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은 0.1% 지분도 ‘가등기’ 형식으로 확보

원 거주 주민 앞세워 토지 수용 때 영향력

성남시 ‘쪼개기 대책’ 대상에서도 제외돼

경기도 성남시 분당구 판교동 화천대유자산관리 사무실 입구가 종이로 가려져 있다. [연합]
경기도 성남시 분당구 판교동 화천대유자산관리 사무실 입구가 종이로 가려져 있다. [연합]

[헤럴드경제=유오상 기자] 남욱 변호사와 정영학 회계사 등 성남시 대장동 개발을 주도했던 핵심 세력이 사전에 개발 예정지 일대 토지를 대거 사들이며 ‘0.1% 지분 쪼개기’ 방식으로 자신들의 명의를 숨겼던 것으로 나타났다. 성남시는 토지 수용 과정에서 ‘지분 쪼개기’에 대해 개발 지정을 취소하는 등 대응에 나섰지만 정작 이들 소유 토지는 조치를 피해갔다.

7일 헤럴드경제의 취재를 종합하면 대장동 개발사업 관계사인 천화동인 4호 소유주인 남 변호사와 5호 소유주인 정 회계사 등은 지난 2009년부터 ‘대장프로젝트금융투자’ 등 7, 8개 법인을 통해 대장동 일대 토지를 사들였다. 이들은 부동산 매입 당시 지분의 99.9%만 사들이는 방식으로 자신들의 이름은 숨겼다. 기존 성남 거주 원주민의 이름을 앞세워 투기 목적의 부동산 매입 사실을 숨기고, 수용 과정에서 영향력을 행사하려 한 것으로 풀이된다.

실제로 당시 토지조서와 등기부등본을 살펴본 결과, ‘대장프로젝트금융투자’와 ‘씨세븐’ ‘나인하우스’ 등으로 계약된 토지가 전체 개발부지 91만㎡ 중 29만㎡로, 3분의 1에 육박한다. 이들은 부동산 지분의 99.9%를 사들인 뒤 나머지 0.1%에 대해서도 ‘가등기’ 형식을 취했는데 사실상 토지를 전체 소유하면서도 기존 소유주의 이름을 앞세우기 위한 방식으로 보인다.

실제로 토지 수용 협상 등의 과정에서 이들은 전체 지분의 0.1%만 보유한 원래 소유주를 대신 내세웠던 것으로 확인됐다. 당시 대장동의 한 빌라에 거주하며 나인하우스에 지분의 99.9% 매각했던 주민은 헤럴드경제와 통화에서 “토지 수용 과정에서 주민 의견을 묻는 자리가 예정되면 미리 연락이 와 의견을 내 달라는 부탁을 하곤 했다”며 “당시 나는 0.1% 지분에 대해서도 이미 매매계약서를 쓴 시점이었기 때문에 부탁받은 그쪽 의견대로 말했었다”고 했다.

성남시는 토지 수용 과정에서 외지인의 ‘쪼개기 투자’가 극심해지자 일부 개발부지를 지정 취소하는 등의 강경책을 쓰기도 했지만 이들이 소유한 토지는 그대로 개발지구에 남았다. 한 부동산업계 관계자는 “이들이 0.1%의 지분을 원래 주민에게 남겨뒀기 때문일 것”이라며 “전형적인 쪼개기 수법”이라고 설명했다.


osyoo@heraldcorp.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