라이브 엔터테인먼트 혁신 이끈 주역
코로나19 직격탄 맞자 발 빠른 변화
팬데믹 최적화 ‘환기가능’ 공연장 설계
변화의 시대, 중요한 것은 경험과 감동
유례 없는 ‘감염병의 등장’은 전 세계 엔터테인먼트 산업을 위기로 몰아넣었다. 음악 시장은 직격탄을 맞았다. 수천 명의 관객이 모이는 대형 음악 페스티벌과 대규모 콘서트는 코로나19 이후 1년여간 열리지 못했다. 세계적인 팝스타들은 팬데믹으로 발이 묶였다. ‘월드투어 산업’은 지금까지도 재개되지 않고 있다.
“코로나19는 엔터테인먼트 산업에 치명적인 영향을 미쳤어요. 팬데믹 이전 방탄소년단(BTS)과의 월드투어 협업을 기획했는데, 코로나19로 연기됐죠. 팬데믹 시대의 문제는 관객과 아티스트가 더이상 대면할 수 없다는 점입니다.”
헤럴드 디자인포럼 2021 연사로 나서는 레이 윙클러 스투피시 엔터테인먼트 아키텍츠 CEO는 최근 화상 인터뷰에서 “코로나19를 통해 (공연 산업이) 얼마나 허약하고, 약점이 많은지 알게 됐다”며 “팬데믹 시대의 위기를 기회로 만드는 다양한 변화가 코로나19 종식 이후에도 중요한 유산으로 남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1994년 설립된 스투피시 엔터테인먼트 아키텍츠(이하 스투피시)는 비욘세, 롤링스톤스, U2 등 팝스타들의 투어 공연 무대를 설계했다. 이번 포럼에서 레이 윙클러 CEO는 스투피시가 개척한 ‘엔터테인먼트 건축’을 주제로, 팬데믹과 디지털 시대의 공연 산업을 이야기한다.
스투피시가 선보인 무대는 ‘라이브 엔터테인먼트’ 역사에서 많은 혁신을 이끌었다. 1997년 U2와의 공연에서 선보인 팝아트는 전 세계 공연 시장을 놀라게 한 무대였다. 그는 “당시엔 비디오 기술을 대규모 투어에 적용할 수 없었다”며 “새로운 엔터테인먼트를 가로막는 장벽을 넘기 위해 과감한 투자를 진행해 700㎡ 규모의 비디오 화면을 사용했다”고 말했다. 이는 공연 산업에서 비디오 관련 기술이 발전하게 된 계기였다.
“무대에서의 기술은 목적이라기 보다 도구예요. 한 가지 요소를 너무 많이 사용하고, 다른 요소를 배제하면 균형을 이룰 수 없어요. 과학기술은 아티스트가 자신의 영감을 표현할 수 있도록 도와주는 거죠.”
팬데믹의 한복판에서 보여준 ‘버티컬 시어터 프로젝트’와 증강현실(AR) 등 최첨단 기술을 적용, 일본 밴드 아라시와 진행한 온라인 공연은 또 하나의 혁신을 보여준 사례다. 레이 윙클러 CEO는 “이러한 프로젝트는 현재의 상황에 능동적으로 적응하려는 목적으로 시작됐다”고 말했다.
지난해 8월 시작, 올 초 공개된 ‘버티컬 시어터’는 관객석을 수직으로 쌓아올려 “공연장 전체에 환기가 가능하도록 설계”했다. 이를 통해 바이러스의 확산을 차단한다. 팬데믹 시대에 최적화된 공연장인 셈이다.
버티컬 시어터는 방역 지침에 따라 적게는 1200명, 많게는 2400명까지 관객을 수용할 수 있다. 공연장은 “무대를 중앙에 놓고, 관객석이 4개 면에서 둘러앉는 구조”로 설계됐다. 여러 개의 구역으로 나뉜 발코니형 객석에는 4~12명까지 일행이 앉을 수 있다. 각 구역마다 2m씩 떨어져 있다. “2400석의 객석은 360도 각도로 무대를 향해 있어 관객들이 좋은 시야를 확보”할 수 있다. 분해와 조립을 통해 세워지기 때문에 전 세계 어느 곳에서나 공연할 수 있다는 것도 특징이다.
레이 윙클러 CEO는 “기존의 방법으로 엔터테인먼트 건축을 유지하는 것은 힘든 시대가 됐다”며 “변화는 막을 수 없고, 변화에 적응하지 못하면 도태될 수밖에 없다”고 강조했다.
“디지털 시대의 비대면 공연과 팬데믹 시대의 라이브는 미래의 콘서트 방식에 큰 영향을 가져오리라 봅니다. 무수한 변화 안에서도 변치 않는 철학이 있다면 관객에게 최고의 경험을 주고, 감동을 안기는 거예요. 우리가 추구하는 것은 변화하는 환경에서 관객과 아티스트가 대화할 수 있도록 하는 거죠. 현재에 적응하는 엔터테인먼트 건축은 앞으로 상상할 수 있는 모든 분야로 확장할 겁니다.”
고승희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