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0년전 신촌서 얻어먹은 홍합 한 그릇…노인은 2000달러로 갚았다
익명의 70대 남성이 2000달러와 함께 서울 서대문경찰서 신촌지구대에 보낸 편지. [신촌지구대 제공]

[헤럴드경제=나은정 기자] 익명의 70대 남성이 50년 전 고학생이던 자신에게 홍합 한 그릇을 베풀어준 아주머니의 온정에 보답하고 싶다며 경찰에 자필 편지와 함께 2000달러(약 237만원)를 전달해 주변을 훈훈하게 하고 있다.

28일 경찰에 따르면 지난달 12일 한 70대 남성이 서울 서대문경찰서 신촌지구대에 찾아와 “미국에사는 친구 부탁”이라며 2000달러 수표와 함께 편지를 전달했다.

편지엔 익명을 요구한 A(72)씨의 사연이 빼곡히 적혀 있었다.

편지에 따르면 그는 1970년대 중반 강원도의 농촌에서 서울 신촌으로 상경해 고학생으로 어렵게 생활했다. 그러던 어느 겨울밤, 아르바이트를 마치고 허기진 채 귀가하던 A씨는 신촌시장 뒷골목에서 리어카를 세우고 홍합을 파는 아주머니들을 마주쳤다.

A씨는 배가 너무 고팠으나 가진 돈이 없었다. 고민하던 그는 아주머니에게 돈은 내일 갖다 드리겠다며 홍합 한 그릇을 먹을 수 있겠느냐고 물었다. 그랬더니 한 아주머니가 서슴없이 뜨끈한 홍합 한 그릇을 내 주어 맛있게 먹었다고 한다.

그는 편지에서 “그러나 다음날이라고 제게 무슨 돈이 있었겠느냐”며 결국 그 홍합 값을 내지 못했다고 했다. 다만 군복무를 마치고 미국 이민길에 오른 뒤에도 50년간 아주머니에 대한 고마움을 잊지 않았다.

A씨는 “이제 삶을 돌아보고 청산해 가면서 너무 늦었지만, 그 아주머니의 선행에 보답해야겠다는 마음에 부끄러움을 무릅쓰고 이런 편지를 올린다”며 “2000달러를 동봉하니 지역 내에서 가장 어려운 분께 따뜻한 식사 한 끼라도 제공해 주시면 더할 나위 없이 감사하겠다”고 적었다.

신촌지구대 측은 28일 2000달러를 환전한 226만6436원을 신촌동 지역사회보장협의체(마봄협의체)에 기부하면서 “어려운 시기에 이런 기부문화가 더욱 퍼져 많은 분이 도움을 받았으면 좋겠다”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