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아파트 월세 계약 누적건수 역대 최대치
전체 임대차 시장서 월세 비중 37% 달해
월세가격도 덩달아 상승…1년새 평균 10% 올라
종부세 부담 커진 다주택자, “현금 들어오는 반전세 선호”
[헤럴드경제=이민경 기자] ‘1억/180만원’(12층, 2020년12월5일)→‘2억/180만원’(2층, 2021년8월28일)→‘2억/200만원’(4층, 2021년12월7일). 서울 양천구 신정동 소재 ‘신정롯데캐슬’ 84㎡의 월셋값이 최근 1년간 변화한 경과다. 보증금이 1억원이 올랐는데 월세도 함께 20만원 올랐다. 월세의 대세화와 더불어 월셋값의 가파른 상승을 보여주는 일례다.
서울 아파트 임대차시장이 미국 등 서구권 국가의 월세 위주 시장처럼 재편되는 조짐이 곳곳에서 나타나고 있다. 강남의 고가아파트에선 이미 반전세가 대세가 된 상황이다. 집주인이 두가지 버전의 가격을 제시하는 경우도 있다고 한다. 보증금을 수십억대로 올리고 월세는 낮춘 것이 하나, 보증금은 1억~5억원대로 두고 월세를 수백만원을 부르는 것이 나머지 하나다.
11일 서울부동산정보광장에 따르면 아파트 임대차 시장에서 월세가 낀 거래 건수가 역대 최고치를 기록했다. 올해 1~11월 서울 아파트 월세 거래는 현재까지 6만705건으로 기록했다. 아직까지 11월 거래 일부만 반영된 것을 감안하면 앞으로 숫자는 더 늘어날 수 있다. 전체 임대차 거래 중 월세가 차지하는 비중은 3분의 1을 넘어선 36.51%에 달한다.
월세가격도 가장 높게 나타났다. KB부동산의 월간주택가격동향에 따르면 지난 11월 서울 아파트 월세 지수는 108.6으로 조사됐다. 지난 2015년 12월 관련 통계를 작성하기 시작한 이후 최고치다. 강북 14개구와 강남 11개구로 나눠서 본 아파트 월세지수도 각각 107.5, 109.7로 가장 높았다.
95.86㎡ 이하 중형 아파트 월세 추이를 조사해 산출하는 ‘KB아파트 월세지수’는 2019년 1월을 100.0 기준으로 삼는다. 줄곧 99~100을 유지하다가 작년 말부터 상승하기 시작했다.
민간통계가 아닌 한국부동산원 통계로 보아도 서울 아파트 평균 월세가격은 1년 사이 10% 이상 올랐다. 지난해 10월 112만원에서 올해 10월 123만4000원으로 10.17% 상승했다.
이렇게 월세 비중이 확대되고, 동시에 월셋값까지 오르는 이유로는 크게 두가지가 꼽힌다. 첫번째는 더이상 전세가 월세와 대비되는 뚜렷한 이점을 주지 못한다는 것이다. 아파트 전셋값이 크게 올랐는데 오히려 대출은 요건이 까다로워지고 금리도 인상되면서 매달 나가는 이자 등 현금지출이 월세 못지 않게 많아졌다. 때문에 월세를 찾는 사람이 많아지면서 균형가격이 따라 올라갔다는 해석이다.
또 종합부동산세 등 세부담이 커지면서 다주택자 임대인이 월세를 선호하게 된 점도 한 몫 한다. 반포동의 A공인 대표는 “아무리 고가 아파트 소유자라도 현금으로 수천만원을 내는 것은 예상가능하지 않았다”면서 “이번에 종부세 분할납부하려는 사람이 많고, 집주인들은 자연스럽게 현금흐름이 들어오는 반전세를 가장 선호하게 되는 분위기”라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