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대·두려움 교차하는 팬데믹시대

라이프스타일·가치의 방식 지속변화

개성·취향에 맞게 디자인도 ‘가변성’

현재 넘어 미래의 가치 읽어내고

혁신적 기술 더해야 차별화된 경험

인류사회의 지속가능한 가치 전달

디자인의 ‘미래 만들어가는 힘’ 믿어

“사람 중심 디자인...변화하는 삶의 가치에 집중해야” [헤럴드 디자인포럼 2021]

“사람들은 더욱 의미있는 관계를 맺기 원하고 단순히 지금이 아닌 미래를 위한 지속가능한 가치를 더욱 중시하게 됩니다. 고객의 삶에 지속가능한 경험을 주기 위해서는 ‘사람, 고객이 중심이 되는 디자인’이 필요합니다.”

‘헤럴드디자인포럼2021’에 연사로 나서는 이돈태 삼성전자 디자인경영센터장은 지속가능하고 인간적인 경험을 디자인으로 구현하기 위해서는 변화하는 고객들의 삶의 방식과 가치에 집중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 센터장은 전세계적인 감염병 상황에서 많은 변화에 직면한 사람들은 ‘새로움에 대한 기대’와 ‘불확실에 대한 두려움’이라는 두 가지 상반된 감정을 경험한다고 봤다. 디자이너라면 이 변화에 다르게 접근하고 대비해야 한다는 게 이 센터장의 생각이다.

그가 강연의 주제를 ‘더 나은 내일을 위한 디자인(Design for a Better Tomorrow)’으로 잡은 이유이기도 하다. 가치 방식의 변화를 의미있는 경험, 새로운 경험으로 고객에게 제안하는 게 디자이너의 역할이라는 것이다.

변화하는 가치를 제대로 이해하는 데서 그가 강조해온 사람중심의 디자인은 시작된다. 이 센터장은 코로나19를 비롯한 물리적 환경, 사회적·감성적 요인에 따라 추구하는 ‘가치의 방식’이 바뀐다고 봤다. 그는 “타인과의 공감, 인간적인 관계 등 감성적이고 물리적인 가치는 변화한다”며 “변화하는 가치에 집중해서 지속적으로 관찰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사람 중심 디자인...변화하는 삶의 가치에 집중해야” [헤럴드 디자인포럼 2021]
“사람 중심 디자인...변화하는 삶의 가치에 집중해야” [헤럴드 디자인포럼 2021]
삼성전자가 지난 2019년 4월 9~14일 이탈리아 밀라노에서 열리는 ‘제58회 밀라노 가구 박람회(Salone Internazionale del Mobile)’에 참가해 디자인 철학을 재조명한 ‘공명(Resonance)’을 주제로 체혐형 전시장을 마련했다. 관람객들의 호흡·소리·움직임과 같은 일상적인 행동이 작품의 형태를 변화시키는 경험을 하고 있다. [삼성전자 제공]

이 센터장은 이같은 변화를 포착해서 의미있는 경험으로 구현한 대표적 사례로 삼성전자 비스포크 냉장고, 라이프스타일 TV 시리즈 등을 들었다. 두 제품은 고객이 자신의 주거 환경에 맞게 선택하고 취향에 맞게 디자인을 계속 바꿔나갈 수 있는 게 특징이다.

비스포크 냉장고는 고객이 제품을 구입할 때 색상과 크기는 물론 냉장고 문의 개수까지 다양하게 디자인을 설계할 수 있다. 라이프스타일TV 역시 벽걸이형, 스탠드형 등으로 여러 형태로 설치할 수 있을 뿐만 아니라 테두리를 자석 탈부착형으로 만들어 언제든 원하는 것으로 교체 가능하다.

이 센터장은 “개성과 취향을 중시하는 오늘날 각자의 라이프스타일에 맞춰 제품을 선택할 수 있도록 한 게 시장에서 좋은 반응을 얻고 있다”고 자평했다.

‘사용자에서 출발해서 내일을 담아내는 디자인’이라는 삼성의 디자인 철학은 코로나19라는 상황에서 새롭게 주목받고 있다. 삼성전자는 올해 iF디자인어워드에서 71개 부문에서 수상해 역대 최대 수상을 했다.

이 센터장은 “혁신적인 기술을 접목해 고객의 삶과 우리 사회에 기여하는 디자인으로 구현하기 위해 다양한 전문가들과 긴밀한 협업이 더욱 중요시됐다”며 “다양한 관점에서 고객에 대해 끊임없이 고민한 결과”라고 말했다.

사람들의 라이프스타일과 가치를 이해하는 일은 갈수록 중요해지고 있다. 이를 위해선 현재의 의미있는 가치는 물론 미래의 지속가능한 가치를 읽어낼 수 있어야 한다. 또한 의미있고 차별화된 경험으로 나아가기 위해서는 혁신적 기술 역시 뒷받침돼야 한다.

이 센터장은 “삼성전자 디자인은 미적 디자인이나 순수한 기능성에 머무르길 거부한다”며 “변화하는 시대적 가치와 혁신적 기술을 접목하여 사람들의 삶에 의미있는 경험을 제공해주고자 한다”고 했다. ‘사람, 고객이 중심 되는 디자인(human-centered design)’을 근간으로 전세계의 1500여명의 삼성전자 디자이너가 한 방향으로 나아갈 수 있는 이유이기도 하다.

친환경 역시 지속가능성을 고려할 때 빼놓을 수 없는 디자인적 흐름이다. 이 센터장은 “친환경은 이 시대에 단순히 ‘하면 좋은 것’이 아니라 ‘반드시 해야하는’ 원칙이 됐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며 친환경과 지속가능한 경험을 위한 다양한 디자인의 접근 방법을 제시했다.

삼성전자는 덴마크의 프리미엄 텍스타일 브랜드 크바드라트(kvadrat)와 협업해 버려진 페트병을 갤럭시 S20·21+의 케이스로 재탄생시키기도 했다. 또 라이프스타일 TV에는 ‘에코 패키지’를 적용했다. 제품 보호라는 포장 본연의 기능은 유지한 채 고객이 사용한 포장재를 고양이 집이나 TV 테이블로 재활용할 수 있도록 해 인기를 얻고 있다.

그는 디자인이 감성을 통한 울림을 주고, 의미 있게 연결된 경험으로 개인을 넘어 인류 사회를 위한 지속가능한 가치를 전달할 수 있다고 본다. 이 센터장은 “디자인이 사람들의 일상생활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치고 함께 미래를 만들어 나가는 힘이 있다는 것을 믿는다”고 강조했다. 주소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