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서울병원 홍진표 교수팀 1700명 조사
남성은 사회적 고립감, 여성은 외로움에 상대적으로 더 취약하다는 보고가 나왔다.
삼성서울병원 정신건강의학과 홍진표 교수 연구팀은 국내 거주 15세 이상 75세 미만 남녀 1700명을 대상으로 대면 조사한 결과를 대한신경정신의학회 국제 학술지(Psychiatry Investigation)에 발표했다.
연구팀은 연구 집단이 대표성을 띄도록 전국 시, 군, 구 지역을 나누어 연구 대상자를 모집해 성별과 나이, 결혼, 교육, 소득수준, 종교활동, 건강상태 등을 고루 반영해 사회적 인간으로서 한국인의 현 주소를 분석했다. 연구팀에 따르면 전체 연구 대상자 가운데 사회적 고립감을 호소한 이들은 모두 295명으로, 17.8%에 달했다. 외로움을 느낀다고 답한 사람은 63명, 4.1%이었다.
이들의 특징을 사회인구학적으로 보다 세밀히 분석하자 차이가 뚜렷하게 나타났다. 남성은 사회적 고립감에 노출될 위험이 여자보다 44% 더 높았다. 여성보다 남성에서 친구나 가족과의 관계가 미약한 게 원인 중 하나로 지목됐다. 세대간 특징도 눈에 띄었다. 30세 이상 44세 이하 연령대에서 사회적 고립감을 답한 비율이 가장 높게 나타났다. 전체 295명 중 101명으로 34.1%에 달했다. 45세에서 59세 이하(30.7%)가 뒤를 이었다.
이러한 경향은 이들 청장년층 세대들이 다른 세대보다 더 깊고 다양한 인간관계를 희망하지만, 기대에 미치지 못한 게 주요 원인이라고 연구팀은 풀이했다. 그나마 유지 중인 인간관계 역시 일과 관련된 사람들이 주를 이루어 기대를 충족하기 더욱 어려웠다. 게다가 이 연령대에서 1인 가구가 최근 증가하면서 고립감을 호소하는 비율도 덩달아 늘어난 것으로 분석됐다.
외로움에 시달릴 위험은 여성이 남성보다 51% 더 높았다. 세대별로도 노년층이 청장년층에 비해 외로움에 더 취약했다. 배우자와의 사별, 이혼, 별거, 교육 수준, 재정 상태, 스스로 평가한 건강상태 등이 외로움을 배가시키는 요소로 분류됐다. 연구팀은 이러한 현상이 단순히 개인만의 문제에 그치지 않는다고 보고했다. 사회적 고립감과 외로움 모두 우울감, 사회적 불안감은 물론 자살 생각에까지 악영향을 줄 수 있기 때문이다. 사회적 부담이 커질 수 밖에 없는 대목이다.
연구팀에 따르면 사회적 고립감이나 외로움을 호소한 사람 대부분이 자신의 건강상태가 나쁘다고 평가했다. 외로움을 호소한 응답자의 52.4%가 ‘자살을 생각해 본 적 있다’고 답했다. 외롭지 않다고 한 응답자의 5배가 넘는 결과다. 연구팀은 “비대면이 일상화되었지만 외로움이나 사회적 고립감 같은 감정적 취약점은 온라인상에서의 만남으로 해소하기 어렵다”면서 “자기 주변을 돌아보면서 관계를 더욱 돈독히 하는 데 집중하고, 새로운 관계를 맺는 데도 두려워하지 않아야 보다 풍요로운 삶을 살 수 있다”고 조언했다. 김태열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