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후위기·디지털화 얽혀 세상 급변

뉴노멀은 디자이너에 새로운 기회

새환경·기술, 생각못한 것들 탄생

디지털 혁명 따른 디자인 무한확장

모든 것이 가속적으로 ‘진화’하고 있다. 인류가 마주한 변화는 그 어느 때보다도 급진적이다. 전 세계를 강타한 감염병은 모든 분야에서의 ‘변혁’을 촉진하고 있다. 전문가들은 “이미 지나온 200년의 변화보다 현재와 다가올 10년의 변화가 더 클 것”이라고 내다본다. 디자인도 예외가 아니다.

헤럴드디자인포럼2021에 연사로 참석한 영국의 젊은 디자이너 벤자민 휴버트는 “지금은 모든 것이 새로운 디자인을 필요로 하는 시대”라며 “‘뉴 노멀(New Normal)’은 디자이너들에게 의미있는 영향과 변화를 만들어낼 기회를 제공하고 있다”고 말했다.

‘뉴 노멀’, 새로운 표준을 추동하는 것은 코로나 19만은 아니다. 기후위기와 디지털화가 함께 얽혀 빠르게 세상을 변화시키고 있다. 헤럴드디자인포럼에 참석하는 명사들도 2021년 현재, 동시다발적으로 나타난 변화에 크고 작은 영향을 체감하고 있었다. 애플, 프라다의 브랜딩을 담당한 제프리 러들로는 “팬데믹은 우리의 일상적이고 평범한 삶을 일깨웠다”고 말했다.

작업은 달라졌다. 과거엔 생각하지 못했던 것들이 새로운 환경과 기술 위에서 태어났다.

비욘세, 롤링스톤스, U2 등 세계적인 팝스타들의 투어 공연 무대를 설계한 스투피시 엔터테인먼트 아키텍츠(Stufish ntertainment Architects)는 감염병 시대에 최적화된 공연장인 ‘버티컬 시어터 프로젝트’를 선보였다. 레이 윙클러 스투피시 엔터테인먼트 아키텍츠 CEO는 “기존의 방법으로 엔터테인먼트 건축을 유지하는 것은 힘든 시대에 도래했다”며 “펜데믹에 능동적으로 대응하기 위해 공간 전체에 환기가 가능한 공연장을 설계하게 됐다”고 말했다.

기후위기 속 ‘지속가능한 디자인’에 대한 고민도 깊어지고 있다. 애플, 프라다의 브랜딩을 담당한 제프리 러들로는 친환경 프로젝트를 통해 지속가능한 광고의 필요성을 피력했다. 그는 “다수의 광고들이 오염 물질로 만들어지고 있다”며 “온라인 광고조차 탄소발자국을 남기고 있다. 광고계에서 환경이라는 주제를 간과해선 안된다”는 점을 강조했다. 공연계에서도 이러한 노력이 이어진다. 레이 윙클러 CEO는 “지난 20~30년 동안 무대 소품 재사용에 대해 깊이 고찰했다”며 “공연의 무대 장치, 소품의 90%를 재사용해 지속가능한 공연 환경 구축에 노력하고 있다”고 말했다.

건축계에서도 ‘친환경’을 고민중이다. 많은 건축가들은 “우리가 움직이는 모든 순간이 공해이자, 아이러니하게도 가급적 덜 짓는 것이 친환경 건축의 정의”라고 이야기한다. 이 위기를 디자이너들은 기술로 맞서고 있다. 영국을 대표하는 건축가 아만다 레베트 AL_A 건축 스튜디오 대표는 옥스퍼드 대학과 함께 나무에서 추출한 목질소를 가공해 ‘투명한 나무’라는 신소재를 개발했다. 그는 “우리는 위기 상황에서 편안함으로 후퇴하려는 경향이 있지만, 이에 맞서 시도와 도전을 계속 해야 한다”며 “자연과 기술의 통합을 통해 지속가능한 건축을 이어갈 수 있다”고 강조했다.

‘디지털 혁명’에 따른 디자인 영역의 무한 확장은 또 다른 도전이다. 구글, 유튜브 등 모바일의 모든 분야에서 활약하는 디자이너들은 ‘디지털 전환’을 주요 시대현안으로 꼽았다.

팬데믹으로 대면 접촉이 꺼려지며 현실의 많은 부분이 손안의 컴퓨터로 이동하고, 가상세계가 새로운 놀이터가 됐다. 혁신은 대다수에게 편리를 제공했으나, 보이지 않는 곳에선 적응의 어려움을 호소했다. 그 안엔 편리가 불편으로 다가온 약자도 존재했다. 김혜일 링키지랩 접근성 팀장은 “일례로 손으로 읽던 글은 디지털 전환으로 소리를 들을 수 있게 됐다. 구텐베르크가 활자를 만드는 것에 버금가는 혁신과 충격이었다”며 “혁신은 많은 변화를 가져왔지만, 소외된 사람들도 존재한다. 디자이너들이 개인화와 맞춤형 서비스를 갖춘 접근성이 좋은 환경을 만들 필요가 있다”가 강조했다.

소종윤 구글 유뷰트 아트디렉터는 “팬데믹 이후 재택근무가 일상화되고, 온라인 세계에 익숙하지 않은 사람들도 이것에 적응해야 하는 상황이 왔다”며 “디자이너로서 심미적인 접근과 특정한 목표를 위한 디자인에서 좀 더 직관적이며 특정 타깃 유저(target user)가 아닌 제너럴 유저(general user)를 위한 디자인에 더 무게를 두게 됐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제너럴 세대를 위한 직관성 위에 미래 세대를 위한 개성을 입히는 변화가 디자이너에게 좋은 도전이 되고 있다”고 말했다.

급변하는 세계에서 디자이너의 역할이 더 커지고 있다는 점은 공통된 인식이다. 디자인 명사들은 “디자이너들은 시대의 변화에 촉각을 세워 끊임없이 질문을 던지고, 더 나은 디자인과 내일을 위한 대안과 해결책을 제시해야 한다”고 입을 모은다. 고승희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