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형욱 국토부 장관 취임 후 첫 기자간담회서 “영끌 자제” 당부

홍남기 부총리 ‘고점’·한은 ‘고평가’ 진단 힘 실어

사전청약 분양가 첫 공개, 시세 60~80%로

노형욱 국토교통부 장관이 5일 세종시 세종컨벤션센터에서 열린 출입기자단 간담회에서 발언하고 있다. [국토교통부 제공]

[헤럴드경제=양영경 기자] 노형욱 국토교통부 장관이 취임 후 열린 첫 기자간담회에서 부동산 ‘영끌’에 대한 경고에 나섰다. 2~3년 뒤 시장 상황이 급변할 수 있는 만큼 무리한 갭투자나 추격매수는 자제해야 한다는 게 그의 시각이다. 대신 주변 시세의 60~80% 수준인 3기 신도시 사전 청약물량의 분양가격을 처음 공개하면서 ‘당장 집 사지 말고 기다리라’는 신호를 보냈다. 노 장관의 발언을 비롯해 최근 정부발 ‘고점’ ‘거품’ 경고는 연일 계속되는 모습이다.

노 장관은 5일 세종시 세종컨벤션센터에서 출입기자단 간담회를 열고 “최근 집값이 많이 올랐지만 2~3년 후에는 반대를 고민해야 한다”며 “지금 주택을 구입할 때 무리하게 대출해 ‘영끌’한다면 나중에 처분하는 시점에 자산가격이 재조정됐을 때 정말 힘든 상황에 처할 수 있다”고 말했다.

홍남기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 한국은행에 이어 주택정책을 총괄하는 국토부 장관까지 첫 기자간담회에서 ‘집값 조정 가능성’을 언급하고 나선 것이다. 홍 부총리는 지난 5~6월 세 차례에 걸쳐 “집값이 고점에 가깝다”며 ‘집값 하락론’에 힘을 실었다. 한국은행은 지난달 22일 금융안정보고서에서 “장기 추세와 소득 대비 비율(PIR) 등 주요 통계지표를 통해 평가할 경우 서울 지역을 중심으로 주택 가격이 고평가됐다”면서 “주요 국가에서도 가격이 크게 상승했지만 우리나라의 상승 속도는 다른 국가와 비교해도 빠른 상황”이라고 진단했다.

노 장관은 최근 주택시장 불안은 무엇보다 거시경제의 영향이 컸다고 봤다. 그는 “최근의 시장 불안은 초저금리와 풍부한 유동성 등 불안 요인에다 다양한 규제 완화와 개발사업 기대감이 더해지면서 집값 상승 기대심리가 확대되고 있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노 장관은 “문제는 집값이 국내총생산(GDP)이나 가계신용 등 다른 경제지표와 편차가 너무 벌어져 있다는 것”이라며 “집값은 다른 경제지표와 조화를 이루는 수준이 돼야 하기 때문에 집값의 하향 안정화가 필요하다고 본다”고 했다. 하향 안정화 수준과 관련해선 “집값이 너무 크게 떨어져도 문제”라며 “주택시장이 갑작스럽게 내려가는 것도 바람직하지 않으며, 폭락은 폭등보다 더 큰 문제가 될 것”이라고 부연했다.

노 장관은 주택시장의 불안을 해소하기 위해 기존 주택 공급정책을 차질 없이 추진하는 데 주력하겠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이달 15일 본격화하는 3기 신도시 사전 청약의 분양가를 주변 시세의 60~80%로 정했다고 소개했다. 분양가가 공개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구체적으로 인천 계양에선 전용 면적 59㎡ 주택이 3억5000만원, 74㎡는 4억5000만원에 공급된다. 남양주 진접은 59㎡가 3억5000만원, 74㎡는 4억원에 나온다. 성남 복정(51㎡·6억원, 59㎡·7억원), 의왕 청계2(55㎡·5억원), 위례 신혼희망타운(55㎡·5억9000만원) 등도 5억~7억원 수준에 공급된다.

노 장관은 “애초 발표하려다 투기조사를 이유로 미룬 수도권 신규 택지 13만가구 입지도 원래 목표의 ‘플러스 알파’로 확보해놨다”면서 “투기조사가 끝나면 8월부터 순차적으로 발표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서울 노원구 태릉CC 개발에 대해선 “서울시는 주택 공급에 반대하기보다는 녹지 비율을 높이거나 저밀 개발하는 방안을 제시한 것으로, 태릉CC의 대체 부지가 있다면 전체적인 주택 공급목표는 맞춘다는 원칙하에 협의 중”이라고 설명했다. 이 밖에 서울시와 정비사업 등 주택사업에 대해 적극적으로 협력할 뜻을 밝히면서도 시장 안정과 개발이익 환수 등 기본 원칙이 지켜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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