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달 지방아파트 청약 성적표 보니
2곳 중 1곳 꼴로 청약 미달
모집가구수 채운 단지도 경쟁률 낮아
매수세 줄며 경기 ‘뚝’…과잉공급 우려 영향도
[헤럴드경제=김은희 기자] 지방의 분양시장이 싸늘하게 식었다. 대구를 시작으로 경남, 경북, 전남, 전북 등지에서 청약 미달 사례가 속출하고 있다. 청약만 했다 하면 1순위 마감 행렬을 이어갔던 올해 초와는 달라진 분위기다.
17일 한국부동산원 청약홈에 따르면 12월 들어 이날까지 청약을 받은 지방의 분양 아파트 총 31개 단지 중 15곳이 청약 미달됐다. 2곳 중 1곳 꼴로 청약 마감을 하지 못한 셈이다.
특히 대구에서는 청약 단지 5곳 중 4곳이 모집 가구수를 채우지 못했다. ‘동대구 푸르지오 브리센트’는 759가구 모집에 221명이 신청해 미달이 많았고, 못했고 ‘해링턴 플레이스 감삼 3차’도 359가구 모집에 49명만이 신청한 채 청약을 종료했다.
경북 포항에서 선보인 ‘포항 한신더휴 펜타시티’의 경우 2개 블록에서 1567가구(A2블록), 591가구(A4블록) 등 총 2158가구를 모집했는데 838명이 신청하는데 그쳐 1300가구 이상 남았다. 전북 익산에서 분양한 ‘익산 더반포레’는 777가구 모집에 5%도 채 안 되는 34명이 신청했다.
모집가구수를 채운 단지도 대체로 한 자릿수의 낮은 경쟁률을 기록하며 저조한 성적을 보였다. 부산 ‘사하 삼정그린코아 더시티’는 7개 주택형 가운데 전용면적 84㎡만 14.6대 1의 경쟁률로 1순위 해당지역에서 청약을 마감했고 나머지 6개 주택형은 경쟁률(1순위 기준)이 1~2대 1 수준에 불과했다.
최근 대출규제·금리인상 등의 여파로 주택 매수세가 줄어든 영향이 분양시장에서도 나타나는 것으로 보인다. 시장 불확실성이 커졌다고 판단한 수요자가 옥석가리기에 나섰다는 분석이다.
특히 대구 등에서는 공급 과잉 우려가 제기되면서 분양경기가 가라앉았다. 주택산업연구원이 발표하는 분양경기실사지수(HSSI) 추이를 살펴보면 대구의 경우 지난 9월부터 4개월째 60선을 기록하고 있다. 세종(76.9)과 울산(76.9), 강원(81.8) 등도 기준선을 크게 하향했다. 이 지수가 100보다 낮을수록 분양전망이 부정적이라는 의미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청약을 앞두고 있는 건설업체도 긴장하고 있다. 건설사들이 내년 대통령 선거와 지방선거, DSR(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 확대 적용 등으로 주택시장에 불확실성이 커질 것으로 보고, 연내 분양을 서두르면서 12월 분양 물량은 예년에 비해 많은 편이다. 리얼투데이에 따르면 12월 분양 물량은 지방에서만 3만7016가구로 집계됐다.
지방에서 이달 청약을 앞둔 한 중소건설사 관계자는 “수도권과 달리 지방에선 분위기가 이미 식었다”며 “내년 상황을 예측하기 어려워 분양을 결정했지만 미분양으로 남는 건 아닌지 걱정스럽다”고 토로했다.
대형건설사라고 상황이 다르지 않다. 특히 대구에 대해선 상황을 예의주시하고 있다는 전언이다. 한 관계자는 “아직은 유동성이 충분하다고 판단해 악성 미분양인 ‘준공 후 미분양’까지 가진 않을 것으로 보이지만 전과 같은 마감행렬은 기대하지 않는다”며 “대구의 경우 상황이 좋지 않아 조정지역 해제 등의 정부 조치가 필요하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