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8월 전국 아파트 외지인 매수 비중, 통계 집계 이래 최고
경기·인천 이어 충청권에 집중 양상…당진·천안 2건중 1건
[헤럴드경제=이민경 기자] 올해 각종 규제 여파로 아파트 매매 건수가 줄었지만 저가 아파트 가격 급등의 한 요인으로 꼽히는 외지인들의 ‘투기성’ 매수는 여전한 것으로 나타났다.
21일 한국부동산원의 거주지별 아파트 매매량을 분석한 결과에 따르면 올해 1∼8월 전국 아파트 매매는 49만3570건이며, 이 가운데 외지인 매입 비중은 28.6%(14만176건)에 달했다.
이는 부동산원이 관련 통계를 작성하기 시작한 2006년(이하 1∼8월 기준) 이후 최고치다.
전국적으로 외지인의 아파트 매수 비중은 2019년 20.6%, 지난해 24.5%, 올해 28.6%로 급등세를 보이고 있다. 작년 동기 대비 아파트 매매 건수(61만4180건)는 약 20% 줄었지만, 외지인 매수 비중은 외려 높아진 셈이다.
업계에서는 거주하지 않는 지역의 아파트를 사들이는 것은 실거주 목적보다는 임대나 단기 시세 차익을 노린 투기 수요에 가까운 것으로 보고 있다.
정부는 그동안 외지인들의 아파트 투기를 가격 급등과 시장 교란의 한 원인으로 간주하고 각종 규제를 쏟아냈으나 아직은 정책 약발이 제대로 먹히지 않는 셈이다.
외지인의 아파트 매입 비중을 지역별로 보면 충남(41.4%), 충북(38.0%), 인천(35.7%), 경기(29.2%), 전북(29.1%), 경남(28.0%), 울산(23.5%), 광주(22.0%), 부산(18.6%) 순이었다. 충남(역대 최고치는 2008년 45.3%)을 제외하고는 모두 올해 들어 최고치를 경신했다.
충남과 충북의 경우 외지인의 아파트 매수 건수 자체는 각각 1만2186건, 8670건에 달해 관련 통계 집계 이래 가장 많았다.
황한솔 경제만랩 리서치연구원은 “올해 경기와 인천의 아파트에 외지인 매수가 몰리며 가격이 급등했는데 최근에는 충청권으로 매수세가 집중되는 양상”이라고 분석했다.
부동산원 통계를 기준으로 올해 들어 최근까지 경기와 인천의 아파트값 상승률은 20%에 육박하고, 충남과 충북의 아파트값 상승률도 10%를 넘었다.
이들 지역 모두 지난해 같은 기간 상승률과 비교해 2배 이상으로 뛴 수치다. 충남은 상승 폭이 3.5배에 달한다.
충남 천안시의 경우 올해 들어 외지인 아파트 매수 비중이 46.0%로 역대 최고치를 기록했다.
충남에서 올해 8월까지 외지인 아파트 매수 비중이 가장 높은 곳은 당진시(49.1%)였다. 매매가 발생한 아파트의 절반은 외지인이 샀다는 뜻이다.
충북에서 외지인 아파트 매수 비중이 가장 높은 곳은 청주시(43.4%)로 나타났다.
박합수 KB국민은행 수석부동산전문위원은 “충청권은 다른 지방보다 서울 접근성이 좋고, 대기업들의 투자와 각종 개발 호재가 맞물리면서 외지인들이 아파트 매수 수요가 몰리는 것”이라며 “입주 물량 감소와 공급 부족이 더해지면서 가격이 오르고 있다”고 말했다.
일례로 청주시 흥덕구 비하동 ‘서청주 파크자이’ 전용면적 84.9535㎡는 지난달 18일 6억2500만원(18층)에 팔려 역대 최고가를 갈아치웠다. 층수가 다르긴 하지만 지난 1월 말 같은 면적의 6층 아파트는 4억원에 거래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