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달 31일로 임대차3법 도입 1년
매물부족·가격상승 불안 가속화
해결책 안 보이는데 자화자찬만
[헤럴드경제=양영경 기자] “임대차 3법의 영향이요? 1년 전에 우려했던 것들이 이제는 다 현실이 됐다니깐요.”
최근 통화한 부동산업계의 A 전문가는 이달 말 임대차3법(전월세상한제·전월세신고제·계약갱신청구권제) 도입 1년을 맞는 임대차시장의 현황을 이같이 요약했다. 올 들어 심화한 전세난은 모두 예상했던 결과라는 반응을 내놨다.
정부·여당은 지난해 7월 임차인의 주거 안정성을 높인다는 취지로 임대차3법을 전격 통과시켰다. 당시 전문가 사이에선 입법 취지는 좋으나 전세매물 감소의 가속화, 전셋값 폭등 등 부작용이 더 두드러질 수 있다는 지적이 쏟아졌다. 전세의 월세·반전세 전환, 이사·학군·청약대기 수요 증가, 입주물량 감소 등으로 가뜩이나 전세시장이 불안한 상황에서 임대차3법이 전세의 소멸을 불러오는 불쏘시개가 될 수 있다는 시각이 대체적이었다.
1년 후에는 어떤 결과가 나타났을까. A 전문가의 말대로 우려는 현실이 됐다. 전세매물 부족 사태가 대표적이다. 부동산 빅데이터 플랫폼 아실에 따르면 서울 아파트 전세 매물은 새 임대차법 시행일인 지난해 7월31일 3만8427건에서 2개월 만인 10월 5일 연중 최저치인 8313건을 기록했다. 이후 시장에 매물이 풀리면서 이달 28일 현재 2만323건을 기록하고 있으나, 여전히 새 임대차법 시행일의 절반 수준에 그친다.
매물 부족에 전셋값은 무섭게 치솟았다. KB국민은행 리브부동산에 따르면 이달 서울 아파트 평균 전셋값은 6억3483만원으로 집계됐다. 임대차3법 중 먼저 전월세상한제, 계약갱신청구권제가 시행된 지 1년 만에 1억3562만원 오른 것이다. 서울 아파트 평균 전셋값이 3억원에서 4억원으로, 4억원에서 5억원으로 올라서기까지 각각 2년 1개월, 4년 5개월 걸렸는데, 5억원에서 6억원까지는 불과 8개월이 소요됐다. ‘폭등’으로 보기에 부족함이 없는 수준이다.
새로 전셋집을 구하는 수요자의 시름만 깊어진 건 아니다. 계약갱신청구권으로 2년 ‘시한부’로 계약을 연장한 세입자들은 계약 만료 후가 걱정이다. 일부 단지에선 기존 계약과 신규 계약의 전셋값 격차가 2배까지 벌어진 상황이기 때문이다.
뛴 전셋값은 매맷값을 자극하고 있다. 최근 수도권 중저가 단지 밀집지역의 집값이 들썩인 데는 전세난 회피수요도 한 몫했다는 분석이 나온다. ‘지긋지긋한 전세난에 시달릴 바에 아예 집을 사버리자’는 매매수요가 생겼다는 게 전문가들과 공인중개사들의 설명이다. 재건축 단지의 이주수요로 전셋값 상승이 뚜렷해진 서울 서초구에선 초고가 단지를 중심으로 신고가가 속출하고 있다. 인근 공인중개사들은 매맷값과 전셋값 차이(갭)가 줄어든 탓에 투자수요도 자연스럽게 유입되는 분위기라고 전했다.
집주인과 세입자의 갈등은 더 커진 모습이다. 올해 1~5월 주택임대차분쟁조정위원회에 접수된 계약갱신·종료 관련 분쟁조정건수는 110건으로 집계됐다. 지난해 같은 기간 7건보다 15.7배 늘어난 수치다. 계약갱신청구권을 쓰지 못하고 나가는 세입자에겐 ‘위로금’을 주는 문화가 생겼고, 집주인은 각종 특약으로 세입자를 가려 받으며 입주 문턱을 높이고 있다. 최근엔 전월세신고 대상이 되지 않기 위해 월세를 30만원 이하로 내리고, 관리비를 2~3배씩 올리는 꼼수도 등장했다.
정부는 최근 1년간의 성과에 대해 주거 안정성이 높아졌다고 자평했으나 부작용은 쏙 빼놓은 자화자찬이라는 비판이 시장 곳곳에서 이어진다. 정부는 28일 ‘부동산 시장 안정을 위해 국민께 드리는 말씀’을 통해 “(부동산) 시장 안정을 위해선 정부 노력뿐만 아니라 시장참여자 등 국민 모두가 하나 되어 해결해야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정부·여당이 일방적으로 밀어붙인 임대차3법에 전셋집 구하기마저 ‘하늘의 별 따기’가 된 실수요자들이 대체 어떤 노력을 더 해야 하는지 묻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