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重 ‘대우조선해양’ 인수 먹구름, 꼭 나쁜 것만은 아니다? [비즈360]

[헤럴드경제=서경원 기자] 현대중공업그룹의 대우조선해양 인수에 대한 비관 전망이 지속되고 있다. 두 회사의 기업결합 심사를 진행하고 있는 유럽연합(EU) 집행위원회가 다음달 20일 예정된 발표에서 미승인 결정을 내릴 것이란 관측이 우세하기 때문이다. 그러나 우려대로 결론이 이같이 나올 경우 지난주 대법원의 통상임금 소송 패소로 수천억원대의 신규 재무부담이 발생한 현대중공업그룹과 당장 새 주인 찾기에 나서야 하는 대우조선해양 사이의 온도차는 다소 발생될 것으로 보인다.

양사는 지난 2019년 3월 합병 본계약을 맺은 뒤 약 3년 간 인수 작업을 진행해왔다. 그해 6월 현대중공업그룹은 조선 계열사를 관리하는 중간지주사(한국조선해양)를 설립했고 10월 카자흐스탄으로부터 기업결합 승인을 받았다. 이듬해엔 싱가프로와 중국에서도 승인이 떨어졌고 올해 EU만 통과하면 일본과 우리나라까지 일사천리로 심사가 진행될 것이란 예상이 나왔다.

그러나 양사 합병 시 LNG(액화천연가스)선 시장 점유율이 60%로 높아져 머스크(덴마크)·CMA CGM(프랑스) 등 유럽 해운사들이 독과점 피해를 볼 수 있다는 점 등으로 EU는 심사 기간을 지연해왔고 결국 해를 넘기게 됐다. 하지만 결과도 기대를 거스를 가능성이 높다.

한국조선해양은 대우조선해양이 발행한 신주를 사들이는 방식으로 1조5000억원 규모의 유상증자에 참여한다는 계획이다. 필요시 1조원을 추가 투입할 수 있다는 방침도 세웠다. 이 때문에 현대중공업그룹은 대우조선해양 인수 시 최대 2조5000억원 가량의 자금 집행을 준비해야 하는 상황이다.

그러나 지난주 대법원 통상임금 판결을 통해 6000억~7000억원 가량의 지급부담이 발생된 상황에서 인수가 무산될 경우 합병 소요 자금이 절약, 재무 측면에선 숨 쉴 공간을 확보하게 된다. 또 대우조선해양은 최근 해외 수주가 빠른 속도로 회복되고 있지만, 2~3년 뒤에야 실적에 반영이 되고 올 3분기 누적 손실액은 이미 1조3000억원으로 적자기업 인수라는 부담도 떨칠 수 있다. 대우조선해양은 작년말 7000억원에 달하던 이익잉여금을 전액 소실하고 3분기 6000억원이 넘는 결손금을 기록, 부분 자본잠식 상태에 들어서 있다.

유승우 SK증권 연구원은 “EU가 기업결합심사 승인을 거부할 경우 현대중공업그룹은 대우조선해양으로의 1조5000억원 증자 계획이 철회돼 여유 자금을 고스란히 확보하게 된다”고 말했다.

대우조선해양은 현대중공업그룹으로의 편입이 불발될 경우 산업은행 주도로 새 인수의향자 물색에 돌입할 것으로 보인다. 잠재 후보군으로는 2008년 대우조선해양 인수에 도전했던 한화와 자체 사업과 시너지가 가능한 효성, 선박 제조 후판 등을 생산하고 있는 포스코 등이 거론된다. 일각에선 밸류에이션 관점에선 조선업 경기가 살아나고 있는 시점에서 인수를 재추진하는 게 플러스가 될 수 있다는 평가도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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