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저가단지, 대출규제·금리인상 직격탄
직전거래보다 가격 하락 거래 이어져…
매물 증가 상위지역에 노원·강북 포함돼
[헤럴드경제=양영경 기자] “7월쯤 계약했던 매수자가 최근에 뜬 실거래가를 보고 ‘정상거래가 맞냐’고 전화로 물어보더라고요. 그때보다 가격이 7000만원 떨어졌으니, 본인이 상투를 잡은 건 아닌지 불안했던 거죠. 일시적 2주택자 매물이라 급하게 팔아야 했던 거라고 설명해줬더니 한숨을 쉬더라고요.” (노원구 A 공인중개사)
최근까지 ‘영끌’ 대출을 통해 서울 내 중저가 단지를 사들인 매수자 사이에서 불안감이 확산하는 모양새다. 올여름 젊은 층의 ‘공황매수’가 집중됐던 중저가 단지 밀집지역, 일명 ‘노도강’(노원·도봉·강북구), ‘금관구’(금천·관악·구로구) 등의 아파트 시장 분위기가 급변해서다. 이들 지역이 대출 규제와 금리 인상의 직격탄을 맞으면서 직전 거래보다 수천만원 내린 가격에 거래가 이뤄지고 매물도 쌓이고 있다.
11일 부동산 업계에 따르면 서울 아파트값 오름세가 9월 중순부터 꺾이기 시작한 가운데 특히 중저가 단지 밀집지역의 상승폭 축소가 두드러지고 있다.
노원구는 8월 넷째 주 아파트값 상승률(한국부동산원 기준)이 0.39%에 이를 정도로 서울 내 독보적인 오름세를 보였으나, 이후 꾸준히 상승폭을 축소해 이번 주 0.07% 상승에 그쳤다. 지난주 1년 반 만에 보합 전환했던 강북구를 비롯해 관악구는 0.01% 올라 사실상 보합권에 머물렀다. 서초구(0.17→0.19%) 등 고가 단지가 밀집한 지역의 아파트값 상승폭이 확대된 것과는 비교된다.
대체로 거래가 뜸한 가운데서도 직전 거래보다 적게는 수천만원, 많게는 1억원 이상 떨어진 가격에 성사된 거래도 속속 포착됐다. 강북구 미아동 ‘꿈의숲해링턴플레이스’ 84㎡(이하 전용면적)는 지난달 10억8000만원(1층)에 거래됐는데, 직전 거래인 8월 11억3000만원(1층)과 비교하면 5000만원 떨어졌다.
지난 10월 노원구 상계동 ‘상계주공6단지’ 전용 58㎡는 전달 최고가인 9억4000만원(11층)보다 8000만원 떨어진 8억6000만원(13층)에 손바뀜했다. 관악구 신림동 ‘신림푸르지오’ 84㎡는 지난 9월 11억6000만원(4층)에 거래돼 최고가를 찍었지만, 10월에는 1억3000만원 내린 10억3000만원(15층)에 거래됐다.
관악구의 한 공인중개사는 “대출 규제가 강화된 이후로는 거래가 거의 안 되고 있고, 급매물이 아니면 문의도 들어오지 않는다”면서 “매수자 입장에서도 사방에서 돈을 끌어모아 집을 사놨는데, 그 집값이 몇 달 만에 1억원 이상 떨어졌다고 생각하면 잠이 안 올 것”이라고 말했다.
매물도 쌓이고 있다. 부동산 빅데이터 업체 ‘아파트 실거래가’에 따르면 이날 기준 서울 아파트 매물은 4만5456건으로 3개월 전보다 13.8% 늘었다. 이 기간 매물이 많이 늘어난 상위 3개 지역에는 강북구(23.2%), 노원구(24.0%), 강서구(30.6%)가 꼽혔다.
서울 내 중저가 단지 밀집지역은 젊은 층을 중심으로 ‘영끌’ 구매가 이어지면서 집값이 치솟았는데, 최근 대출 규제와 금리 인상이 이들의 주택 구매력에 영향을 주면서 매수세가 급격하게 위축됐고 이에 따라 시장 분위기도 얼어붙은 것으로 분석된다.
윤지해 부동산R114 수석연구원은 “매도자와 매수자 사이의 거래가 정상적으로 순환되지 못하면 매물이 자연스럽게 쌓이고 급매물 위주로만 거래되면서 상승폭 둔화, 약세 전환으로 이어진다”면서 “대출 규제와 금리 인상에 더해 대통령 선거라는 정치적 이슈까지 시장에 섞이면서 수요층의 관망세는 더 심화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