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녁 7시에 대출 불가 통지받아…제2금융권이 희망돼”

“3억원 짜리 신혼집도 전세대출 받기 힘들어”

정부 인식은 ‘가계부채 증가 원인은 부동산 대출’

실제 통계는 정반대…주택담보대출비율 최저수준

“9월 잔금일인데 주담대 거절당했다…계약금 날릴 판” [부동산360]
서울 송파구 일대 주택가. [헤럴드경제DB]

[헤럴드경제=이민경 기자] “9월 말에 잔금을 맞추기로 했는데 목요일 저녁 7시에 ㅇ은행에서 연락이 와서 ‘주택담보대출을 막겠다’고 했어요. 한 달 남았는데 제2금융권으로 가야 할 판입니다. 그마저도 안 되면 계약금 잃는 건 둘째 치고 어디로 가야할지 모르겠어요.”(경기도 소재 아파트 매수계약자 A씨)

29일 부동산업계에 따르면 시중은행들이 신규 주택담보대출(주담대) 시행을 중단하기 시작하면서 주택 매수계획이 틀어진 무주택자들의 원성이 커지고 있다.

여기에 전세자금대출 중단 그리고 개인 신용대출 한도 연소득 이내 제한이 함께 겹쳤다. 100% 실수요인 전세 수요자들의 발까지 묶인 상태다.

서울 관악구 봉천동에 전세보증금 3억원짜리 신혼집을 구하고 계약금 3000만원을 걸어둔 B씨도 마찬가지다.

그는 “국민은행에서 거절당하고 우리은행에 신청해뒀는데 대출 일정이 자꾸만 미뤄지고 있다”면서 “온라인 커뮤니티 등에서 전세대출 신청했다가 거절당한 사람들 이야기를 보면서 걱정이 돼 며칠째 잠을 못 자고 있다”고 밝혔다.

시중은행뿐만 아니라 저신용자 등 서민이 많이 이용하는 저축은행 등 2금융권에서도 대출 조이기가 예고되고 있다.

앞서 지난 13일 시중은행 여신담당자들과 회의에서 금융감독원은 마이너스통장 등 신용대출 한도를 연소득 이하로 관리해줄 것을 요청했다. 제2금융권인 저축은행중앙회도 금융 당국의 가계대출관리 강화 주문을 조만간 회원사에 전할 예정이다.

이처럼 정부는 가계부채 증가 원인을 부동산대출로 보고, 전방위적인 부동산담보대출 억제정책을 시행하고 있다.

하지만 실제 주택 소유 가구의 LTV(주택담보대출 비율)는 2010년 이후 가장 낮은 수준인 것으로 조사됐다. 문재인 정부 내내 대출 규제를 강화하면서 다주택자들이 전세를 끼고 집을 사는 ‘갭투자’ 역시 역대 가장 낮은 수준이다.

국토교통부가 전국 5만1000여가구(1인가구, 청년가구, 노인가구 등 특성 가구를 제외한 일반 가구)를 상대로 지난해 7월 13일부터 12월 23일까지 조사한 ‘2020년 주거실태조사’ 결과에 따르면, 2020년 전국 LTV(현재 주택 가격 대비 대출금 비율)는 28.3%로, 문 정부가 출범한 2017년(28.9%)보다도 낮은 수준이다.

집값이 많이 오른 수도권 LTV는 더 낮게 유지되고 있다. 2020년 수도권 LTV는 25.9%로, 문 정부가 출범하던 2017년 28.2%보다도 낮다.

갭투자는 일반적으론 ‘자가보유율(집을 소유한 가구)’과 ‘자가점유율(자기 집에서 사는 가구)’의 차이로 확인할 수 있는데 이 차이 또한 문 정부 들어 계속 감소하고 있다. 사람들이 집을 사면 임대를 주지 않고 자기 집에서 사는 경향이 강해졌다는 뜻이다.

실제로 2020년 전국 자가보유율(60.6%)과 자가점유율(57.9%)의 차이는 2.7%로, 문 정부 출범 2017년 3.4%(자가보유율 61.1%, 자가점유율 57.7%)보다 0.7%포인트 감소했다.

한 30대 직장인은 “전 국민을 집을 가진 지주와 월세 사는 소작농 두 계급으로 나누려는 것 같다”면서 “쓸 수 있는 모든 정책을 다 쓰면서 집값을 잡으려는 것 같은데 이제 막 자산 형성을 시작하는 우리는 어떻게 되든 상관없다는 것이냐”고 호소했다.

한편 최근의 금리 인상 역시 집값을 잡는 데는 제한적인 역할을 할 것으로 전문가들은 분석한다.

은행권의 한 관계자는 “한국은행이 2년9개월 만에 기준금리를 올렸지만 여전히 코로나 이전보다는 저금리 수준”이라면서 “당장 집값이 하락하기보다는 거래량이 줄고 상승률이 차츰 둔화될 것으로 보인다”고 밝혔다.

“9월 잔금일인데 주담대 거절당했다…계약금 날릴 판” [부동산36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