등 쟝르 소설이 폭발적인 인기를 얻은 가운데, 소설 르네상스가 2022년에도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 2022 임인년에는 거장들이 속속 귀환한다. 황석영, 김훈을 비롯, 은희경, 김애란, 김언수, 이기호, 정이현, 최은미 등 베스트셀러 작가들의 신작들이 줄줄이 나온다. 여기에 노벨문학상 수상작가들의 대표작과 신작이 대기중이다. 하지은· 백수린·정해연·이주란·김유담·조예은 등 젊은 작가들의 신작도기대감을 불러온다.
▶거장들의 귀환=무엇보다 가장 관심을 모으는 작품은 2021년 노벨문학상 수상 작가 압둘라자크 구르나의 작품이다. 국내 번역 출간된 작품이 전무한 상황에서 그의 주요 작품 4종이 상반기 중 문학동네에서 출간된다. 탄자니아 잔지바르 출신으로 식민주의와 난민의 경험을 녹여낸 작품들이 대부분다. 그 중 장편소설 ‘낙원’은 탄자니아의 가상의 마을 카와를 배경으로 12세 소년 유수프의 성장과정과 비극적인 사랑 이야기를 그린 작품이며, ‘그후의 삶’은 구르나의 최신작으로, 2021년 오웰상 최종후보에 오른 작품이다. 점령군에 납치되고 팔려갔던 두 젊은이가 세월이 흐른 뒤 고향 마을에 돌아오지만 새로운 전쟁에 휘말리는 이야기다 ‘야반도주’(가제)는 격변기를 배경으로 영국인 동양학자와 무슬림 가족의 3대에 얽힌 이야기를 펼쳐낸다.
세계적인 작가 오르한 파묵의 신작 ‘페스트의 밤’(민음사)도 1월말 출간된다. 19세기 말 그리스와 터키 사이 가상의 섬에 페스트가 퍼지면서 일어나는 정치·사회적 혼돈의 상황을 그린 역사소설이다.
2018년 노벨문학상을 수상한 올가 토카르추크의 에세이 ‘다정한 서술자’(민음사), 2020년 공쿠르 수상작으로 밀리언셀러를 기록한 에르베 르텔리에의 ‘비상착륙’도 독자들을 찾아온다.
레이먼드 카버 팬들에게도 반가운 소식이 있다. ‘헤밍웨이 이후 가장 영향력 있는 소설가’ ‘리얼리즘의 대가’ ‘미국의 체호프’ 등으로 불리며 국내 마니아층을 거느린 레이먼드 카버의 시집 ‘우리 모두’(문학동네)가 1월 출간된다. 카버는 소설집 ‘대성당’의 큰 성공 이후 줄곧 시쓰기에 매진했는데, ‘우리 모두’는 그때 쓴 다섯 권의 시집을 묶은 것으로 국내 첫 소개된다. 이와함께 ‘레이먼드 카버 단편집’도 하반기 출간된다, 카버의 국내 미발표 단편 11편을 한 권으로 엮은 작품집으로, 이로써 미국 단편소설 르네상스를 주도한 카버의 단편 전작은 모두 국내에 소개된다.
국내 베스트셀러 작가들도 속속 신작으로 돌아온다. 황석영 작가는 상반기 우화소설을 창비에서 낼 예정이다. 어린이와 어른이 함께 볼 수 있는 철학동화 형식으로 코로나 이후의 삶, 문명과 일상,세계의 변화에 대한 작가의 통찰을 담아낸다.
김훈 작가는 ‘강산무진’ 이후 16년 만에 내는 두번째 소설집을 낸다. 2013년부터 9년간 써온 단편들을 묶은 것으로, 한 문장 한 문장 밀고 나가 쌓아가는 김훈 스타일을 좋아하는 독자들의 관심을 모을 것으로 보인다. ‘바깥은 여름’‘비행운’ 등의 작품을 통해 ‘젊은 거장’으로 자리잡은 김애란 작가의 신작 장편소설도 하반기에 만날 수 있다. ‘두근두근 내 인생’ 이후 11년 만에 선보이는 두번째 장편소설이다. 북미와 유럽에 K스릴러 열풍을 일으킨 김언수의 신작 장편소설 ‘빅아이’(문학동네)는 여름시즌에 나온다. 한때 한국 경제의 큰 축을 차지했던 원양어업을 둘러싸고 벌어지는 이야기로, 작가는 이 작품을 집필하기 위해 6개월간 직접 원양어선을 탄 것으로 알려졌다.
이와 함께 은희경 작가의 ‘장미의 이름은 장미’가 출간을 앞두고 있고, 최은미·정이현· 이기호 작가의 장편소설은 하반기 선보인다.
▶고전에 도전하기,=2022년은 마르셀 프루스트 사후 100주기가 되는 해이다. 민음사는 2012년부터 프루스트 전공자 김희영의 번역으로 출간해오고 있는 현대문학의 출발점, 프루스투의 ’잃어버린 시간을 찾아서’ (전 13권)를 완간한다. 제임스 조이스의 ‘더블린 사람들’‘젊은 예술가의 초상’과 함께 일명 ‘더블린 3부작’중 하나인 ‘율리시스’도 작품 출간 100주년을 맞아 문학동네 세계문학전집으로 나온다. 프랑스 기사문학이자 최초의 장편소설, ‘롤랑의 노래’(휴머니스트)는 김준한 교수의 세심한 번역과 주석으로 소개된다. 국내 유일 완역본으로, 게임 유저들의 적극적인 요청으로 출간 결정을 한 것으로 알려졌다.
▶세계에 대한 통찰=사회적 현상 이면을 살핀 석학들의 대중교양서도 줄을 잇는다. ‘혐오와 수치심’‘타인에 대한 연민’ 등으로 대중의 사랑을 받고 있는 법철학자 마사 너스바움은 이번에는 곳곳에서 일어나고 있는 성적 억압과 미투 같은 사건사고 배후에 어떤 심리가 작동하는지 근원적으로 밝혀 주는 철학 에세이 ‘교만의 요새’로 돌아온다. 세계적인 미래학자 제레미 리프킨은 현재와 미래 세대가 앞으로 지구에 어떻게 적응할 것인가를 다룬 신작을 선보이며, 조지 오웰을 식물·자연과의 관계로 흥미롭게 조명한 리베카 솔닛의 ‘오웰의 장미’도 눈길을 끈다. 또한 행동경제학자 대니얼 카너먼이 ‘생각에 관한 생각’ 이후 10년 만에 집필한 ‘노이즈’도 관심을 가질 만하다.판단과 의사결정의 질을 저하시키는 잡음을 어떻게 극복해 삶의 질을 높일 수 있는지 제시한 생각사용설명서다.
▶화제작 및 새 시리즈=웹소설계의 현재진행형 레전드’로 불리는 싱숑 작가의 ‘전지적 독자 시점 1~8’(김영사)이 1월 단행본으로 나오고, 자신의 장기를 기계로 교체한 세계적인 로봇 과학자 피터 스콧의 세계 최초 완전 사이보그 탄생기, ‘Peter 2.0’(김영사)도 관심을 모은다. 3월 출간될 힐러리 클린턴과 추리 작가 루이즈 페니가 함께 탄생시킨 화제의 블록버스터 스릴러 ‘‘스테이트 오브 테러’(열린책들),는 클린턴을 닮은 국무 장관이 서울과 DMZ를 방문한 후, 사람들과 연대해 테러와 극단주의에 맞서 싸우는 이야기다. 독일 전 총리 메르켈 평전 ‘메르켈의 시간’(열린책들)도 나온다. 독일의 베테랑 기자가 쓴 책으로, 메르켈의 실용주의 정책이 독일을 어떻게 바꿔 놓았고 미래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 평가한다.
한편 민음사는 현재 한국에서 가장 주목할 만한 젊은 연구자들의 책을 총서로 만나는 '한편의 인문학 시리즈'(가제)를 6월 선보인다. ‘박시백의 조선왕조실록’으로 300만 독자의 사랑을 받은 박시백 화백의 새 시리즈 ‘박시백의 고려사’는 2월 첫선을 보인다. 2월 1권을 시작으로 2023년 12월 완간 예정으로, 역사상 가장 개방적이고 역동적인 나라 고려 500년을 그려낸다. 출판사 휴머니스트는 하나의 테마, 다섯 편의 클래식으로 즐기는 큐레이션 세계문학 시리즈도 런칭한다.
이윤미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