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표면 평균온도 산업화 이후 1.09도 ↑
고산우림지대 절반 감소...생물다양성 위기
온난화 가속...1.5도 예측치 10년 앞당겨져
하루가 다르게 녹는 빙하...해수면 급속 상승
지구 온도가 산업화 이전보다 이제 ‘1도’ 올라갔을 뿐이다. 그로 인한 여파는 인류를 포함한 생명체에게는 재앙이나 다름 없다. 폭염과 빙하의 손실, 이에 따른 생태계의 변화와 생물의 멸종까지 연쇄반응을 일으키고 있다. 온난화는 예상보다 더 빨라지고 있다. 이제는 인류마저도 멸종의 공포에서 자유로울 수 없다.
최근 기후변화에 관한 정부 간 협의체(IPCC)가 발표한 ‘제6차 평가보고서 제1실무그룹 보고서’에 따르면 2011~2020년 전지구 지표면 평균 온도는 산업화 이전(1850~1900년) 대비 1.09도 상승했다. 또 산업화 이전 대비 1.5도 상승 도달 시점은 2021~2040년으로, 이전에 예측됐던 2030~2052년보다 약 10년 앞당겨졌다. 195개국이 참여한 IPCC는 기후온난화와 관련해 가장 권위있는 기구로 꼽힌다.
IPCC는 온실가스 배출을 줄이지 못하면, 2081~2100년 전지구 지표면 온도가 산업화 이전 대비 3.3~5.7도 상승할 것으로 전망했다. 또 지표면 온도가 현재보다 0.4도만 더 올라가더라도 전지구적 폭염 빈도는 산업화 이전(50년에 한번) 대비 8.6배 증가할 것으로 분석했다. IPCC는 특히 한국을 포함한 아시아 지역이 폭염 영향을 크게 받을 것이라고 했다.
지구의 온도가 1도씩 오를 때마다 인류를 포함한 모든 생명체를 둘러싼 위험도 크게 증가하게 된다. 기후변화센터에 따르면 1도 상승으로 이미 고산우림지대가 절반 감소하고 생물다양성 위기가 심화됐다.
온도가 1도씩 더 올라갈 때마다 상황은 급속도로 나빠진다. 지구 온도가 2도 상승하게 되면, 산호초나 열대 우림의 생태계가 회복불능에 빠지며, 석회질 성분의 해양생물이 멸종하게 된다. 3도 상승하게 되면 인류는 극심한 기아상태에 빠지며, 사바나 지대가 사막화되기 시작한다. 산업화 이전보다 6도 상승하게 되면, 육지와 바다 생물의 95%가 전멸하고 인류 역시 생존을 보장할 수 없다.
기상청이 IPCC 보고서를 기반으로 분석한 결과 한국의 온도는 2100년 산업화 이전 대비 7도 오를 가능성도 있다. 그렇게 되면 봄과 가을은 사라지고 일 평균 기온은 41.2도로 치솟는다. 더운 곳은 50도를 쉽게 넘어설 것으로 보인다. 1일 최대 강수량도 현재 127.96㎜에서 158.6㎜로 급증하게 된다.
이런 장기적인 시나리오뿐 아니라, 지금 당장 폭염으로 인한 피해만 하더라도 그 심각성을 직시할 수 있다. 한국에서만 1994년~2005년 폭염으로 2127명이 사망했다. 올해에만 폭염으로 1141명의 온열질환자가 발생해 그중 17명이 사망했다.
올해 6월 1일~8월 4일까지 서울의 폭염 일수는 15일로 평년 여름 전체의 폭염 일수 8.7일을 이미 두배 가까이 기록했다. 열대야 일수도 19일로 평년 12.5일을 넘어섰다. 올해 여름 서울의 최고 기온은 7월 24일 36.5도로, 같은 날 평년 기온 29.8도에 비해 약 7도 높다.
온난화에 따른 여러 재해 중 가장 대표적인 재해로 꼽히는 것이 빙하의 손실이다. 빙하의 손실은 해수면 상승으로 지형의 재구성, 이에 따른 생태계 변화와 생물의 멸종으로까지 이어진다.
지구의 평균 해수면은 1901년 대비 2018년 0.2m 상승했다. 1900년 이후 전지구 평균 해수면 상승은 지난 3000년 중 가장 빠른 수준이다. 해수면 상승 속도는 더욱 빨라지고 있다. 1901~1971년 상이에는 연 평균 1.3㎜ 늘었으나, 2006~2018년에는 연 평균 3.7㎜ 늘어 2.85배 빨라진 것으로 관측됐다.
이번 보고서에 따르면 2100년이면 해수면이 1901년 대비 1m 상승할 수 있다. 해수면이 1m 상승하면, 베네치아·몰디브·방글라데시와 같이 고도가 낮은 지역은 물에 잠겨 지도에서 사라질 것이라는 전망도 있다. 한국도 피해갈 수 없다. 전남 영암·무안·고흥, 경남 김해·부산 등이 바다에 일부 침수될 수 있다.
IPCC는 이런 재해를 몰고 오는 온난화의 원인으로 이산화탄소 등 온실가스 증가를 지목했다. IPCC는 “온실가스 배출 억제만이 온난화를 막을 유일한 방법”이라고 강조했다.
안타깝게도 온실가스 농도는 지속적으로 증가하고 있다. 온실가스세계자료센터(WDCGG)에 따르면 2019년 기준 전지구 이산화탄소 농도는 340ppm 수준으로, 20년 전인 1999년 368ppm에 비해 약 30ppm 이상 높아졌다. IPCC는 이산화탄소 배출량이 빠르면 2050년에 현재의 두배에 도달할 것으로 전망했다.
한국의 상황은 더 심각하다. 한국은 주요 선진국에 이어 온실가스 배출량이 세계 7위에 달한다. 기상청이 안면도에서 계측한 2020년 이산화탄소 농도는 420.4ppm으로 2000년 371.8ppm에 비해 50ppm 가까이 증가했다. 한국 정부는 2030년까지 온실가스 예상 배출량 대비 실제 배출량을 37% 감축하겠다는 목표를 유엔기후변화협약(UNFCCC) 사무국에 제출하기도 했다.
이준이 부산대 기후과학연구소 교수는 “기후변화는 광범위하게 급속적으로 가속화되고 있다”며 “앞으로 20년 내에 1.5도 상승에 도달할 가능성이 매우 높으며, 탄소배출을 줄여야만, 이런 문제를 해결할 수 있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채상우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