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물보호법 위반 혐의 신상공개 대상 아냐
[헤럴드경제=나은정 기자] 입양한 강아지 십여 마리를 학대해 살해하고 사체를 유기한 혐의로 경찰조사를 받고 있는 40대의 신상을 공개해달라는 청와대 국민 청원에 20만명 이상의 동의했다. 그러나 현행법상 동물보호법 위반 혐의의 피의자는 신상공개 검토 대상이 아니라서 청와대 답변에 이목이 쏠리고 있다.
29일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에 따르면 지난 7일 ‘푸들만 19마리 입양, 온갖고문으로 잔혹학대 후 죽이고 불법매립한 범죄자의 강력한 처벌을 촉구하며 신상공개 동의해주세요’라는 제목으로 올라온 청원글에 이날 오후 1시 기준 20만 2000여 명이 동의를 표시했다.
청원인은 “가해자가 강아지를 입양 보낸 견주들에게 계속해서 ‘잃어버렸다’고 했다”며 “견주들이 강아지를 찾기 위해 커뮤니티 등에 실종글을 올리다 동일 인물에게 입양간 후 동일 사건이 발생하는 것에서 문제의 심각성을 인지하게 됐다”고 주장했다.
이어 “이후 민간동물보호단체 대표와 관계자들이 가해자 집에 방문했으나 입양한 강아지들은 한 마리도 보이지 않았고, 결국 회유 끝에 가해자로부터 ‘입양한 푸들을 모두 죽였다’는 자백을 받았다”고 덧붙였다.
청원인에 따르면 피의자가 사는 아파트 화단에서 꺼낸 두 마리의 사체는 부검 결과 두개골 골절, 전신 화상 등의 소견을 받았으며, 추후 6구의 사체가 추가로 발견됐다.
청원인은 “피해자들이 알지 못했다면 가해자는 지금까지 계속 같은 범행을 저지르고 있었을 것이 뻔한데, 심신미약과 정신질환을 이야기하며 혐의를 전면 부인하고 있다”며 “이 사건을 계기로 동물 학대가 더는 생기지 않도록 청원에 동의해달라”고 호소했다.
청원에 20만 명 이상이 동의하면서 청와대 답변 요건을 갖췄지만 신상 공개는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피의자 신상 공개는 특정강력범죄의 처벌에 관한 특례법이나 성폭력범죄의 처벌 등에 관한 특례법에 근거하며, 경찰은 수사 단계에서 피의자가 그 죄를 범했다고 믿을 만한 충분한 근거가 있고 국민의 알권리 보장과 피의자의 재범 방지 등을 위해 필요할 때 신상정보공개심의위원회를 열고 공개 여부를 결정한다.
A(41)씨를 동물보호법 위반 혐의로 불구속 수사 중인 군산경찰서는 현재까지 신상공개심의위원회 개최를 검토하지 않고 있다.
경찰 관계자는 “현행법에 따르면 동물보호법 위반 혐의를 받는 피의자는 신상공개 검토 대상이 아니다”며 “이 사건에 대해 시민들의 관심이 높은 만큼 다음날 중순께 수사를 마무리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A씨는 이달 초 입양한 강아지들을 물속에 담가 숨을 못 쉬게 하거나 불에 닿게 해 극심한 고통을 주는 방식으로 고문한 뒤 사체를 화단 등에 유기한 것이 알려지면서 공분을 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