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만다 레베트 AL_A건축스튜디오 대표

일반 건축가보다 최대한 낮게 건물 지어

환경에 긍정 영향 미치는 지속가능 건축

“자연과 기술·인간 조화가 건축 미래” [헤럴드디자인포럼 2021]
14일 서울 서초구 세빛섬에서 ‘What comes after? 당신이 경험할 내일’을 주제로 헤럴드디자인포럼 2021이 열린 가운데 건축가 아만다 레베트가 ‘건축의 중요성’이라는 주제로 화상 강연을 하고 있다. 이상섭 기자

“자연과 기술, 자연과 인간의 조화가 건축의 미래입니다.”

영국의 건축가 아만다 레베트(Amanda Levete) AL_A 건축스튜디오 대표는 14일 서울 한강 세빛섬에서 열린 ‘헤럴드디자인포럼2021’에서 이렇게 강조하며, 스튜디오 작업을 통해 팬데믹 시대의 디자인이 당면한 문제를 함께 나누는 시간을 가졌다.

아만다 레베트 대표는 전 세계 최초의 공예 박물관 ‘빅토리아 앨버트 박물관(V&A)’, 버밍엄의 랜드마크인 ‘셀프리지 백화점’은 물론 포르투갈 리스본의 ‘예술, 건축, 테크놀로지 미술관(MAAT)’을 설계했으며 2017년엔 대영제국훈장 3등급(CBE)을 받았다. AL_A 건축스튜디오가 설계한 리스본의 MAAT 미술관은 포르투칼에서 방문객이 가장 많은 박물관으로, 개관 당시 주말엔 리스본 인구의 15%에 달하는 8만 명의 시민이 방문했을 정도로 인기가 많다. 이곳은 아만다 레베트의 건축 철학이 투영된 곳이다. 기존 건축물과 접근방식이 다르다.

그는 “보통 건축가들과 달리 건물을 최대한 낮게 지었다”며 “야트막하게 이어지는 건물을 설계해 중요한 것을 지켜냈다. 도시에서 강으로 향하는 시야, 강에서 도시를 돌아보는 풍경을 보존했다”고 말했다. 또한 “건물의 차양부를 세라믹 타일로 구성, 다양한 빛의 조건에 반응함으로써 정면을 입체적으로 만들어주는”효과를 냈다. 미학적으로도 눈에 띄지만, 이는 ‘자연과의 조화’를 강조해 건축의 지속가능성을 보여준 사례다.

레베트 대표가 역설하는 ‘미래의 건축’엔 공존과 조화가 주요 가치로 등장한다. 폐쇄된 출입구를 개방, 도로와의 경계를 허물어 안마당을 만든 빅토리아 앨버트 박물관, 도자 타일을 활용한 ‘메기 암 치유 센터(Maggie’s)‘, ’핵융합 발전소‘인 제너럴 퓨전 등은 도시와 자연, 인간과 환경, 기술의 공존을 꾀한다. 특히 그는 기술과의 결합을 통해 신소재인 ’투명한 나무를 개발, 더 나은 건축을 위한 첫 걸음을 내디뎠다. “금속보다 단단하면서 유리보다 단열 성능이 뛰어나고, 빛이 투과하는” 투명한 나무는 레베트 대표가 팬데믹 이전 나노 기술에 영감을 받아 개발한 친환경 소재다.

그는 “자연과 기술의 통합을 이뤄낸다면 언젠가는 환경에 긍정적 영향을 미치는 건축의 방식을 발견할 것”이라며 “건축을 통해 기술의 낙관주의를 포착하고, 미래에 대한 헌신과 믿음을 보여주는 것이 내가 생각하는 건축”이라고 말했다. 고승희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